재택 근무 확대 ‘집밥’ 선호…가정간편식이 떴다

“사람과의 접촉 자제하자”
코로나 공포로 외식 기피
소비자들 식사 준비 부담
쉽고·간편한 대용식 인기

1인 가구까지 폭발적 증가
작년 가구비율 30% 돌파
직접 조리보다 비용 저렴
다양한 음식 맛볼 수 있어

업체들 폭발적 인기에 편승
유명 맛집·셰프들과 손잡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변신 중
정부, 농가와 동반성장 지원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고 있다.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가정의 식문화도 바뀌고 있다.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재택근무가 확대되는 등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한다는 뜻의 ‘돌밥돌밥’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이처럼 식사 준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며 집안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실시한 ‘코로나19 이슈에 따른 식소비 변화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밥 비중은 83%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23.5%나 증가했다. 또한 ‘간편식 소비가 늘었다’는 응답은 46.4%였고, ‘간편식을 늘릴 것 같다’는 응답자도 65.4%에 달했다.

 

# 코로나19로 간편식 시장 ‘날개’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시장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2조7421억원으로, 3년간 무려 63%나 성장했다. 또한 2018년에는 약 3조2천억원, 지난해에는 3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집밥 수요 급증으로 국내 HMR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HMR(Home Meal Replacement), 즉 가정간편식의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성장세에다, 올해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으며 간편식 시장에 날개를 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선데다, 맞벌이 부부 급증 등으로 가정에서 간편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선호도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 간편식 구매 가구 71% 달해 

농경연이 발표한 ‘2019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504가구 가운데 71%인 358가구가 간편식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식 구매 이유는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 21.8%로 가장 높았고,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라고 응답한 가구가 20.9%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간편식이 맛있어서’와 ‘직접 조리할 시간이 없어서’,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라고 응답한 가구는 각각 15.9%와 15.1%, 10.3%로 나타났다.

특히 간편식의 용도는 모든 품목군에서 식사용으로 구입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즉석조리식품은 71.5%의 가구가 식사용으로 구입한다고 응답했으며, 간식용이라고 응답한 가구는 21.3%에 불과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맞벌이 부부 A씨(37) 역시 이에 공감했다, 

A씨는 “6시 칼퇴근을 하더라도 집에 도착하면 7시가 넘는다”며 “식사 준비에다 설거지까지 하면 8시가 넘어 쉴 시간이 부족해 간편식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간편식 구매주기는 주 1회 이상 구매하는 가구 비중은 증가한 반면, 2주일에 1회로 구매하는 가구 비중은 감소하는 등 전년에 비해 대체로 짧은 경향을 보였다.

 

# ‘간편식’ 건강식으로 진화 중

이같은 간편식 시장 확대에 힘입어 가정간편식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 간편식은 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용도였지만, 이제는 한 끼라도 제대로 식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흔히 1세대 간편식은 3분 짜장과 카레, 2세대는 만두와 동그랑땡, 3세대는 국, 탕, 찌개 등을 말한다”면서 “최근에는 원재료는 물론 맛과 건강까지 모두 고려한 4세대 제품들이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가정간편식은 유명맛집이나 셰프와 손잡고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으며, 술안주와 영유아식까지 제품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간편식은 단순 먹거리에서 벗어나 건강까지 고려한 프리미엄 제품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한 예로 CJ제일제당은 최근 ‘더비비고’ 브랜드를 론칭, 수삼·오리·문어 등 고가 식자재를 활용해 차별화를 택했다. 

동원산업 역시 수산물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수산명가’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 축산업계도 간편식 시장 진출

간편식이 ‘대세’로 떠오르며 축산업계 역시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주자는 하림이다. 하림은 전북 익산 3만6500평의 부지에 4000억원을 투입해 종합식품단지인 ‘하림푸드 트라이앵글’을 조성 중에 있다. 

하림은 대표 가정간편식인 ‘삼계탕’을 필두로 닭갈비, 안동찜닭, 닭발, 근위 등을 비롯, 에어프라이어로 조리가능한 순살치킨, 피자를 선보인 바 있다.

아울러 닭고기 전문기업인 마니커와 참프레 등도 삼계탕, 치킨 등 다양한 가정간편식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양돈전문조합인 ‘도드람’ 역시 가정간편식 사업확대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도드람은 △양념왕구이 △도드람 훈제 바베큐 폭립 △본래순대국 △본래족발 △수육국밥 △직화불막창 △직화불곱창 △바이킹머릿고기 등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팜스코의 공식 온라인쇼핑몰인 ‘하이포크몰’에서도 △양념구이 △선지묵 △우거지 선지해장국뿐 아니라, 술안주인 △불곱데기 △불껍데기 △불곱창을 판매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부정적 인식은 풀어야 할 숙제

이같은 이유로 앞으로 간편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가정간편식 시장규모가 오는 2022년 5조원을 기록할 것이며, 이같은 추세를 이어갈 경우 향후 약 10년 후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17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2018~2022 식품산업진흥기본계획’에 가정간편식(HMR)이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식품부 역시 소비 트랜드 변화에 따라 미래유망 식품분야로 각광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정간편식 등을 향후 5년간 중점 육성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맞추어 중소기업과 농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중소식품기업의 제품개발 및 연구를 지원하고, 가정간편식의 국산원료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농업간 계약재배를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를 위한 업체들의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축산업계 역시 이같은 소비패턴의 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며 “급변하는 유통·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축산물 유통환경을 조성해 체질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과거에는 저가제품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던 까닭에 아직도 ‘인스턴트는 몸에 나쁘다’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전문가는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를 위해 소비자 인식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국내산 원재료 사용과 함께 환경친화적인 용기 사용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가정간편식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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