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고갯길 넘자 수려한 경관이 한 눈에

탁 트인 녹색 초원·푸른 하늘
20만 평에서 흑염소가 산책
1차산업으로 인식되던 염소
‘6차 산업으로 승화시킨 곳’

고기서 진액 가공 체험까지
풀이라면 가리지 않고 소화
깨끗한 환경 질병 걱정 없고
사료비 절감 등 생산성 향상

적절한 마릿수로 순환 방목
삼림 황폐화 시키는 일 없어
축분 가치 높아 부숙 불필요
‘차박 패키지’ 관광객 줄이어

최근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산지 생태축산이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너미 목장의 삼부자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임두규 대표(왼쪽)와 성남(가운데), 성환 형제.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의 깊은 산속. 험준한 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고갯길을 한참을 들어간다. ‘잘못 온 게 아닐까’란 의문이 들 때쯤 수려한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탁 트인 진녹색 초원과 푸른 하늘. ‘산을 넘으니 아름답다’는 의미의 ‘산너미목장’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해발 700m 이상의 고지대에 20만평의 광활한 대지, 왜 이곳을 ‘평창의 알프스’라 부르는지 실감이 난다. 
‘산너미목장’은 임두규 대표(61)와 그의 아들인 성남(34), 성환(30) 등 삼부자가 함께 운영하는 자연방목 흑염소목장이다. 
친환경 축산물 생산과 동물복지를 목표로 자연순환방목을 실천해온 결과, 지난 2015년 농식품부로부터 산지생태 축산농장으로 인정받았다. 말 그대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목장’이다.

 

# 산지 활용 위해 흑염소로 전향
산너미목장은 1차산업으로만 인식하던 염소산업을 6차산업으로 승화시킨 곳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염소를 컨셉으로 1차 사업인 염소산업부터 2차 산업인 흑염소 진액 등의 가공산업, 염소요리 식당과 체험시설 등 3차 산업까지 이곳에 모두 어우러져 있다.
산너미목장 임두규 대표(61)는 어떻게 이곳에서 염소목장을 일구게 됐을까.
임두규 대표는 대관령축산고등학교를 졸업한 1980대부터 한우를 사육해오는 등 축산에서 잔뼈가 굵은 ‘축산통’이다. 임 대표는 ‘언젠가 큰 한우목장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갖고 조금씩 땅을 늘려왔다.
초기에는 자금이 부족해 남의 소를 위탁 사육해주고 그 대가로 송아지를 받았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4년 만에 송아지 6마리를 살 수 있었고, ‘언젠간 큰 목장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으로 인근 땅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996년 발생한 한우파동으로 소값이 고꾸라졌고, 이를 계기로 그간 사들인 산지의 활용방안을 고민한 끝에 흑염소로의 전향을 결심했다.
염소는 원래 산악지방에 살던 동물로 경사가 가파른 산지나 바위산에서도 방목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목초와 산야초, 잡관목 등 어떤 풀이든 가리지 않고 소화시키기 때문에 산지 활용에도 유리할 것이라는게 임 대표의 판단이었다.

 

# 생산비 줄고, 생산성 높아져
그의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
산너미목장의 염소들은 수컷 한 마리에 암컷 40~50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모축 기준 약 300여 마리로, 크게 여섯 무리가 방목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들은 야생풀과 약초를 마음껏 뜯어 먹으며, 방목장 정상에서 내려오는 자연 샘물을 마신다.
때문에 사료를 산림의 풀로 대체함으로써 사료비가 대폭 절감된다. 일반적으로 축사에서 키울 때보다 약 40% 이상 절감됐다는게 임두규 대표의 설명이다. 
게다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 별다른 질병이 없는 까닭에 약값이 전혀 들지 않는데다, 폐사도 거의 없다. 
또한 자연방목을 통해 번식력이 향상되는 장점도 있다.
임 대표는 “우리 염소들은 햇빛을 많이 받고 운동을 많이 한다”면서 “발정이 잘 오고 난산도 없어 번식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사에서 사육했을 때보다 산자수도 높은 편”이라며 “새끼의 체중도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 방목지, 매년 2회 보충 파종
산너미목장은 ‘염소를 방목시키면 산을 벌거숭이로 만든다’는 우려도 말끔히 불식시켰다.
염소는 방목시 한 장소에서 풀을 뜯어먹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듬성듬성 채식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충분한 면적의 방목지가 주어질 경우 산림이 황폐해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임두규 대표는 “염소는 먹이가 부족해지면 나무의 껍질과 뿌리까지 먹는다”면서 “면적에 맞는 적정 마릿수의 방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산너미목장은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은 자유 방목을,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은 축사에서 제한 방목을 실시하고 있다. 방목지에도 일정 기간 휴식기를 두어 풀이 자랄 시간을 줘야 한다는게 임 대표의 지론이다.
또한 방목지 관리를 위해 톨페스큐, 오차드그라스, 캔터키블루그라스, 크로바 등을 혼합해 매년 3월과 8월, 2회에 걸쳐 풀이 적은 곳에만 보충 파종하고 있다.

 

# 기계 대신 발굽으로 초지 조성
아울러 산너미목장은 기계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염소의 발굽을 이용해 초지를 조성하는 ‘제경법’에 의해 초지를 조성한다. 염소가 나무나 풀을 뜯어먹으면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잡목을 제거하는 한편, 발굽으로 땅을 다져 토양이 흘러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또한 염소의 축분은 퇴비로서의 가치가 높은 까닭에 시비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초지의 풀들은 염소가 뜯어먹고, 염소의 분뇨는 다시 초지에 환원하는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방목기간 중에는 작업량 감소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점도 산지생태 축산만의 장점”이라고 임 대표는 덧붙였다.

# 6차산업 통해 ‘관광축산’ 모델 제시
산지생태 축산은 관광이나 체험활동 등을 접목한 6차 산업으로 연계해 소득을 올리는데도 유리하다.
산너미목장은 초지를 따라 산책로를 조성해 목장 트레킹과 함께 흑염소 먹이주기, 산나물·산약초 채취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100% 황토로 만든 ‘힐링하우스’ 등 숙박시설 운영과 함께 탕·구이·수육·전골 등 다양한 염소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을 운영한다.
아울러 농장 인근 국도변에서는 휴게소와 식육점, 건강원 등을 운영해 산너미목장 흑염소의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식육점에서는 △앞다리 △뒷다리 △갈비살 △목살 등의 흑염소 생고기를, 건강원에서는 13가지 한약재를 넣고 12시간 이상 푹 고은 ‘흑염소 엑기스’와 ‘칡즙’, ‘황기즙’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가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박(차+숙박)’이 대세로 떠오름에 따라, 차박 이용객들에게 염소갈비와 제철 산나물쌈 등을 제공하는 ‘차박패키지’를 출시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마디로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살거리에 숙박시설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관광축산’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임두규 대표는 “산너미목장을 대한민국 최고의 흑염소농장으로 만들겠다”면서 “앞으로도 건강한 흑염소 생산에 앞장 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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