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투자로 농장 경영 효율성 극대화

가업 대물림 후계 양돈인
막노동 아르바이트 경험
부친 극구 반대 무릅쓰고
“충분히 해볼수 있다” 자신

선진 농장서 노하우 습득
독일서 스마트팜 접하고
본격적으로 농장에 도입
30% 폐사율 1%로 급감

MSY 15마리서 27마리로
35마리 목표로 종돈 변경
“무리한 투자하면 실패만”
‘스마트팜 전도사’ 역할도

이레농장 돈사 내부모습. 설치된 자동환기시스템은 돈사 내 적정 환경을 조성해 주고, 이를 컴퓨터상의 그래프로 분석할 수 있다.
이레농장 돈사 내부모습. 설치된 자동환기시스템은 돈사 내 적정 환경을 조성해 주고, 이를 컴퓨터상의 그래프로 분석할 수 있다.

 

이정대 대표.

세상은 그 진화의 속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산업 분야는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영역이다. 이러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눈부신 발달을 들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고 공유되는 스마트 생태계로 진입했다. 이제 스마트 생태계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산업의 깊숙한 영역까지 스며들어 산업, 정보 혁명에 이은 제4의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축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축산 선진국의 거센 도전에 대응키 위해서는 우리나라 축산업도 ICT를 도입한 스마트팜 개념은 필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무분별한 투자는 오히려 농장 경영에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 농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맞춤형 투자를 통해 농장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전언한다.

경기도 양주시 남면에 위치한 이레농장(모돈 400마리 규모, 2site)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대 대표(34)는 이를 실현하고 있는 젊은 양돈인이다.  

 

# 건축학도에서 후계 양돈인으로

이정대 대표는 아버지의 가업을 대물림한 후계 양돈인이다. 이 대표가 태어났던 1987년 아버지는 이레농장을 설립했다. 

어릴 적 그의 꿈은 건축가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2006년 대학을 건축학과로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과수석을 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건설현장 막노동을 경험했던 그는 그곳에서 성취감을 느꼈고, 몸으로 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들게만 보였던 양돈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또한 그 시기 농촌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후계 양돈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당시 아버지는 양돈산업은 사양산업이라며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각오는 확고했다. 결국 건축학과 1년을 마친 후 이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하며 후계 양돈인이 되기 위한 기반을 쌓았다.

농수산대학에서 전문가 심화 과정(양돈 현장) 중 이 대표는 종돈장을 비롯해 선도농장으로 알려진 대군 농장에서 근무했다. 이는 양돈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테두리를 벗어나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수한 농장에서 근무하며 체계적인 사양관리법을 터득했으며, 특히 ‘좋은 습관’ 기르게 됐다”며 “이 같은 체계와 좋은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양돈장 경영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팜 도입 후 확연히 달라진 농장

이 대표는 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이레농장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농장엔 체계가 없었다. 양돈장 경영에 있어 아버지와 이 대표의 방식이 달랐기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우선 농장의 체계를 잡아가는 데 심혈을 기울이던 중 이 대표는 독일 선진 현장 견학에서 ICT를 접목한 스마트팜을 접하게 됐다.

이 대표는 “독일 양돈장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곳에선 돼지를 휴대폰으로 키우고 있었다”며 “ICT 시설을 도입해 스마트팜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이후 이 대표는 컨설팅 등을 거쳐 2015년 비육사를 신축하며 ‘자동환기시스템’을 도입했다. 환기는 양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동환기시스템은 돈사의 밑바닥부터 지붕까지 전부 관통하는 시설로, 호흡기가 약한 돼지에게 알맞은 공기 수준을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정전이 돼도 자동적으로 적정환경을 맞추고 나서야 멈추는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돈사 내 환경을 컴퓨터상의 그래프로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통해 적절한 환경으로 조절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수기로 작성하고, 수동으로 해야만 했던 작업이 모두 자동화된 것이다.    

자동환기시스템 설치만으로 30%에 육박했던 폐사율은 1% 이하로 내려갔다. 이 같은 성과가 나오자 아버지는 이 대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돈사에 에어컨도 설치했다. 그리곤 그 효과를 증명키 위해 육성돈 성장 측정을 위한 3D카메라를 도입했다. 에어컨 설치로 성적은 더욱 개선됐다. 3D카메라를 통해 이를 아버지께 증명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농장 경영에 관련된 결정권을 모두 이 대표에게 넘겼다.    

양돈농장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작업을 꼽으라면 단연 청소다. 이 대표는 돈사 내 청소를 더욱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로봇청소기를 도입하게 됐다. 조이스틱으로 작동시키는 로봇청소기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돈사 내 거의 모든 부분을 청소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 도입으로 기존 4시간이 소요되던 청소시간은 2시간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국내에 로봇청소기를 도입한 양돈장은 아직까지 이레농장이 유일하다.

특히 CCTV를 통해 돈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 시 즉시 스마트폰으로 통보를 받아 이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레농장은 ICT 설비를 갖춘 뒤 매출이 40% 이상 향상됐고, 이전 12시간이었던 노동시간도 6시간 이하로 단축됐다.   

이 대표는 “최신 ICT 설비 적용으로 이레농장은 구농장에서 스마트팜으로 변모했으며 이를 통해 돼지는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고, 돼지를 돌보는 사람들 또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2023년 MSY 35마리 목표

이레농장의 MSY는 ICT 설비 도입 전 15마리에 불과했다. 꾸준한 개선작업을 통해 ICT 도입 전까지 22마리로 늘렸고, ICT를 도입한 이후 현재는 27마리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우리나라 전국 평균인 18마리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 대표는 오는 2023년까지 MSY를 35마리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다산 덴마크 종돈으로 변경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이레농장을 꾸려나가는 것 외에도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ICT 컨설팅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이정대 대표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양돈업이 과학적인 분석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 것을 모르고 있다. 이들에게 스마트팜을 알리는 ‘스마트팜 전도사’이자 컨설팅 하는 ‘스마트팜 디자이너’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ICT를 접목한 스마트팜은 대한민국 양돈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위한 무분별한 투자는 농장 경영에 독이 될 수 있다. 내 농장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적절한 설비를 도입한다면 비용 효율적인 스마트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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