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방산업이 긴밀하게 연계돼야 ‘공존’ 가능

정부 정책 ‘생산’에만 치중
“민간업체니 알아서 하라”
연관산업 발전 가능 도외시
각자도생으로 문제만 산적

지원도 차별적 중구난방식
업계 경영 부담·손실 가중
외식·유통, 수입육 전환 중
자칫하면 ‘식량 종속’ 위기

도축업계는 돼지이력기기 유지 보수비용의 관행적 부담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경영이 어렵거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육가공 회사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축·가공·유통 산업은 축산물의 안전과 위생의 최일선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 및 산업육성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생산자들이 안전하게 생산한 가축을 축산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전후방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생산에 치중된 정책으로 전후방산업은 등한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대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사료산업이나, 원천기술을 통해 해외시장을 두드릴 수 있는 동물약품 산업, 기자재 산업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전방산업을 맡고 있는 육가공 및 도축장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이 영세하거나 소규모 개인회사이다 보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금까지 부당하지만 관행적으로 지불해왔던 비용회수를 선택했다.   

최근 도축업계는 이력제, 등급판정 등 축산법에 의거한 행위들에 대해 부당한 소모품 지원 및 인력 운용에 대해 시정을 요청한데 이어 국내 축산물의 메카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불공정관행 해소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불공정 관행 해소돼야

도축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은 도축장 내에서 이뤄지는 등급판정, 이력제 등 행정적인 업무에 따른 비용 및 인력 지원이다.

도축장에서는 지금까지 돼지 이력표시를 위한 이력기기의 소모품 지원과 소 등급판정을 위한 인력 지원을 해왔다. 

초기 사업단계에서는 사업의 조기 안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도축업계. 그러나 수년 동안 부당한 비용만 떠안은 꼴이 됐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돼지이력표시를 위해 도축장에 제공한 이력기기의 사후관리와 등급판정을 위해 판정부위를 절개하는 인력 제공을 모두 도축장에서 해야만 했던 것.

이미 돼지 이력기기에 필요한 잉크 및 소모품은 수년째 도축장이 부담하고 있으며, 이제 사용년수가 누적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기 노후에 따른 수리비마저도 부담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도축업계는 돼지이력제와 관련한 비용은 소모품을 제하더라도 습윤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특성상 기기 노후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이 고스란히 전가돼 경영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시행 주체인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 미비 등을 이유로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했고 축산물처리협회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 신청을 내자, 이력기기에 사용할 잉크만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유지보수와 관련해서는 이미 2016년부터 예산이 편성됐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필요한 경우에는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유지보수가 문제다. 

처리협회 관계자는 “설치시기와 비례해 고장 시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내년, 내후년이면 대부분의 이력기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력제는 사육단계, 도축단계, 포장처리단계, 판매단계에서 단계별로 사업이 추진 됐으며 2012년 10월 브랜드 경영체 등 16개소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거쳐 2014년 12월 전면 시행 됐다. 내년이면 10년째다. 

전자기기의 특성상 유지보수를 한다손 치더라도 완벽한 수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능적인 이상이 당연할 수밖에 없으므로 순차적으로 새 기계를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는 “전자 기기라 습윤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는데 제 기능이 계속 해서 유지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유지보수 비용은 지불할 의사가 있다손 치더라도 수리가 불가할 경우에는 어떤 답을 내놓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축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돼지이력표시기는 2~3곳을 제외하고 정부 예산으로 도축장에 지원된 것인데, 새 기기로 교체해야 한다면 그 비용에 대한 지불을 누가 해야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정부가 기기지원을 한다손 치더라도 단서조항을 통해 소모품비 지원 등 도축장에게 불리한 조건을 내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도축업계가 지속적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비용들을 관행적으로 부담함으로써 결국에는 도축장들의 경영부담과 손실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불공정 관행을 탈피해 도축장이 건전경영을 실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통…줄도산 심각

한우 유통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근 마장동에서 손에 꼽히는 육가공회사가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영이 어렵거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육가공 회사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최대 축산물 유통 메카 마장동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높은 원료육 가격과 바이어들의 변화한 구매 패턴이 가장 크다.

영세 육가공들은 높은 소 값에 물량을 조달하기 어렵고, 대형 육가공은 물량은 끌어올 수 있으나 낮은 마진율 때문에 경영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유통업체들이 마장동을 거치지 않고 산지 직거래 또는 매참인을 통한 직거래 형태로 물량 조달 방식을 바꾸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 졌다.

과거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마장동 시장 내 육가공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소를 구입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직거래 형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

또 대형유통들이 가격 행사를 하거나 대량 구매를 하는 시기에는 전체적인 소 값이 상승하기 때문에 소규모 육가공에서는 물량 조달이 어렵다.

일주일에 3일여를 작업하면서 인건비는 전체를 지불해야 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초과 근무에 대한 부담까지 이중고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마장동 시장 내에 있는 한우 전문 육가공 회사들의 절반은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입육으로 등을 돌리거나 폐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갈수록 경영비는 증가하는데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을 해야 하는 상황.

이에 마장동 축산물 시장의 유통인들의 협회인 마장동 한우협동조합은 비용절감을 위해 현재까지 행해지던 관행적인 비용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마장동 한우협동조합은 공판장에서 육가공공장으로 운송되는 운송비를 문제 삼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대형 육가공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육가공 산업이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함을 알고서도 관행적으로 부담해 왔지만, 도산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계속해서 부당한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그동안 유통이 부담해왔던 불공정한 비용들을 해소하면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