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확보’엔 모두 공감…방법에선 아쉬움

각 단계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한 추적관리에 필수적
매일 ‘산란일자’ 찍다 보면
이력번호, 기하급수적으로

일주일 단위로 묶어준다면
농가·업체 모두 윈윈할 것
시장 수요 거의 없는 중란
대란으로 통합 고려할 만

본지가 주최한 ‘계란이력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본지가 주최한 ‘계란이력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최근 채란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계란이력제’다.

계란이력제는 계란 생산 및 유통과정의 이력정보를 조회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축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유통과정에서 문제 발생시 신속히 회수함으로써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란이력제가 난각표시제와 중복되는 이중규제인데다가, 이력번호 발급과 전산관리 등 업무 가중의 문제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 예정이던 이력제 단속을 올해 말까지 유예한 바 있다. 

또한 현장의 업무부담 완화를 위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APP(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무료 배포하는 한편, 양계협회·계란유통협회·선별포장협회 등 관련단체와 함께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개선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본지는 이해관계자를 초청해 ‘계란이력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열어 특집으로 엮었다. <편집자 주>

 

 

 

사회 = 계란이력제란 무엇이며, 기대효과는.

 

도재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사무관 = 계란이력제는 지난 2017년 계란 파동 후 안전한 계란 공급체계 구축을 위해 도입된 제도 중 하나다. 

계란이력제는 소비자가 계란을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과 함께 생산·유통·판매단계에서 안전사고 발생시 신속한 추적 및 회수 지원, 즉 계란의 추적관리가 목적이다. 

또한 △방역 관리의 효율성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계란을 소비할 수 있는 체계 구축 △관련산업의 발전 등 이 세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계란이력제를 통해 유통단계별 처리물량 등 기록관리 사항이 축적되다 보면, 향후에는 관련 협회와의 정보 공유를 통해 계란시장의 수급관리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계란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 = 계란이력제에 대한 현장의 관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자면.

 

안두영 대한양계협회 부회장 = 전국 500여 산란계농가가 식용란선별포장업 지정을 받았다. 농가 역시 계란이력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하다 보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생산자는 먼저 닭 사육이 기본이다. 닭 관리도 벅찬데 매일 산란일자를 찍다보니 업무량이 막대하다.

게다가 농장에서 산란일자를 매일 찍다보니 우리 계란을 가져가는 유통상인들의 이력번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들이 농장 한곳과 거래하는게 아니라 적게는 10곳에서 많게는 30곳까지 거래하는데다 농장별, 산란일자별, 중량별로 이력번호를 발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계란유통업체들은 이력번호 발급작업 간소화를 위해 대규모농장과만 거래하게 될 것이고, 소규모농가들은 도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다수 산란계농가들의 의견은 이력번호의 산란일자를 일주일 단위로 묶어달라는 것이다. 

산란일자를 주 단위로 묶게 되면 이력번호가 간소화 돼 농가와 업체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전만중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장 = 난각표시제와 이력제 도입으로 계란 생산과 유통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 국내는 명절도 있고 휴무기간도 많다. 산란일자를 찍은 뒤 바로 소비되지 않으면 유통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계란을 중란 위주로 판매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왕·특·대·중·소란으로 규격이 다 다르다. 

특히 중란의 경우 일시적으로 생산되는 데다 시장에서의 수요도 거의 없다. 시장의 논리를 반영해 중란 규격을 없애고 대란으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나가야 한다.

이 부분 때문에 사고도 자주 생긴다. 법적인 문제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계란이력제 부분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국내 계란시장에서 체계적으로 유통하는 사람은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농식품부가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해 어플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올해 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어플을 보급해 연습해 보고 고칠 부분이 있다면 수정·보완해야 한다. 

계란이력제를 시장에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길 바란다.

 

김낙철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장 = 이력제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줬으면 좋겠다.

계란이력제는 계란유통인들에게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 문제로 어떻게 보면 불가능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경우 주문을 받은 만큼 계란을 납품하는 방식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는 매장에 가서 직접 확인한 뒤 나간 만큼 계란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계란을 트럭에 싣고 나가 일일이 이력번호를 확인해서 매장에 비치해야 하고, 얼마나 나갔는지 적어와 나중에 이를 입력해야 한다. 이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계란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는 소비자도 손해고, 생산자도 손해고, 유통인도 손해다.

또한 계란이력제는 엄청난 행정처분과 과태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력번호 관리가 불가능한 중소유통인들의 폐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이력번호 표시 및 관리능력이 없으면 영업을 그만두라는 협박과도 같다.

특히 계란 이력번호 관리를 위해 수집하는 정보들은 유통인의 입장에서는 영업기밀이다. 

나의 거래처를 오픈하고, 그 거래처에 몇 개가 납품되는지까지 공유하라는 것이다.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수량이 입력되더라도 축평원 전산망으로의 데이터 이동은 차단돼야 한다. 즉, 거래처별 납품수량 기록은 법적으로 회수·폐기되도록 법으로 명문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이력제는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든 사람이 따라올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가는 것이 옳다.

 

임연수 농협중앙회 친환경방역단장 = 농협도 계란 이력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정부에서 표준화해서 단일 프로그램으로 간소화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물론 난각표시제와 이력제 단일화 방안이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만약 단일화를 하게 될 경우 업무 부담이 농가로 가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56%가 5만 마리 이하 중소농가이기 때문에 고민되는 부분이다.

이력번호 간소화와 관련해서는 큰 농가는 문제가 없지만, 중소농가와 거래하는 선별포장업체들은 다수의 이력번호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소농가와의 거래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때문에 묶음번호 생성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최소 3~4일 정도의 산란일자를 묶어서 동일 이력번호를 발급한다면 60% 이상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플 개발은 불러오기 기능을 삽입해 반복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출고 등록 및 거래내역 신고 등은 시스템을 이용해 처리하는게 합리적이다.

또한 각 단계마다 QR코드나 바코드로 찍어서 연동할 수 있도록 해 수기입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간다면 현재보다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계란이력제와 난각표시제 시행기관이 달라서 행정적인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이를 잘 해결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길 기대한다.

 

원경환 축산물품질평가원 이력지원처장 = 난각표시제와 이력제가 중복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난각표시제는 생산단계에서의 기록이고, 이력제는 농장경영자 정보 및 선별포장장 정보 제공이 골자다. 즉, 난각표시제와 이력제는 취지도 다르고 방향도 다르다. 다만, 여기에 산란일자가 표시되면서 오해하는 것 같다. 

특히 계란은 다른 축산물과는 다른 유통의 특수성이 있다. 같은 농가에서 생산된 똑같은 계란일지라도 거래처마다, 상표마다, 브랜드마다 가격과 상품코드가 달라진다.

또한 기존 계란 유통방식은 수집 판매였지만, 현재는 선별포장 판매 방식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난각의 번호를 가지고 이력을 관리하는 것과 이력번호에 생산자 정보를 연계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한 결과 GP단계에서 이력번호를 발부하게 됐다.

물론 기존 거래 과정보다는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큰 틀에서 계란산업의 발전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난각 표시제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이력제에서 거래물량을 추적관리함으로써 소비자가 안심하고 계란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사업을 추진해 가도록 하겠다.

 

도재규 사무관 = 농식품부 역시 계란이력제에 대한 다양한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농협이 이력시스템과 관련해 표준화 부분을 이야기 했는데, 각 유통업체마다 상품코드나 가격을 관리하는 방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력번호 관리 효율화를 위해 계란 이력번호 발급기준을 ‘같은 농장, 같은 산란일’에서 ‘같은 농장, 3~4일 산란일’의 계란에 이력번호 1개를 부여하는, 즉 산란일자를 묶어서 표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생산자는 1주일의 산란일자를 묶도록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와 거래하면 명세서가 사전에 발생하는 반면, 중소마트나 시장 등과 거래할 경우 현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소규모 판매상들과 중소거래가 많은 판매상들을 위해 모바일 기반의 거래내역 간편신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운용하며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대형업체들은 기존의 ERP프로그램(회계프로그램)과 이력시스템을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상인들이 회계관리프로그램 사용을 원한다면 비용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모든 업체가 잘 할 수 있도록 육성해나가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계란이력제 본격 시행에 앞서 선별포장업체 등 현장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현장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다만, 이력제가 영업기밀 유출이라는 유통협회의 의견에 대해서는 추적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계란뿐 아니라 소, 돼지, 닭 모두 똑같이 실시하고 있다. 

 

사회 = 그렇다면 계란이력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

 

김낙철 회장 = 계란이력제는 난각에 표시된 10자리 번호를 통해 실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냉장고에 계란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이력번호 12자리가 표시된 포장지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신속한 회수라는 이력제의 본 취지와 달리 이력번호를 통한 회수는 불가능하다. 

유통상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농장 계란만 해도 이력번호가 수십 개다. 계란 안전사고 발생시 수십~수백개의 이력번호를 어떻게 다 회수할 수 있겠나.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에도 우리 유통인들은 거래처에 전화해 농장고유번호를 알려주고 이 계란은 팔지 말라고 이야기해 다 회수했다. 

만약 거래처에 수십 개의 이력번호를 불러주며 빼놓으라고 한다면 직접 와서 빼라고 할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난각의 10자리 표시사항을 활용해 12자리 이력표시 사항을 통합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업계의 부담 완화와 함께 국민 먹거리 안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다.

 

도재규 사무관 = 이력번호가 많아진다는게 부담인 것은 맞지만, 산란일자를 묶어서 관리한다면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이력번호를 조회하면 어느 판매장에, 어느 수집상인의 물건이 있는지 단계별 추적이 가능하다.

이력제는 회수의 목적만 있는게 아니라, 계란 유통과정에서의 관리 체계화도 목적이다. 

앞서 얘기했던 난각에 찍힌 열 자리로 이력관리를 하면 업체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난각에 표기하는 정보가 많아져 번호가 길어지게 될 경우 소비자 혼란과 함께 기존 난각표시제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난각에 표시된 10자리는 농장정보만 나타내기 때문에 계란의 이력을 추적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난각표시제로 이력제를 보완하려면 결국 농장과 업체에 추가적인 기록관리 의무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이력번호가 농장에서 발생하게 되면 난각 표시사항을 이력시스템에 등록해야 하고, 수집판매상 역시 선별포장상인과의 거래에서 기록관리가 필요해진다. 

여러 사항을 종합해볼 때 이력관리 체계를 더 어렵게 할 수 있고 단계별 기록관리 총량도 더 많아진다. 

 

안두영 부회장 = 계란 하나를 두고 식약처와 농식품부 두 곳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나. 궁극적 목표는 계란의 안전성이 아닌가. 

소비자에게 안전한 계란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은 생산자와 유통인 모두 같다.

생산자 역시 안전한 계란 생산을 위해 사료 및 분변에서 매년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력제를 하든, 하지 않든 계란의 품질은 똑같다. 계란이력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말이다. 

생산자와 유통인 모두의 입장에서 간결하게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사회 = 업계의 어려움과 현장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전달이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농식품부가 정리 발언을 하자면. 

 

도재규 사무관 =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며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에게 계란에 대한 신뢰 체계를 가지고 가는 것이고 계란산업의 장기적인 발전도 도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계란이력제 도입에 따른 현장의 업무부담은 산란일 묶음번호 도입과 어플 개발을 통한 전산신고 간소화 등으로 개선될 것이다.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선 운영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관련협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해결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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