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래 없는 장마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한우가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고 살기 위해 축사에서 탈출해 도로를 떠돌고, 봉군도 물에 떠내려가며 수많은 꿀벌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물에 잠긴 농지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랜 장대비로 물에 젖은 땅은 버티지 못하고 엄청난 토사를 흘려보내며 전국은 산사태 경계령까지 맞이했다. 어느 한 곳에만 집중된 것도 아니다. 장마전선이 위‧아래로 국토를 훑고 지나가면서 중국의 홍수 피해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축분 재자원 인식을


이런 자연재해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예측하기 어렵게 되면서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왜 기상청의 예보는 맞지 않느냐?”고.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해서 막대한 예산을 책정해줘 그것을 들여오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더 기자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상오보청이라는 오명을 쓰고 고작 한다는 변명이 ‘기상 이변’이란다. 
그들에게는 또 변명이 필요하다. 축산농가는 수도 없이 겪었다. 그 원인의 하나로 또 축산업을 핑계 삼을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 심심치 않게 언론에 노출되는 지구온난화에 단골로 제기되는 것이 바로 전 세계 20억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다.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농도는 적지만 86배 더 센 초강력 온실가스다. 
목축이 60%, 화석연료가 40%를 발생시키며 사육되는 소와 양의 트림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고기 식단을 지금부터라도 개선해야 메탄 방출량을 감축할 수 있고, 그 대안 중 하나가 ‘인공 단백질’이라고도 한다. 
이에 반해 축산전문가들은 축산업이 농업분야의 핵심산업이며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판매하는 미래생명산업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차세대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첨단산업이자 단계별 산업의 융복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산업 등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두 가지의 주장을 놓고 볼 때, 과연 축산전문가들의 주장이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을지는 축산업을 둘러싼 작금의 현상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자원부족국가인 대한민국의 정부조차도 충분히 재자원화가 가능한 가축분뇨를 폐기물이나 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축산인들의 주장은 가당치도 않은 변명일 뿐이다. 그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축산 전문가들이나 생산자단체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축산업을 미래의 생물자원사업으로 발전시키려면 친환경 축산을 통한 축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올바른 비전 수립과 공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발전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축산업의 잠재적인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는 축산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나노바이오정보기술(NBIT)을 축산 기술에 접목함으로써 형질전환동물을 이용한 장기이식이나 의약용 단백질 생산 등 ‘생명공학비즈니스’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단다. 
축산업은 1‧2‧3차산업을 융합한 6차 산업화를 통해 소비자의 효용증대와 생산자의 수익증대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이뤄낼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인과 기능성 측면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를 제품 생산에 투입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와 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도 한다. 

 

청정화 왜 필요한가

 

말은 그럴 듯하다. 그런데 정작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은 따르고 있는 걸까? 축산을 폄훼하고 축산인을 ‘졸부’ 또는 ‘천민 자본가’로 매도하는 편협한 시각에 그저 ‘니들은 짖어라, 나는 하던 대로 할란다’로 대응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다. 
축산인들이 늘상 주장하는 ‘상생’은 저들이 축산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축산인들이 저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산인 스스로 환경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은 이때 필요한 말이다. 
미국의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인 사이먼 사이넥의 저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언급한 뇌성마비 장애인 벤 코멘의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한다. 
“태어날 당시 합병증으로 벤은 척추가 기형이라 자세가 뒤틀렸다. 근육이 위축돼 운동신경은 늦다. 근육과 관절이 폐색되어 균형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종종 비틀대거나 발을 질질 끌기도 한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서툴게 보일 수도 있고 어쩌면 실패자요 낙오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달리기 시합에 참여한다. 그가 결승선에 도착할 때는 언제나 진이 다 빠진 상태다. 온몸이 멍투성이다. 온통 진흙범벅이다. 그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아무리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하지만 그가 주는 교훈은 그것이 아니다. 모든 주자가 경주를 마치고 나서 다시 트랙으로 돌아가 벤과 함께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벤이 넘어지면 다른 누군가 일으켜 세워주는 유일한 주자다. 벤이 경주를 끝낼 때 자신의 뒤에서 100명의 주자가 함께 달리고 있는 유일한 주자라는 것이다. 벤은 어느 누구를 이기려고 경주하지 않는다. 왜 자신이 달리고 있느냐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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