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ASF 감염 야생멧돼지 발견 지점 인근에 위치한 강원도 화천군 관내 한돈농장에 예방적 수매를 권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농장들은 수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반대는 정부가 그동안 실시한 ASF 관련 정책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면 정부는 살처분 농가에 대한 생계안정자금 지급을 6개월로 중단했다.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예방적 수매 농가에는 그나마 생계안정자금마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재입식 계획 발표는 계속 미뤄지다가 최근에서야 9월 이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은 100% 신뢰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소재 한돈농장 인근에 설치한 포획틀에 야생멧돼지 2마리가 잡혔다. 검사 결과 한 마리에서 ASF 감염이 확인됐다. 농식품부와 강원도는 ASF에 오염된 토양을 접촉한 차량이나 사람을 통해 농장 내부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우려가 있다며, 인근 농장에 예방적 수매를 권고했다. 대상 농장은 3개로 돼지 사육두수는 총 2500여두 규모다.
현재 우리나라는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지속 발생하고 있지만 사육돼지에서는 과거 14건 외에 추가 발생이 없다. 화천군에서도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지난 1월 16일부터 7월 30일까지 262건이 발생했지만 사육돼지 발생은 한건도 없다. 
이번 예방적 수매를 권고받은 한돈농장들을 포함해 접경지역 농장들은 농식품부 지시에 따라 울타리 설치 등 차단 방역 수준을 한층 높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 이후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될 때마다 인근 농장의 돼지를 모두 없앨 것이라면 애초에 방역 강화를 위한 투자도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농가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축산차량 출입통제를 위한 방역 시설인 내부 울타리, 대인·차량 소독시설 등을 설치했다.
지금까지도 ASF 관련 살처분 및 수매 농가들은 재입식이 늦어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방역 지침에 따라 돼지를 묻은 농장들은 현재 아무런 수입이 없이 지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과거 구제역 때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살처분 명령에 따랐던 농가들도 지금은 생각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ASF 방역 정책이 신뢰를 잃은 결과다.
단적으로 살처분 농가에 약속한 생계안정자금은 6개월로 지급이 중단됐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생계안정자금을 6개월 이상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홍보했지만 지금은 “지급 기간 기준이 불명확한 탓에 중단된 것”이라며 “고시 개정을 거쳐 8월 중에는 다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돼지 재입식이 계속 미뤄지면서 1년 가까이 신규 매출이 없어 힘든데 생계안정자금마저 끊겼다. 이런 상황을 접하고도 정부의 예방적 수매 권고를 선뜻 받아들일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일련의 상황을 경험하고서도 “수매에 협조하겠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정부는 최근 호우 피해로 인해 무너진 광역울타리를 얼마나 빨리 복구하고 있는가.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줄이지 않고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전국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사육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궁금하다. 야생멧돼지에게는 자유를 주고, 한돈농가에게는 강력한 규제로 생계를 걱정하게 만든 이 정책이 올바른지 환경부와 농식품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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