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소재의 한 여름봉장. 
양봉장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바로 죽은 벌들이 썪어가는 냄새였다. 
디디는 곳마다 죽은 벌들이 즐비했고, 곳곳에는 쌓인 죽은 벌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경주의 양봉농가 이일광 씨(71)는 이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피나무꿀을 뜨기 위해 이곳 땅을 임대했다는 그는 지난 6월 말 벌통을 내려놓는 과정부터 험난했다고 운을 뗐다. 
트럭에서 벌통을 내리려 하자 인근 주민 두 명이 와서 협박을 했고, 결국 경찰까지 동원하고 나서야 겨우 벌통을 내릴 수 있었단다.
찝찝했지만 ‘별일 없겠지’란 생각에 며칠간 집에 다녀왔는데 벌통에 농약 냄새가 나고 벌들이 죽어있었다. 그는 남은 벌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여왕벌은 모두 죽고 일벌만 일부 살아남았다.
몰살당한 벌통은 총 100군으로 피해액만 최소 2000만원에 달한다. 
이일광 씨는 “누군가 악의적으로 벌통에 농약을 친 것이 분명하지만 CCTV 등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서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같이 농약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는 이 씨만이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홍천군 내면 일대에서 농약 피해를 입은 이동 양봉농가가 현재 두 농가나 더 있으며, 지난해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유독 피나무 군락지인 이곳 지역에서만 이같은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홍천군 내면 일대에 고정 토봉농가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이동 양봉이 꿀을 뜬 뒤 먹이가 없으면 인근 토봉을 공격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 
또한 이동 양봉으로 인해 고정 토봉에게 혹시나 질병을 옮기지 않을까하는 우려 탓에 이동 양봉농가들이 오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어떤 이유가 됐든 살아있는 생명에 농약을 뿌리고 사유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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