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의 위기가 예고됐다. 2021년 하반기부터 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1년~2013년 한우농가들이 겪은 한우 불황기의 재현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우 사육마릿수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 사태가 재발할 것을 우려, 향후 2~3년간의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생산자들은 수급조절 방안으로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 농협은 전체 암소집단의 5% 감축 운동을 자구책으로 내놓았으며 유통에서는 유통활성화를 통한 소비 확대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집자 주> 

 

[인터뷰] 박철진 농협 한우국 국장

 

“농협, 자율적 암소감축사업 심혈”

 

암소 20마리 이상 농가 대상

54개월·2산 이하 경산우 중

유전능력지수 하위 30% 이내

저능력우 선별도태 적극 추진

 

올해 최종 목표 2만 5000마리

사업 통해서 적정 마릿수 유지

송아지 과잉생산 사전에 예방

우수 정액 수정 생산성 향상케

 

“현재 한우산업은 생산경제학 측면에서 변곡점 이후 정점으로 가는 제 2구간 단계로 추정된다. 생산경제학에서 제2구간은 한계수확체감이 적용되는 구간으로 사육마릿수, 송아지, 가임암소 등의 증가율이 둔화되는 구간이며, 도축마릿수 증가율이 점차 커지는 구간이다. 이 구간은 암소 도축률이 점차 증가해 정점을 지난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 양상을 보인다. 또한 제2구간은 이윤 최대로 발생한 이후로 이윤은 점차 감소하지만 여전히 이윤은 발생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정점 이후 이윤은 점차 감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철진 농협 한우국 국장은 한우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하면서 암소집단의 감축사업을 통해 산업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농협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한우산업 정점 이후(불황기)를 대비하기 위해 2019년도에 이어 2020년에도 선제적 수급체계(농협 SOP)를 발동시켜 자율적 암소감축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전능력 평가를 바탕으로 저능력 암소(2산차 이하 경산우) 조기도태로 수급조절을 유도할 계획이다.

 

- 자율적 수급조절과 관련해 경산우 감축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농협 경제지주는 보유 암소수가 20마리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54개월 이하(사업신청 후 6개월 비육), 2산 이하 경산우 중 유전능력평가지수 하위 30% 이내 경산우 대상으로 저능력 암소 자율감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암소감축에 참여한 후 상대적 손실감이 있던 점을 고려해 참여농가에 손해가 나지 않는 방향(예를 들어 우수정액 공급 등)으로 지원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정액 공급은 선호정액 수요 등을 감안해 농협 가축개량원에서 축협에 분기별로 공급할 계획이다. 

 

- 생산자단체에서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과 병행가능한가.

미경산우와 경산우 암소 출하지원 사업을 동시 추진 시 사업 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산우는 비육기간이 약 1년 이내이고, 미경산우는 30~36개월 사이이므로 출하시점에서 물량증가에 따른 가격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호조율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 목표와 기대효과는.

농협 경제지주는 저능력 암소 자율감축 사업 올해 목표를 2만 5000마리로 산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가임암소수 감축을 유도해 적정 암소 사육마릿수를 유지해 사전에 송아지 과잉생산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또한, 저능력 암소도태와 우수 정액 수정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직접적인 암소감축 외에 대안은 있나.

암소 감축 이외에 한우 소비확대와 수출활성화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코로나 19로 한우에 대한 소비확대와 선호도가 높아진 현재의 기회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소비패턴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한우시장도 인터넷 구매와 배달 등 소비트렌드에 맞춘 상품개발이 이어져야 하며, 한우 자조금과 연계한 할인 판매행사도 지속돼야 한다.

또한, 한국이 코로나 19 대응 모범사례로 꼽힘에 따라 높아진 국가 브랜드를 바탕으로 K-한우(HAN WOO) 브랜드가치 구축과 한우 우수성(면역력 증강)에 대한 지속적 홍보로 한우 수출 및 관광객의 수요창출 등을 다각도로 모색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량사업 확대와 ICT기기 접목 등 생산비 절감을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권민 기자 alex60@chukkyung.co.kr

[인터뷰] 조 규 용 태우그린푸드 상무

 

“유통 살면 조절할 필요 없다”

 

1등급 이하 시장 활성화 되면

조절 없이도 가격 폭락 막아

1·2등급 시장 다시 찾는 것이

한우산업 안정되는 유일한 길

 

자급률 38%대는 구조적 문제

10여년간 고급육 생산만 장려

소외된 70% 시장을 중심으로

육가공업계와 상생 방안 시급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1등급 및 1등급 이하 시장을 활성화 시킨다면 사육마릿수 조절 없이도 가격폭락을 막을 수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1++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 없다. 잃어버린 1~2등급 시장을 찾는 것이 앞으로 한우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1~2등급 시장을 활성화 시킨다면 사육마릿수가 늘어나도 오히려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급육에 편중된 시장구조를 개편해 1~2등급을 활성화 시킨다면 330만 마리를 넘어서도 가격폭락의 우려는 없다는 것.

 

1+, 1, 2 등 다양한 등급의 소가 출하돼 각각의 수요에 맞는 시장이 형성됐었던 과거의 자급률을 기억해야 한다는 조규용 상무는 “1인당 소고기 소비율이 2.2kg에 불과했던 9~10년 전의 자급률은 48~50%였던 반면 현재 1인당 4.7kg로 두 배 이상 소비율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급률은 36~38%대 인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여 년간 시행된 고급육 장려 정책으로 고급육 출현률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자급률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조규용 상무는 “유통에서 바라볼 때 고급육 시장은 이미 임계 치에 다다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30%를 위한 시장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금 소외되고 있는 70%의 시장을 잡아야 한우산업이 안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에 치여 수입육으로 선회하고 있는 소비층을 잡는다면 앞으로 사육마릿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해도 두려울 것 없을 것이라는 게 조상무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이하 등급 시장이 형성돼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조 상무는 “10년 전만 해도 40%를 상회하던 1등급이 반토막 나고 2등급 이하는 10%이하로 떨어지면서 소매단계에서는 1~2등급을 찾기 어려워졌다”면서 “분명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형성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1~2등급이 사라지면서 유통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정육점 및 식육판매점이 7만개에서 4만개로 줄어들고 육가공회사도 30%가 폐업했다.

조 상무는 “한우 유통은 현재 좀비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유통이 살아야 생산기반도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등급 이하 시장이 수입육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빠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조 상무는 “총칼을 들어야만 전쟁인가, 외국산의 범람을 막는것도 전쟁”이라면서 “지금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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