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하면 새끼들 절반 폐사
작년 2곳…올해 벌써 11곳
성축은 무증상 지육만 감소
마땅한 치료제 없어 발동동
인수공통 방역대책 급선무

 

충북 청주에서 염소 모축 500여 마리를 사육하는 A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태어난 자축 1000마리 중 600마리가 폐사했다. 가축위생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크립토스포리디움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충북 진천에서 염소를 키우는 B씨도 올해 태어난 자축의 90%가 폐사했다. 진단결과 A씨와 똑같은 크립토스포리디움증으로 판명됐다.
이처럼 최근 국내 염소농가에서 크립토스포리디움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충북도내 염소농가 3곳에서 크립토스포리디움증이 확인됐고, 전국적으로도 11개의 염소농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2개 농가에서만 발생했던 것과 비교할 때 확산세로 접어든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염소 전문가는 “대부분의 염소농가들이 ‘새끼염소들은 설사하면 잘 죽는다’는 인식 하에 자축이 폐사하더라도 동물위생시험소에 질병을 의뢰하지 않는다”면서 “드러난 농가는 ‘빙산의 일각’으로, 실제로는 그 이상의 발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발생은 있었지만 설사로 인한 폐사로 알고 있을 뿐, 크립토스포리디움증인지도 모르고 넘어간 농가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게 염소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이란 무엇일까.
크립토스포리디움은 콕시듐과 비슷한 종류의 작은와포자충이다. 지난 1912년 처음 발견된 후 1981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염소에서의 감염이 확인됐으며, 소·염소·개·사람 등 넓은 숙주범위를 가지고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염소에서의 주요증상은 성장지연이나 성성숙지연, 사료효율 저하 등의 생산성 감소다.
염소 성축은 대체로 무증상을 보이지만 분변으로 충란을 배출하며, 도축시 평균 2.6kg의 지육이 감소한다.
반면 염소 자축은 설사, 탈수, 식용부진,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발병률은 80~100%, 폐사율은 무려 50% 이상에 달한다. 분변 1g당 10만~1000만개의 충란이 존재하며 회복개체는 전염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의 경우 현재까지 염소 크립토스포리디움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데 있다. 크립토스포리디움으로 인한 폐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는 까닭에 농가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국내 염소산업이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염소가 소자본 귀농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며 현재 사육마릿수가 60만 마리에 달하는 등 외형적으론 크게 성장한 반면, 관련산업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등 내실은 부진했다는 것.
때문에 국내에 염소 관련 약 하나가 없어 염소에 질병이 발생할 경우 가장 유사한 가축인 소 약품을 대신 사용하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국내 염소산업이 최근 들어 양성화되다 보니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노출되고 있다”면서 “크립토스포리디움 감염증 역시 과거부터 있었지만 인식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크립토스포리디움 방역대책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M사의 치료제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가 나 있지 않은 까닭에 절차를 밟는데만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모숙근 한국염소산업발전연구회 충북지회장은 “최근 염소농가에서 크립토스포리디움이 문제되고 있고 전염성도 높은 만큼 발 빠른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전용치료제가 하루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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