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의 위기가 예고됐다. 2021년 하반기부터 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1년~2013년 한우농가들이 겪은 한우 불황기의 재현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우 사육마릿수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 사태가 재발할 것을 우려, 향후 2~3년간의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 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생산자들은 수급조절 방안으로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 농협은 전체 암소집단의 5% 감축 운동을 자구책으로 내놓았으며 유통에서는 유통활성화를 통한 소비 확대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집자 주>

 

[중단기 한우 수급 및 가격 전망] 이 형 우 축산관측팀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호황 일시적…가격 하락 우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6월 18일 현재 코로나 국내 확진자는 1만 2200여 명, 세계적으로는 약 826만 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였으며 사망자 또한 44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발생 이전과 이후의 사회 변화에 적응해 나가느라 분주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선진국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규모 집단감염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2차 대유행이 예견되면서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한우농가들은 지난 5월 하순과 6월 상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소값을 경험하였다. 

언론매체를 통해 금값 한우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이러한 소값 고공행진의 주요인은 단기 소비 급증으로 파악된다. 

도축이 작년보다 늘어났음에도 코로나19 초기에는 온라인을 통한 가정내 소비가 늘고,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 이후에는 정육점, 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한우고기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값 상승을 이끌었다. 현재는 소값이 진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난지원금이 소진되면서 일시적 소비 급증의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육 마릿수를 전망해 보면, 올해 12월 한우 사육 마릿수는 318만 7000마리로 전년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임암소 또한 전년보다 3.1% 늘어난 153만 마리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1세 미만 사육 마릿수도 94만 2000마리(4.0% 증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한우 사육 마릿수는 329만 1000마리, 2022년에는 334만 7000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 사육 마릿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도축 마릿수 또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올해 한우 도축은 78~79만 마리 수준으로 전망되며, 2021년 84만 내외, 2022년 91~92만 마리로 전망되고 있어 과거 한우 산업 불황기 도축에 근접하고 있다.

우리가 염두해야 할 문제는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이다는 점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수단으로서의 재난지원금이 한계에 이를 시기가 오면 값비싼 한우고기 소비가 다시 재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쇠고기 시장 특히, 한우고기 시장만을 놓고 보면 소비 측면의 거품이 걷히면 시장에서는 온전히 국내 생산량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소값 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향후 우리 한우업계의 관심사는 결국 실물 경기의 흐름이다.

한우 도매가격을 이러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3분기 이후 경기침체 영향이 발생하고, 쇠고기 수입 정상화로 냉장 쇠고기 수입량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올해 4분기 평균 한우 도매가격은 1만 6000원 내외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완화될 경우를 가정하면 한우 도매가격은 1만 8000원 내외가 예상된다. 

경기침체 영향이 장기화된다고 가정하면 2021년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1만 5500∼1만 6000원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 완화 가정 시에는 1만 7500∼1만 8000원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고기소와 송아지 가격은 동조 현상을 보인다. 고기소 가격이 하락하면 송아지 가격 또한 내림세가 예상된다. 그동안 암소 숫자를 늘린 농가들에게 번식보다는 암소 비육 출하 현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번식 소득이 위축되면 암소 출하가 시장에 많이 되면서 가격 하락 폭이 클 수 있다. 

한우 사육 마릿수 증가 추세에 맞춰 2021년과 2022년 도축이 늘어나는 속도를 고려하면 현재의 송아지 가격으로는 수소 비육 소득을 보장받기는 부담스런 수준이다.

규모화된 농가들로 한우 산업이 재편되면서 과거 불황의 시기보다 사전적 수급조절 대응 속도와 능력 면에서 민첩성이 남다르다.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소 숫자를 적절히 줄여나가는 전략도 하나의 방안이리라. 

한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일정 소득 유지를 위해 농가들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김 홍 길 전국한우협회장

 

“미경산우 비육사업 급선무”

 

뚜렷한 대책 하나 못내놓고

생산자 자구책 정부가 막아

‘2011년~2013년 불황’재현

농가들은 기반 붕괴 걱정만

 

송아지안정제 발동 현실화

일본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비육우 안정제 도입 병행을

각자 역할에 맞는 대책 절실

 

“생산자 스스로 불황에 대비한다고 하는데도 못하게 하는 정부가 어딨나. 정부, 농협, 생산자 각자의 위치에서 알맞은 방법으로 대비해도 모자랄 판에, 자생적 노력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 생산자의 뜻을 막아놓고 뚜렷한 대책 하나 내놓지 않는 정부를 믿고 기다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생산자주도의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의 조속한 시행과 정부의 중장기 한우산업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영향, 미국의 수출 중단 등을 이유로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FTA 관세 제로화 시대 도래, 뚜렷한 사육마릿수 증가세 등으로 한우산업의 위기는 자명하기 때문에 선제적 수급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지금 출하되는 소들이 2017년 겨울소”라면서 “계절번식을 하는 한우산업의 특성상 물량이 별로 없는 시즌의 소가 현재 출하중이라 가격이 높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명절특수에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추석을 기점으로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또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지난 2011년~2013년 겪었던 불황이 재현될 수 있으며, 한우생산기반 붕괴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중단기 수급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김 회장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 한우산업을 안정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산자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수급조절 사업이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생산자의 노력과는 별개로 정부의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송아지안정제 발동기준 현실화와 비육우 안정제 도입을 주장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송아지생산안정제는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발동조건 및 안정화 기준가격을 현실화 하는 한편 비육농가들의 소득 보장을 위한 비육우경영안정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육우경영안정제는 생산비 손실액을 보전함으로써 소 값 폭락을 방지하고 사육마릿수의 증가로 소고기 공급량 확충에 의한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는 수단이다.

이미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정대책 중의 하나로 일본은 5개의 화우산업안정대책을 통해 사육마릿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반면 안정대책 부재로 인한 가격 폭락 우려로 꾸준한 사육기반 유지가 어려운 우리나라 실정에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홍길 회장은 “한우산업은 안정대책 미비 또는 부재로 가격 폭락시 농가 경영 안정 보장이 어려워 농가 가격폭락에 대한 불안심리가 상존하고 있다”면서 “생산농가에는 소 값 폭락 우려를 해소하고 소비자에게는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비육우경영안정제가 조속히 수립·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생산자의 활동을 막을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미경산우비육지원사업이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무대책보다는 생산농가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