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동부권과 경기 포천, 양주, 의정부 그리고 충북 충주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특히 올해 서울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사람과 가축들이 몸으로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시점이 왔다.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되는 재난 중 하나인 폭염에 대한 주의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3℃를 웃도는 상태가 2일 정도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 기상청이 발령한다. 하루 최고 기온이 33℃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때는 폭염경보로 전환된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


이전에는 7월에 들어서면서 장마와 몇 번의 태풍이 지나가고 여름 폭염경보나 예년의 예상 기온보다 높은 폭염일수가 지속되는 역대급 무더위가 시작되었지만 올해는 6월 시작부터 바로 시작됐다. 
올해의 경우 예년에는 볼 수 없던 티벳고기압에 의해 무더위가 가중되어 폭염경보성 역대급 무더위가 될 예정이며, 폭염일수도 평년의 2배인 20~25일 정도라고 한다. 
축산전문가들은 이렇게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면 고온스트레스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가축들의 관리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우 송아지와 비육우는 고온 스트레스가 심한 생산성 급락을 경험하게 된다. 
비육우는 26℃ 이상이면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30℃ 이상이면 발육이 멈춰 지방형성이 왕성한 시기에 이상을 초래한다. 젖소도 마찬가지고, 생리적으로 땀샘이 없는 돼지도 심하다. 닭의 경우엔 자칫 집단 폐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사료에 단백질과 비타민을 보강하고 축사 내‧외부에 그늘막을 만들고, 온도와 습도 관리를 위해 천장에 단열재를 설치하고 지붕은 복사열 차단재가 혼합된 도료를 칠하는 등 내부 온도 낮추기에 바쁜 일과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계사의 경우엔 환기를 위해 내부 환기팬의 풍속을 높여서 체감 온도를 낮추는 터널식 환기와 쿨링패드, 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필수적이다. 또 폭염 시에는 출하 시 포획, 상차방법, 수송차량, 수송밀도와 시간, 환경이 품질에 영향을 미치므로 극도의 주의를 요하지 않으면 바로 경영 손실로 이어진다. 
이렇게 폭염은 그 자체만으로 축산농가의 노력과 생산비용을 끌어올린다. 때문에 폭염일수가 지속되면 농가는 경영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또 폭염은 가축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여기에 공중보건이 부실이 겹쳐지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1995년 시카고 폭염으로 무려 739명이 즉사했다. 폭염 기간에 병원에 실려 온 수천 명의 환자들 중 거의 절반이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열섬 효과’가 이때 비로소 부각됐다. 도시가 그 자체로 폐쇄된 공간이 되어 사람이 붐비는 만큼 더욱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3년 유럽의 폭염은 유럽 역사상 최악의 날씨 재난 중 하나로 프랑스인 1만4000명을 포함한 총 3만5000명이 사망했다.     
기후학자들은 파키스탄의 카라치나 인도의 콜카타 같은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폭염처럼 치명적인 폭염이 매년 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IPCC(국가 간 기후변화 패널)에서는 이렇게 열파가 몰아치는 기간 동안에는 야외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참으로 옹색해 졌다

 

의학전문가들은 열사병은 인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고통 중 하나로 저체온증만큼이나 통증과 혼란을 유발한다고 한다. 
또 처음에는 대개 탈수의 결과로 일사병 증세가 시작되는데 다량의 발한과 구토, 두통이 나타난다. 특정 시점이 지나면 물을 마셔도 효과가 없다. 인체가 어떻게든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액을 바깥의 피부 쪽으로 보내면서 심부 체온이 증가하기 때문이란다. 이때부터 피부가 붉게 변하고 내부 장기가 망가지기 시작한다고 부연 설명한다.  
뉴욕 메거진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리스트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최근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내용으로 한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기후재난 12가지 중 가장 먼저 꼽은 것이 바로 ‘폭염’이다. 앞으로 전개될 지구에서의 무시무시한 폭염은 단지 이상기후의 한 가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후학자들이 항상 주장하는 것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축산이다. 폭염 속의 가축관리는  단지 축산농가 내부 경영의 문제다. 폭염으로 짜증이 폭발하면 사람들은 폭염의 ‘희생양’을 찾기 시작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또 가축이 내품는 메탄가스를 들먹인다. 
또 햄버거 고기 1킬로그램의 단백질을 얻으려면 곡물로는 8킬로그램이 필요하고, 고기의 원천인 소는 살아가는 내내 메탄가스를 내뿜으면서 지구온난화에 일조한다고 한다. 축산업을 비하하려고 억지를 쓰듯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축산업이 지속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이라도 부르짖지 않으면 축산의 설 자리는 정말 없다. 아직도 선택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축산업의 위치가 참으로 옹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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