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상황 전혀 고려 안돼
오리협회, “전형적 탁상행정”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기준(안)’은 오리농가의 규제로 직접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기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최근 농식품부가 각 지자체로 시달한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기준(안)’을 두고 오리협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오리협회와의 일절 협의 없이 진행된 사항인데다,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오리농가에 대한 규제로 직접 작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의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기준(안)은 말 그대로 농가의 질병 발생 위험도 평가가 골자다. 농가별 환경과 방역관리 능력을 평가한 뒤 이를 토대로 농가의 종합적인 방역수준을 상대평가 형태로 1~5등급까지 구분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평가기준안의 잣대가 업계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실제 평가기준안을 들여다보자면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왜 쏟아지고 있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먼저 농장별 환경평가에는 △농사를 지을 경우(–4점) △가족·친인척 중 가금농가가 있을 경우(-1점) △논이나 밭 가운데 위치할 경우(-6점) △70세 이상 고령농가일 경우(-2점) △판넬식 축사가 아닌 비닐하우스일 경우(-6점) 등 다소 이해하기 힘든 항목이 포함돼있다.
또한 방역관리 평가 역시 △모든 농장 출입구에 차량을 세척 및 소독할 수 있는 설비가 돼있으며 출입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세척 및 소독을 실시하고 있는가 △농장 안에 있는 모든 통로는 노면을 포장하거나 자갈 등을 깔아 물이 고이지 않도록 되어있고, 항상 유기물 부스러기 등이 없는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가 △축사 출입 전에 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고 운영을 잘 하고 있는가 등 GP나 GGP 농장에서나 필요한 방역수준을 일반농가에게 요구하고 있다.
전체 오리농가의 76%가 비닐하우스형 축사임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잣대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평가기준안이 오리농가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데 있다. 지자체들이 위험도 평가결과를 근거로 농장에 방역조치를 실시할 뿐 아니라 겨울철 사육제한 농가 선정과 함께 오리 입식 전 검사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은 “정부가 AI 예방이란 미명 하에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우리 오리산업은 생산량 급감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오리산업의 불황을 야기하는 방역정책에서 벗어나 농가가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역, 산업의 진흥을 고려하는 방역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만섭 회장은 이어 “정부는 농가와 계열업체에 대한 목 조르기를 중단하고 AI의 근본적 예방을 위한 오리농가 사육시설 개편에 나서야 한다”면서 “오리농가 위험도 평가기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을 경우 농식품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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