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꿀 역대 최악…정부 차원 대책 시급

평년 작황의 10~20% 수준
비 많이 온데다 기온도 낮아
수분 30% 이상 ‘물꿀’ 태반
농축과정 거치면 생산 급락

조합원들 대다수가 전업농가
높은 투자 경영 타격 불가피
조합 차원 다각적 지원 한계
다양한 상품 개발 서둘러야

 

올해 아카시아꿀 생산량이 바닥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말 이상기후에 따른 저온현상으로 아카시아꽃대에 심각한 냉해를 입은데다, 본격 채밀기인 5월에 들어서도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그나마 개화되던 꽃마저 낙화되는 등 채밀에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 아카시아벌꿀 생산량이 역대 최악의 흉년으로 기록된 지난 2004년보다도 안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을 만나 올해 아카시아꿀 작황 상황과 원인, 대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용래 조합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아카시아꿀 작황은 어떠한가.

전국적으로 아카시아꿀 생산량이 최악이다. 

최근 3년 기준으로 2017년을 평년, 2018년을 흉년, 2019년을 풍년으로 보는데, 평년 작황의 10~20% 미만, 흉년 작황의 40% 미만으로 추정된다.

조합에서 무작위로 조합원을 선별해 작황현황을 조사한 결과 역시 지난해 대비 약 13%, 2018년 대비 약 35% 수준에 그쳤다. 2018년의 경우 흉작임에도 불구 일부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벌꿀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전국적으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조합의 벌꿀 수매현황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아카시아 벌꿀은 5만544드럼이 들어왔지만, 올해는 2322드럼만 들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악의 흉년으로 기록된 2004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게다가 수확한 꿀의 품질도 좋지 않다. 비가 많이 온데다 기온도 낮게 유지돼 수분이 30% 이상 함유된 ‘물꿀’이 대부분이었다. 

벌꿀 유통을 위해 수분함량을 조절하는 농축과정을 거치면 실제 생산량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 이상기후에 따른 저온현상이 원인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아카시아꿀 생산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카시아나무 꽃대 발육과 개화기 날씨인데, 저온현상으로 두 가지 모두 받쳐주지 않았다.

아카시아 꽃대 발육시기인 지난 4월 말 전국 평균기온이 3~15℃에 머무는 등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냉해를 입어 꽃송이 숫자가 감소했다.

이어 5월 본격 아카시아꿀 채밀기에 들어서도 비와 저온현상이 지속됐다.

지난 5월 8~9일, 15~16일, 18~19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고, 이 기간 평균기온도 15℃에 불과했다. 또한 23~24일에는 중북부지방에 비가 내렸으며 낮 최고기온도 19℃에 불과했다.

지난해 여름 잦은 태풍도 아카시아 꽃대 형성저조에 한몫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프란시스코, 링링 등 총 21개의 태풍이 발생해 강풍과 폭우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아까시나무 잎이 많이 떨어졌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올해 윤달로 인해 꽃샘추위가 늦게 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6월 중순임에도 불구, 음력 4월이지 않는가. 

 

- 최근 양봉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영향도 있는가.

물론 있다. 양봉이 퇴직 후 실버산업으로 각광 받으며 양봉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양봉농협 조합원도 함께 증가 추세다. 

월 평균 20명 수준이던 조합원 가입건수는 최근 40~50명으로 늘었다. 지난 2012년 2310명이던 조합원은 4월 현재 3189명이고, 전국 양봉농가 역시 지난 2012년 2만3361호에서 4월 현재 3만9011호까지 급증했다.

우리 조합이 조합원 자격기준을 기존 50군에서 100군 이상으로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밀원수 면적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아카시아의 경우 2012년 5만5040ha에서 2017년 2만6465ha로 반토막 났고, 밤나무도 1528ha에서 1703ha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밀원은 한정된 반면 농가는 늘고 있으니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4월 유채꿀, 5월 아카시아꿀, 6월 밤꿀, 7~8월 싸리꿀, 9월 메밀·들깨 등 계절별로 다양한 밀원이 분포했다.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해 이제는 우리 양봉인들이 밀원 가꾸기에 나서야 한다.

 

- 조합원 지원방안은.

우리 조합은 꿀벌을 대규모로 사육하는 전업농이 대부분이다. 

또한 전국을 이동하며 벌꿀을 채취하는 이동양봉 비율이 월등히 높아 이동비용 및 인건비 등의 높은 투자비용으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내년 아카시아철까지 꿀벌을 사육해야 해 사료비 등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어려움 타개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 조합원 사료지원 △벌꿀수매 사료지원 △벌꿀수매 운임지원 △벌꿀 수매대금 즉시정산 △벌꿀 수매등급 색도 완화 △벌꿀 납품관련 합리적 배당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함께 △선급금 및 외상매출금 이자 지원(상환 1년 유예) △내년 아카시아벌꿀 선급금 조기지원(7월 1일부터) △벌꿀 수매대금 정산시 목적출자 납입 면제(유예)등도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양봉협회와 함께 △경영안정자금 △사료자금 △기존 융자금 상환기간 연장 및 금리 인하 등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 가장 큰 문제는 이상기후가 앞으로도 지속될거라는데 있다. 대안은 없나.

그렇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도 이상기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매년 풍작과 흉작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흉년에 대비해 풍년에 남는 꿀을 비축해놓아야 한다. 

벌꿀을 품질 변화 없이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선 영상 10℃ 내외가 가장 좋다. 이를 위해 지하 저장고나 지상 저온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올해처럼 흉작이 들었을 때 비축해둔 꿀을 풀어 시장을 안정시키고 수급을 조절할 수 있다.

다른 농산물 역시 수급조절을 위해 저온창고와 보관창고를 활용해 물량을 조절하고 있지 않은가.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벌꿀 보관창고 설치비 및 벌꿀 수매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우리 양봉인들에게 비축은 꼭 필요한 조치다.

 

- 그 외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으로 양봉 환경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즉 아카시아꿀 생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로얄젤리 생산이나 수정벌 임대 등을 통해 추가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허니카페 운영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꿀차 등 다양한 음료와 함께 본인이 생산한 봉산물도 판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허니카페를 개설할 농가가 있다면 적극 지원할 방침도 갖고 있다.

아울러 아카시아꿀에서 벗어나 다양한 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천쌀, 풍기인삼, 영덕대게처럼 해당 지역에 많이 나는 꿀을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다면 벌꿀의 부가가치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칠곡 헛개꿀 △인제·양구 엄나무꿀 △홍천·횡성 피나무꿀 △무주·보령 때죽나무꿀이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국내 벌꿀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연구가 시급하다고 본다.

한 예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는 마누카꿀의 경우 효능에 대한 연구만 750여 편에 달한다. 마누카꿀이 최고의 꿀로 칭송받는 데는 뉴질랜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산 벌꿀과 봉산물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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