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제도 변경…노력·자금 수포로

인프라 부족 유예·계도 2년
수억 투자 관련설비 갖추고
허가받은 업체들 빚더미에
유지비·이자·원금 상환 한숨

‘향후 농장 내 허가 못 받아’
소문 돌자 너도나도 설치 붐
안전성, 자가 검정 실시되면
개선 없는 계란파동 답습 꼴

 

지난 4월 25일 본격시행 예정이던 식용란선별포장제가 사실상 또다시 미뤄짐에 따라 이에 발맞춰 준비했던 계란유통업체들의 노력들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수억 원을 투자해 관련 설비를 갖췄지만 점검과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계란 선별포장 의뢰는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는 까닭에서다.
이에 따라 식용란선별포장처리업 허가를 받은 업체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인건비와 유지비는 고사하고 당장 이자와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데 돈 나올 구멍은 없어 막막하기만 한 실정이다.
정부 정책에 부응키 위해 적극 앞장 서온 계란유통업체들이 왜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됐을까.
관계자들은 이같은 이유가 정부의 잦은 제도 변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8년 4월 25일 시행 예정이던 식용란별포장제는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1년 유예에 이어 1년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이 기간 중 식약처는 또다시 1년의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생산자들의 요구에도 불구, 국내 가정용 계란의 연간 유통량을 감안할 때 이를 모두 처리하는데 무리가 없다며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식용란선별포장제 본격 시행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 돌연 입장을 바꿔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소규모 농가 등 제도 시행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대형마트부터 점진적으로 지도·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안색을 바꿨다. 
이와 함께 오는 6월 16일까지 관할지자체에 영업허가 신청서와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농장 내부에서도 선별포장처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기한 안에 이행계획서를 내려는 산란계농가들의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앞으론 농장 안에 허가를 받을 수 없고 HACCP 준수도 의무화된다”는 소문이 돌며 농장 내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양계협회가 지난달 말 허가를 받지 않은 7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50%의 농가들이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정부 조치로 인해 기존에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계란유통업체들은 앞으로의 사업전망마저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선별포장업 설치에 너도나도 뛰어든 까닭에 향후 선별포장업장에 계란 선별포장을 의뢰하는 농장은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는 것. 이로 인해 수익은커녕 문을 닫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로 늘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가장 큰 문제는 농가에 식용란선별포장업 설치를 허용하며 ‘계란의 위생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데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살충제 검출 등 부적합 계란유통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신설된 업종인 만큼 계란의 안전관리가 핵심이지만, 농가들이 생산한 계란을 농가들이 자체적인 안정성 검사를 실시한다면 결국 개선되는 것 하나 없이 제2, 제3의 계란파동을 답습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식약처가 선별포장업장 늘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계란의 안전관리를 뒤로 미룬 결과 제2, 제3의 계란 파동이 일어날 수 있는 제도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분명한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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