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식용란선별포장제도, 왜 말 많고 탈 많나(상)
[초점] 식용란선별포장제도, 왜 말 많고 탈 많나(상)
  • 김기슬 기자
  • 승인 2020.05.2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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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따랐다가 역풍만 맞았다”

코로나 사태 사실상 연기
막대한 자금 투여한 설비
놀리고 유지비 부담 가중
가동 못하면 빚더미 막막
손해배상 청구소송 준비

 

식용란선별포장제도가 지난 4월 25일 본격 시행됐지만 정작 선별포장업체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허가지연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소규모농가 등으로 제도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 사실상 시행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별포장업체들은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설비를 놀리고 있는 실정이라, 이대로 가다간 관련업체 모두 도산하는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는 식용란선별포장제도를 지난 4월 25일부터 본격 운영하는 한편,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백화점·대형할인점(5월~)→편의점(8월~)→체인형 슈퍼마켓·개인마트(10월~)→전통시장 순으로 점진적으로 지도·점검을 시행해나간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아울러 현재 허가를 준비 중인 업소와 농가를 위해 오는 6월 16일까지 관할 지자체에 식용란선별포장업 영업허가 신청서와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일정기간 동안 단속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같은 정부 조치에 따라 식용란선별포장제도는 1년 유예와 1년 계도에 이어 사실상 또다시 미뤄진 모양새다. 제도는 시행됐지만 점검 및 단속은 하지 않는 까닭에 사실상 무용지물과 다름없는 까닭에서다.
이에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200여 개 계란유통업체들은 연일 곡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말을 믿고 수억 원을 투자해 시설을 갖췄는데 제도가 유야무야 돼버린 까닭에서다.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위해 20억원을 투입했다”는 한 업체관계자는 “인건비와 유지비만 해도 한 달에 2000만원에 달한다”며 “당장 업장을 돌리지 못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자금을 대출받은 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자만 납부하는 1년 거치기간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와 당장 이자와 원금까지 같이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관계자는 “자금 상환을 앞둔 업체들은 올해 4월 25일 제도 시행에 맞춰 열심히 준비한 업체들”이라며 “당장 업장을 가동하지 못해 돈 나올 구멍은 없는데 이를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을 따른 결과 되려 역풍만 맞았다”며 “왜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피해를 안 보고, 준비한 사람들만 피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A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A씨는 ‘앞으로 가정용 계란은 의무적으로 식용란선별포장장에서 위생 처리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 2018년 5월 고양시에 계란유통센터를 개소한데 이어 2019년 12월에는 인천시에 계란유통센터를 개소했다. 해당농장의 계란을 의뢰하겠다는 인근 산란계농가들의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충분히 수익성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정부는 허가 지연과 준비를 못한 소규모농가 등으로 인해 제도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A씨가 들인 돈과 시간 모두 물거품이 됐다. 
대출받은 자금에 대한 이자만 매달 2500만원에 달한다. 인천 계란유통센터는 제대로 가동 한번 못해본 채 멈춰 섰고, 어렵게 고용한 직원들은 모두 내보내야 했다.
A씨는 “정부 정책을 따른 결과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면서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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