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청와대에서 푯말 들까’
‘오죽했으면 청와대에서 푯말 들까’
  • 한정희 기자
  • 승인 2020.05.2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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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총리·장관 경로 따라
10개소서 동시다발 1인 시위
경기 북부지역 젊은 한돈 2세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사진 오른쪽 아래)이 1인 시위자를 격려하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 젊은 한돈 2세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사진 오른쪽 아래)이 1인 시위자를 격려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가 대정부 장외투쟁에 돌입 한지 16일째 되는 지난달 26일 청와대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10개소에서 한돈농가들이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실시했다. 
이날 시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행정 각부의 장관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돈농가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인근 10개 장소에서 50m 이상 간격으로 떨어져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다. 
이날 시위에는 ASF 희생농가 중 젊은 한돈 2세 2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ASF 희생농가에 대한 조속한 재입식을 허용하라 △과도한 접경지역 축산차량 출입통제 조치 개선하라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면 재검토하라 △야생멧돼지 관리 우선 시행하라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한돈농가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2면 ‘가락골’‧관련 인터뷰 11면> 
한편 한돈협회는 지난달 11일부터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앞에서 ‘한돈산업 생존권 쟁취 투쟁’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1인 시위 현장 인터뷰]오·명·준 대한한돈협회 북부협의회 사무국장

 

“농가 없어진 후 대책은 아무 소용 없다”

 

정부, 보상금 지급했다지만
많은 사료회사 가압류 걸어
만져보지 못한 농가들 다수
현장 상황 알아보기나 했나

7~8개월 소득 없이 허송만
보상금, 생활·유지비 등 소비
농신보 특례보증 조건 완화
재입식 조속하게 허용해야

 

“살처분 농가 절반 이상이 없어질 위기에 있다. 농신보 특례보증 조건을 완화하고 돼지 재입식을 조속히 허용하라.” 

한돈 2세인 오명준 대한한돈협회 북부협의회 사무국장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에는 오 국장과 같이 젊은 한돈인 20여 명이 돼지 재입식을 소망하며 ‘청와대 인근 릴레이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오 국장에 따르면 ASF 살처분 농가들은 보상금을 70~80%밖에 받지 못했다. “많은 사료회사들이 가압류를 걸어 보상금을 만져 보지도 못한 농가들도 있다. 7~8개월 동안 아무 소득 없이 이 보상금으로 생활비, 직원 월급, 농장 유지비 등에 사용하면서 대부분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살처분 당시 함께 폐기한 사료와 동물약품 등에 대한 보상금도 받지 못한 상태다. “살처분 이전에 가축 이동제한이 두 달 이상 지속 되면서 당시 농가들은 사료를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이 보상금인 몇백에서 몇천만원은 해당 농가들에는 큰 금액이다”라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5일 생계안정자금 6개월분을 지급 완료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생계안정자금을 1년간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6개월분도 다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6개월분의 70%만 받은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생계안정자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농가도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당시 살처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품 가치가 있는 돼지를 수매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살처분 두수가 20% 미만인 농가는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이들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억울한 농가가 연천에만 8농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농가는 당시 선택 권한이 없었다. 살처분을 했든 수매를 했든 정부 명령에 따라 양돈장을 비우고 지금까지 재입식을 못하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부채와 관련해 “농가마다 10억씩은 있다”고 밝혔다. 그중 3억원 정도는 정부 정책자금이고, 7억원 정도는 일반자금(은행, 사료회사 등)이다. ASF 사태 이후 정책자금은 이자와 원금 상환이 유예됐지만, 일반자금은 살처분 보상금을 쪼개 상환하고 있다.

살처분·수매 농가들은 올해 종합소득세 폭탄을 맞았다. 돼지를 살처분하고 받은 보상금이 매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세금 납부 기한이 몇 달 유예됐지만 그래도 8월 31일까지는 내야 한다. “살처분 보상금으로 이자와 원금 상환하고 세금까지 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오늘 바로 돼지를 입식해도 소득이 없는 상태로 지출만 하는 생활을 14개월 더 해야 한다. 살처분 보상금을 아껴서 재입식을 할 때 돼지와 사료 구매 자금으로 써야 하는데 운영비와 생활비로 사용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식품부가 재입식을 허가해도 자금이 없어 재입식을 못하는 농가도 생겨날 것이다. 농가들은 재입식을 해도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재입식 후 버틸 수 있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농가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특례보증과 재입식”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농가경영안정자금을 농가들에게 2~3억원씩 배정했다고 크게 홍보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가에게는 그림의 떡인 것이 현실이다. 농신보(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한도가 꽉 차 있는 농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례보증 조건을 완화해 농신보자금으로 일반자금을 갚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가경영안정자금은 10%만 받았다. “연천과 파주 지역에서 이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0%뿐이다”라며 “나머지 90% 농가는 여러 이유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오 국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재입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금은 재입식 가능성이 있기에 사료회사들이 자금 회수에 소극적이지만, 적극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이를 견딜 농가는 없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재입식을 못하면 절반에 가까운 농가가 도산할 위기에 있다. 현재 3개 농장이 경매에 넘어갔다. 사료회사들이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한계농장들에 대해 경매처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농식품부가 애초부터 ‘올해는 입식 못 하니까 포기하라’고 했으면 농가들이 지금보다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관은 지난해 12월까지 재입식을 위한 방역기준을 마련한다고 약속했었다. 이후에도 1월에, 2월에, 3월 방역기준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소식이 없다. 장관의 말에 농가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동안 믿고 기다렸는데 지금에 와서는 또 야생멧돼지 탓을 하며 딴소리다”라고 질타했다. 

오 국장은 “방역기준이라도 말을 해줘야 준비를 하지 않겠는가. 장마철에는 공사를 못 한다. 추워지면 또 공사 못 한다. 방역기준이 나와도 공사를 진행 할 수 없으면 몇 개월을 허송세월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농가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관계자들도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사료대리점, 출하차, 사료차, 약품 대리점 관계자들의 어려움도 심각하다. 어제는 연천한돈협회 사무실 인근 사료대리점이 결국 문을 닫았다. 출하 기사들은 경기북부 지역에 출하할 돼지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차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료벌크차는 보통 1대가 2억 5000만원 정도인데 이를 그냥 세워놔야 하는 상황이다. 할부금은 매달 600만원씩 내고 있고 한다. 차 할부금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농가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숨을 쉴 수 있도록 조속한 재입식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농식품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동제한 해제를 위한 행정소송과 그동안의 손해배상 소송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돼지가 없는데 지난 2월 1일부로 이동제한을 걸어 놓고 해제하지 않고 있다. 8~9개월 넘도록 돼지를 사육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손해가 막대한 상황”이라고 향후 추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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