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 이행 관련 특별법은 농민축출 구조조정법

 
참여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이행과 관련 '선 대책마련 후 국회 비준' 입장에서 제정중인 '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른 농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일제히 '농민축출 구조조정법'을 규정하고 반발하는 등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현재 초안이 마련된 가운데 필요한 기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를 놓고 농림부와 재경부 등 관계 부처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별법'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농정의 핵심 목표였던 농업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데 역점이 두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법의 목표는 조기 은퇴 농가에 대한 경영 이양 지원, 작목 전환에 따른 영농자금 지원도 주요 골자라고 밝혔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특별법'은 과수, 시설원예, 축산 등 생산설비 투자가 많은 품목의 재배, 사육을 중단하고 폐업하는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원 대상 품목의 선정 및 지원기준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한편 급격한 수입 증가로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경우 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농규모를 확대하고 경영, 기술능력 향상, 고품질·친환경 농산물 생산, 유통 지원 및 연구 개발을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같은 지원을 위해 출연금, 기부금 등으로 8천억원 규모의 '자유무역협정 이행 지원기금'을 설치, 7년동안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기금 조성 및 운영방안도 들어 있다.
이러한 '특별법' 제정에 대해 농민단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심지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4백만 농민에게 약속한 '선 대책 후 비준'이란 원칙 약속을 져버렸다면서 FTA로 인한 농업과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농업인과 농업인 단체들의 시각과 입장을 최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바로 보자'라는 제목으로 작성 발표한 일문일답을 통해 알아본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발표 일문일답 전문

-자유무역협정이란.
▲세계는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한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 우루과이라운드가 있었듯이 현재는 도하개발의제(DDA)라는 이름으로 이해당사국들이 모두 모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해 당사국간에 입장차이가 있는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고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이에 무역자유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은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을 국가간에 맺는다. 투자협정이 자본의 투자를 더욱 쉽게 하기 위한 약속이라면, 자유무역협정은 국가와 국가의 제반 무역에 있어서 각 국가가 처한 조건을 무시하고 국가가 자국산업의 보호를 위한 제도, 관세 등 무역장벽을 완화,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간 또는 지역간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을 뜻한다.
―자유무역협정체결은 세계적 대세라던데.
▲지금은 그렇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중심의 WTO 체제아래서 이들은 시장쟁탈을 위해 자유무역협정, 투자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흐름을 형성하고 있어 각국의 협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세일지 몰라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없어지고 WTO가 출범했듯이, 또한 현재의 신자유주의 체제는 개발도상국과 NGO단체들에 의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면 그 어떤 변화된 시기가 올지 모른다.
문제는 현재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느 나라 어느 조건에 있는 국가와 체결하는 가이다. 국가들이 농업부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어떤가.
▲우리와 비슷한 농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 농업부문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농업이 취약한 도시국가인 싱가폴과 체결하였고 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농업부문을 예외로 하려고 한다. 또한 일본은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농업부문 때문에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소극적이다. 일본과 유럽연합은 칠레와의 협정에서 대다수 농업품목을 예외로 하려 하고 있고 또한 미국은 캐나다와의 협정에서 58품목을 예외로 두었으며 호주와의 협정을 앞두고 농산품 예외를 논의 중이다. 다른 여타의 선진국들도 농업은 예외로 하려고 하거나 자국의 피해가 예상되는 많은 품목을 예외로 하고 있다.
―농업부문에 발목이 잡혀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으면 무역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데.
▲이미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무역의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각국이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위해 협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예기했듯이 농업부문 때문에 협상이 잘 안되고 있고 지지부진하기도 한다.
세계 다른 나라는 이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농업은 공산품과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농업부문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고 자유무역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최소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공산품 수출로 인한 이득이 크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아닌가.
▲이번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은 학계에서도 별로 이득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농업은 파멸을 면할 수 없는 처지여서 정치권에서도 비준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남미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이 칠레는 외채도 많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나라이다. 따라서 현재 칠레 국민의 생활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구매력은 한계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공산품의 관세가 매년 1%씩 감축하여 6년 후에는 자동적으로 무관세가 된다. 칠레와의 협정을 맺지 않아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농업을 포기하면서 공산품을 수출하려고 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농업의 피해규모를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순히 수입과 수출로 인한 무역수지를 계산할 수는 있어도 농업의 특수성으로 연쇄적인 가격폭락, 농업몰락, 농촌황폐화, 환경파괴 등을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이것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다.
―특별법으로 농업피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마련됐다고 하던데.
▲정부가 내놓은 특별법의 내용을 보면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과수, 축산, 시설원예 농가 중 대다수 농가는 폐원을 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에 폐농, 작목전환, 직업전환 하라는 것이고 이 농가들에게 일정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피해농가에 대한 손실보전지원이 아니라 농사포기를 유도하는 탈농 구조조정법이다. 이것을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특히 특별법은 농업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과 과수, 축산, 시설원예부문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수부문만 집중되어 있다. 또한 기금조성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융자, 자부담이 60%에 달하여 농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고스란히 농가부채화 할 것이다.
―국회비준이 연기되면서 칠레에서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떨어지는 등 공업부문의 피해가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은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술수이다. 정부는 2002년 1년동안의 결과와 올 상반기(1월―4월)를 단순비교하여 자동차시장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2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고 선전하였다. 이것이 마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아서 시장점유율이 추락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결과 작년 동기간을 비교해 보면 금액면에서 시장점유율이 13%에서 13.3%로 오히려 상승한 걸로 나타났다. 그리고 일본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어도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1위이고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우리가 국회비준을 하지 않아서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 것이며, 한국 기업의 수출전략의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비준을 빨리 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재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내경제 또한 이러한 세계경제에 영향을 받아 국내시장의 투자위축, 소비침체가 계속되면서 경제가 어려운 것이지 비준을 하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특히 지금까지 기업들의 수출전략이었던 저임금을 통한 저가수출이 다른 개도국의 시장진출로 한계에 도달하였다. 기업들이 수출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공산품의 국외 시장점유는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어느 국가도 국가간 협정을 맺어서 비준하지 않은 사례가 없고 비준을 안하면 국제적인 신뢰추락이 예상되는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협상시작부터 농민단체, 학계, 정치권으로부터 대상국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협상 종료 후 결과에 대해서는 더욱 잘못된 협상이라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협상에 대해서 경제통상관료와 협상책임자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여론을 조작하며 협박조로 협정문에 서명한 이상 어쩔 수 없이 비준해야 한다고 정치권에게 애걸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역할과 입법부의 역할은 명백히 다르다. 행정부의 협상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지고 이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이라고 하는 국회가 최종 승인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공산품수출에 별로 도움도 안되고 농업만 몰락시키는 명백히 잘못된 협상이기 때문에 국회가 비준에 반대하는 것이다. 행정부의 독단적이고 밀실협상을 통한 협정체결에 대해 국회가 따져야 하고 잘못된 협정이기에 국회가 비준을 거부하고 다시 협상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현재 WTO DDA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준을 하게 되면 협상에서 우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개도국지위, 관세감축 최소화 등을 관철시킬 수 없기 때문에 설사 비준을 한다고 해도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리=이준영 기자 jun@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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