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관련 예방적 살처분 이후 8개월이 넘도록 재입식을 하지 못해 생활자금 부족으로 휴·폐업하는 한계농가들이 늘고 있다. 더 버티지 못하고 끝내 경매 처분된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 이대로 시간만 흘러간다면 위험지역 한돈농가 상당수가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접경지역(ASF 위험지역) 축산차량 농장 출입통제 제도 시행을 위해 374호(395호 중 21호는 휴·폐업)에 대해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축산차량을 완전통제 가능한 농장은 7.2%(29호)에 불과했다. 부분통제 가능 농장은 36.2%(134호)로 나타났다. 통제할 수 없는 농장은 56.4%(211호)로 절반을 넘겼다. 211호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가족농 형태가 많다. 해당 지역의 한 농가는 “사료회사들이 규모 확대 지원을 약속했지만 거절하고, 욕심 없이 지금까지 왔다”며 “가족이 먹고살면 된다는 생각에 몇십 년 돼지를 사육 중”이라고 말했다. 또 “농식품부는 축산차량 통제가 불가능한 농장에 대해 정책지원을 끊겠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농식품부가 ASF 위험지역 살처분 농가에 대해 재입식을 허가하지 않고, 축산차량 통제가 어려운 농가는 정책지원에서 배제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지역 양돈장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다. 그러나 ASF가 북한에서 언제 넘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지역 내 야생멧돼지는 그냥 놔둔 상태로 사육돼지만 없애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면 ASF 위험지역 내 사육돼지와 야생멧돼지를 모두 없앤다면 재발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야생멧돼지가 어떤 형태로든 해당지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야생멧돼지가 돌아다니는 상태에서 사육돼지만 없애는 것은 ASF 재발 방지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없애는 과정에서 해당지역 농가들만 힘들게 할 뿐이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ASF 위험지역이 한강 이남까지 넓어지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야생멧돼지 관리 대책의 하나로 1, 2차 차단벨트 구간 내 개체수를 제로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은 오히려 계절별, 지역별 야생멧돼지 방역대책을 차별화해야 한다며, 장기전 태세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강도 높은 야생멧돼지 포획을 추진해 ASF가 발생한 7개 시군 내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2019년 10월과 비교해 45.7% 줄였다고 발표했다. 어떤 근거로 45.7%란 숫자가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강원대 박선일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줄이려면 3년간 매년 75% 이상을 제거해야 실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45.7%가 정확한 수치라 해도 이 기준에는 한참 부족하다.
농식품부는 비정상적인 ASF 방역정책 개선 요구를 ‘농가 규제 강화’로 답변했다. 대한한돈협회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종료 기한을 두지 않고 농성에 들어간 이유다. 협회가 제시한 농가 요구사항이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한돈협회는 지금 한돈산업 발전 기틀 마련을 위해 ASF·농식품부·환경부·무관심과 싸우고 있다. 이번 농성이 성과 없이 끝나 ASF 위험지역 양돈장들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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