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키운지 50년 만에 이런 흉작은 처음입니다. 갈수록 환경이 안 좋아지니 양봉업을 그만 접어야할지 고민입니다.”
충남 공주에서 벌을 키우는 한 양봉인의 하소연이다. 
그는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산도 많고 밀원도 많고 날씨도 좋아 꿀이 잘 들어왔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남부·중부·북부 지역별로 아카시아 개화 간격이 넉넉해 같은 자리에서 3~4번씩 꿀을 뜬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5월 한 달 내내 아카시아 꿀을 뜰 수 있었다.
지금처럼 양봉인들도 많지도 않은데다, 대규모로 하는 농가들도 적어 꿀도 잘 들어왔다. 말 그대로 호시절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점점 더 양봉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남쪽지방부터 서서히 북상하며 개화되던 전례와 달리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동시개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양봉이 퇴직 후 실버농업으로 각광받으며 매년 신규 양봉농가가 급증해 꿀벌의 밀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꿀벌 바이러스 질병과 병해충도 급증하는 추세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이상저온 현상으로 매년 풍작과 흉작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7년 평년작이었던 아카시아꿀 생산량은 2018년에는 흉작, 2019년 풍작에 이어 올해는 다시 흉작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꽃대 발육시기였던 지난 4월 저온현상으로 꽃대가 냉해를 입은 데다, 본격 채밀기인 5월 들어서도 낮은 기온과 강한 바람으로 벌들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때문에 올해 아카시아 꿀 생산량이 최악의 흉년으로 기록된 지난 2018년보다도 못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의 상황은 예년보다 더 심각하다. 잦은 비로 인해 벌들이 물어온 꿀 역시 수분이 많이 함유된 ‘물꿀’이 대부분인 까닭에 많은 양봉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아직 채밀기가 일주일 이상 남아있어 단정할 순 없지만,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농가 지원은 제때 이뤄지는 게 핵심이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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