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불가능’ 여론 거세

“산란일자·포장지로 충분
통합해 업체 부담 완화를”
유통업계, 이중규제 반발

선별 포장할 때 번호 교체
자동화 작업으로는 어렵고
전산신고는 일일이 수작업

대형마트, 부담 업체 전가
손실 고스란히 떠안을 판
시행되면 범법자 불보 듯

 

“계란이력제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제도입니다. 계란업계 종사자 모두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한 계란유통업체 종사자의 하소연이다.
경기도에서 계란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계란이력제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장 오는 7월 1일부터 계란이력제가 본격 시행되는데, 계도기간 종료를 한 달 여 앞둔 현재까지도 업계의 우려는 여전한 실정이다.
가금이력제는 닭·오리·계란의 유통·판매 등 모든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문제 발생시 신속한 회수와 유통 차단이 가능한 제도다. 
소비자가 포장지에 표시된 이력번호 12자리를 ‘축산물이력제’ 앱이나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생산자, 선별포장업체, 수집판매업체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됐으며, 지난 1월 전면시행에 나선 후 오는 7월 의무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들이 여전히 계란이력제 시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는데 있다.
이미 계란 난각에는 이력정보를 기입하고 있어 이중규제인데다, 선별포장업체의 전산 및 인력문제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대형마트 등 최종 판매업체의 프로세스가 구축되지 않은 까닭에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계란유통업체들은 계란이력제가 이중규제이자 악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계란이력제의 본 취지처럼 계란의 이력 확인이 목적이라면 기존 시행 중인 난각 산란일자와 계란 포장지만으로도 충분하다는게 그 이유다.
이미 난각에는 산란일자와 농장고유번호, 사육환경이 표시돼있고, 계란 포장지에는 선별포장업체의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이 표기돼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어디에서 계란을 구입했는지를 인지하고 있으니 판매처의 정보까지 굳이 없어도 된다는게 이들 주장의 근간이다.
한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식약처의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와 농식품부의 계란이력제는 유사·중복제도”라면서 “어느 하나를 폐지하거나 둘을 통합해 업체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력번호 발급과 전산입력이다.
한 예로 어느 식용란선별포장업장에 10개의 농장에서 3일간 집란된 계란이 50개의 거래처로 나간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농장별·산란일자별·거래처별로 각각 150개의 이력번호가 필요하다. 
선별포장작업시에도 각 거래처별로 이력번호를 교체해줘야 해 자동화작업이 불가능하고, 전산신고 역시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소·돼지처럼 몇 십~몇 백 단위가 아니라 몇 십만~몇 백만 단위로 움직이는 까닭에 몇 명이 전산업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다, 최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까지 맞물려 업체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납품할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하다. 여러 이력을 가진 제품을 받을 경우 대형마트 역시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선별포장업체에 단일 이력의 계란납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자들은 이 경우 납품업체에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농장에서 한 날짜에 산란된 계란이어야 단일 이력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남는 물량은 다른 곳에 판매할 수도 없어 부득이 폐기하거나 액란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국내 굴지의 대형유통업체 역시 계란이력제를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물류센터로 벌크 제품을 보내면 소분해 각각의 마트로 납품되는 구조라, 이들 역시 수십~수백개에 달하는 이력을 일일이 관리할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이력번호를 지목했다.
대형유통업체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 산 계란의 이력번호를 조회하더라도 최종 판매처가 아니라 물류센터로 이력이 잡힌다는 것. 이를 바꿔 말하면 대형유통업체 역시 판매처 등록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관련해 또 다른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국내 굴지의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이력관리가 안 된다는 것은 중소형업체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얘기”라며 “7월 1일 이력제가 본격 시행되면 계란유통업체 모두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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