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미영 기자

3월3일(삼겹살데이) 5월2일(오리데이) 6월9일(육우데이) 9월2일(닭고기데이).
최근 축산업계에는 소위 ‘데이’행사가 유행이다. 기념일 제정을 통해 소비 활로를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 근본 취지다.
지난 1일 실시된 우유의 날 기념행사는 이와 맥락은 같이 하면서도 보다 큰 뜻이 포함돼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Q)가 2001년 6월 1일을 세계 우유의 날로 정한이래 많은 나라가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를 되새기며 중요한 기념일로 다양한 이벤트와 기념 행사를 진행하는 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제1회 우유의 날 행사는 업계의 전향적인 참여 부족에 따른 반쪽자리 행사로 빛을 잃었다.
당초 행사는 한국낙농육우협회를 비롯, 농협중앙회, 낙농진흥회, 한국유가공협회 등 범 업계 차원의 준비와 출범이 기대 됐었으나 세부적인 진행방법 부문에서 공감대 형성에 실패, 낙농육우협회 단독 진행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이날 행사에는 유가공업계의 경우 협회 및 유업체 관계자 서너명만 참석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우유의 날 개최 장소가 최근까지 확정이 안돼 행사 참여 공문을 띄우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유업계의 불참 배경을 설명했지만 낙농가와 유업계, 소비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자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했다.
원유 수급 안정과 식량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미래 통일시대에 대비한 대북 우유지원의 물꼬를 트자는 뜻에서 기안된 통일 우유 보내기 선포식도 우유의 날 행사에 덧씌워지면서 의미는 퇴색했다.
이날 행사에 배석한 관계자들은 “우유의 날 행사가 주인지 통일우유 보내기 선포식이 주인지 행사의 명확한 성격 구분이 없다”면서 “기념식이라면 선포식이 있은 후 진행되는 것이 순서인데다 유공자 표창 등 기본적인 행사는 왜 생략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행사 진행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
이날 행사에는 농어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한화갑 대표를 비롯 중요한 내빈이 대거 참석, 행사의 위상은 높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자 소개명단에서 제외되는 웃을 수 없는 해프닝까지 연출됐다.
게다가 오전 행사 직후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 분석에서도 30명 남짓한 관계자들만이 자리에 남아 쓸쓸한 뒷여운을 남겼다.
세계우유의 날은 세계식량농업기구가 공식 후원하는 것은 아니므로 각 나라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각국마다 기념일 행사를 하게 되면 행사의 주제와 우유, 유가공산업과 관련된 것을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기도 하며, 국가의 중요 기념일로 포함시킨 나라도 있다고 한다.
출발부터 모든 부문이 100% 만족된 상태에서 시작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소비자와 낙농가, 유업계가 모두가 함께 하면 더 빛날 수 있었던 우유의 날 첫 출발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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