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마련 ‘애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규제’

살처분 농가는 9개월 째 허송
이자 등 경비 부담 한계 도달
멧돼지 박멸보다도 이동 통제
‘가전법’ 개정 원래 취지 왜곡
영업 손실·잔존가치 제외하고
‘순소득만 지원’은 현실 무시

한돈산업 사수 생존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이 포천, 철원, 화천 농가들의 합류로 집회가 됐다. 농성 시작 전 경찰, 취재진, 한돈농가가 뒤엉켜 있다.(왼쪽) 세종정부청사 인근에 설치한 천막농성장. 한돈협회는 농가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 실시를 천명했다.
세종정부청사 인근에 설치한 천막농성장. 한돈협회는 농가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 실시를 천명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1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돼지 재입식과 축산차량 출입 통제조치 완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협회는 ASF가 북한지역에서 반복 유입되는 상황 속에서 농장에만 과도한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며,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다음은 한돈협회에서 밝힌 대정부 요구사항이다.

 

 

■ 한돈농가 요구사항 

 

# 살처분 농가 즉시 재입식 허용 

지난해 9월 국내 ASF 발생으로 시·군 단위로 사육돼지가 대거 살처분 됐다. 이들 농가는 빈 돈사만 바라보며 애를 태우고 있다. 261호 전체 재입식이 어렵다면 정부가 요구한 방역수준을 갖춘 농가부터 단계적 재입식 추진을 건의한다. 

농가들은 당장 돼지를 입식 해도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는 최소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사육중단 기간이 8~9개월을 넘어가며 이자 등 경비가 속출하면서 많은 농장들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재입식이 늦춰진다면 현실적인 생계보장이 필요하다. AI 휴지기 보상과 같이 소득안정자금 형태의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 광역울타리 내 야생멧돼지 완전 소탕 

‘환경부의 직무유기’가 ASF 위기 본질이다. 야생멧돼지 관리의 최우선 과제는 광역울타리 내에 있는 모든 야생멧돼지 박멸이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울타리로는 멧돼지의 전파 방지에 한계(부실 설치, 넓은 미설치 구간, 언덕 구간 등)가 있다. 고속도로를 활용하고, 광역수렵장을 확대 개설하며, 전문 수렵인 총동원령(전국 5000여명 투입 가능 예상)을 내려야 한다. 전국 야생멧돼지의 75%를 매년 3년간 포획·제거해야 만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줄일 수 있다. 

 

# 살처분 명령 500m 이내로 제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국회가 추진한 가전법 개정의 애초 취지는 ASF로 인해 고통받는 농가 지원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농가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개악으로 변질했다. 

야생멧돼지 ASF 발생 시 살처분 도태 명령은 500m 이내에서만 하고 방역 우수농가는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동제한 범위는 야생멧돼지 ASF 발생 반경 1km, 이동제한 기간은 발생일로부터 21일 이내로 해야 한다.

 

# 한돈농가 출입차량 통제 저지 

정부는 객관적인 사례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접경지역 농장 차량 통제를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최소 6개월 이상의 시설준비 기간과 이에 드는 경비 일체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생멧돼지 박멸대책이 우선이다.

 

# ASF 피해농가 영업손실·폐업지원 

이동제한, 입식제한 등으로 경영악화, 경영손실을 입은 농가들에게 반드시 영업손실, 폐업을 지원해야 한다. 영업손실 내용에는 입식제한, 이동제한 피해 등 간접적 피해도 포함해야 한다. 폐업지원 시 축사 잔존가치 등을 보상해야 한다. 수억~수십억에 달하는 축사시설 잔존가치와 고비용인 철제비용(슬레이트 등)이 없이 2년간 순소득만 지원하는 폐업지원은 수용할 수 없다. 

 

# 농식품부·환경부 장관 즉각 퇴진

ASF로 한돈산업은 고사 직전인데 농식품부, 환경부 장관은 농가의 고통을 외면하고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있다. 성과주의 전시행정으로 본인의 거짓 치적을 자화자찬하는 장관들의 행태에 농가들은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실력행사로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말·말·말

“미발생은 농가의 노력 덕분이다”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600여건이 발생했어도 현재 농가 발생은 없다. 농가들이 철저한 차단방역과 소독 등 자체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보상금, 대부분 이자 비용으로”
◌…ASF 발생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는 국경검역을 실패한 정부 책임이 크다. 살처분 농가들은 8~9개월이 지나는 동안 생활비와 이자 갚는데 보상금을 다 사용해 부도 직전이다. 이것이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상황인가?


“협조한 대가가 규제라니…”
◌…정부의 방역정책에 협조한 대가는 입식제한과 이동제한이었다. 이후에도 법적 근거가 없는 사유재산 제한이 잇따르고 있다. 한탄할 노릇이다.

 

“농가 죄인 취급 좀 그만해라”
◌…ASF와 같은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 발생의 가장 큰 피해자는 농가다. 농가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전염병을 근절시킬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농가를 매사에 죄인 취급하고 있다.

 

“야생멧돼지가 생사여탈권을”
◌…죽은 야생멧돼지가 살아 있는 한돈농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정부는 야생멧돼지 ASF 발생이 빈번하므로 불가피하게 농장의 축산차량 출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작 야생멧돼지를 잡았으면 되지 않나. 

 

“장관이면 제대로 말 좀 해달라”
◌…김현수 장관은 최근 ASF 긴급간담회에서 야생멧돼지 안정화 전에는 재입식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안정화 되는 때를 알려줘야 하지 않나? 

 

[현장 인터뷰]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멧돼지만도 못한 대우”

 

농가 희생만 강요하는 대책

농식품부·환경부는 각성하고

정당한 요구 적극 수용해야

 

 

“한돈농가의 생존권은 지금 야생멧돼지의 생존권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야생멧돼지 전면포획은 포기한 채 농가에 고통을 주는 기존 ASF 정책은 바꿔야 한다”며 개탄했다.

또 “ASF는 북한에서 왔다고 한다. 야생멧돼지에 이동제한을 걸고 광역울타리 내에서 전면 포획하는 것이 정부 책임인데, 농가에만 이동제한을 걸고 고통을 주고 있다”고 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에 동참해 자식 같은 돼지를 묻은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농가들에 대한 생존권 보장과 합리적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농가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대정부 투쟁에 들어간다고 천명하고 “모든 정책을 입안·수립할 때 농가와 협의 할 것”을 주문했다.

 

 

 

[현장인터뷰] 이준길 대한한돈협회 북부지역협의회장

 

“방역대 허술…곳곳에 구멍”

 

멧돼지 남하…확산 시간문제

사육돼지와 공존방안 찾아야

살처분 농가 재입식 길 터라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공존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준길 대한한돈협회 북부지역협의회장은 “포천과 철원지역 농가들은 야생멧돼지로부터 안전하게 돼지를 사육 중이다. 100개 농가가 넘는다”며 “지난해 10월부터 7~8개월째 감염 없이 잘 키우는데도 장관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260여 살처분 농가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정부에서 1000억원들여 설치한 광역울타리는 야생멧돼지에 의해 계속해 뚫리고 있다. 양돈장에서 울타리를 이렇게 설치했다면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협의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농가 생존에는 관심이 없는 김현수 장관은 물러가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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