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기능·대표성 상실”

상장물량 너무 적어 기대난
조그만 물량 변화에도 요동
물량 조절로 가격 왜곡까지

일·월·계절별로 진폭이 심해
돈가 불안정 현상 지속 발생

외식업체들 외국산으로 이탈
새로운 기준가격 제시 시급

도매시장 돼지가격이 대표성이 없는 까닭에 정산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돼지가격 정산방법을 둘러싼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돼지고기 거래물량의 대부분이 농가와 가공업체간의 직거래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돼지고기 정산방법은 도매시장 가격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돼지고기 가격을 쥐고 있는 도매시장 상장두수가 갈수록 줄어든다는데 있다.
실제 지난 2000년 27.3%였던 돼지 도매시장 상장물량은 2010년 11.7%으로 반토막 났고, 지난해에는 5.9%까지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 11개 도매시장의 일평균 출하물량은 276두로 나타났다. 또한 일평균 상장마릿수가 100두 미만인 도매시장은 3개소였으며, 이중 하나는 39두에 불과했다.

 

# 물량 적어 도매시장 기능 못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돼지 도매시장 가격이 대표가격으로서의 기능과 대표성을 상실했다며 돼지가격 정산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장물량이 너무 적어 도매시장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육류유통 전문가는 “도매시장 상장마릿수가 적다보니 조그만 물량 변화에도 경매가격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면서 “출하물량 조절을 통한 가격왜곡 및 개입소지도 있어 농가 불신도 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주와 등외물량을 제외한 전국 11개 도매시장 상장마릿수 역시 최소 39마리에서 최대 583마리로 편차가 큰 실정”이라며 “이는 도매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전문가 역시 이같은 점에 동의했다.
그는 “상장물량이 적다보니 돼지 한 차만 더 들어와도 가격이 급락하고, 덜 들어오면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등락이 심해 돈가가 불안정한 까닭에 양돈산업의 피해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자급률 하락…수입량은 급증
실제 국내 돼지가격은 일별·월별·계절별 진폭이 심하고, 돈가도 매우 불안정한 실정이다.
지난해 월별 최고가격은 4791원으로 최저인 3143원과 무려 1648원이나 격차가 벌어졌다.
또한 최고와 최저가격 차이는 지난 2017년 38%(1493원)에서 2018년 44%(1595원)로, 지난해에는 52%(1648원)로 나타나는 등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돈가 불안정 현상이 국내산 돼지고기 자급률 하락을 부추긴다는데 있다.
국내산은 가격변동 폭이 큰 까닭에 원료육·식자재·프렌차이즈 등 돼지고기 취급업체에서 가격변동이 적은 수입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관계자 역시 국내산 돼지고기의 가격변동 폭이 큰 점이 업체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료가격에 변동이 있든 없든 판매가격은 일정하기 때문에 원료육 가격상승시 업체의 수익은 줄어든다”면서 “등락폭이 크면 안정적인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 수입육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산 돼지고기 자급률과 돼지고기 수입량은 반비례 관계를 보이고 있다.
실제 국내산 돼지고기 자급률은 지난 2010년 80%에서 2018년 67.3%로 하락한 반면, 돼지고기 수입량은 지난 2010년 17만9000톤에서 지난해 42만1000톤으로 무려 2.3배나 급증했다.

 

# 돼지가격 정산방법 개선 시급
이에 업계에서는 돼지가격 정산방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매시장 상장마릿수가 너무 적은 까닭에 돼지가격으로서의 대표성이 부족한데다, 가격이 시장의 수급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도매시장의 본래기능인 유통 원활, 적정가격 유지, 생산자와 소비자 이익보호 등의 역할을 못 해내는 등 기준가격으로서의 대표성뿐 아니라 신뢰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4%의 상장물량이 생산액 7조3000억원의 거래를 대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돼지거래의 대부분이 농가와 가공업체간의 직거래인 상황에서 극히 일부인 중도매인의 거래가격을 대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경락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기존 방식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기준가격 제시가 시급하다”면서 “해외사례를 참고해 국내 상황에 맞게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최근 ‘돼지가격 결정체계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갖고 본격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향후 돼지 거래방법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