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란선별포장업 유예 가능할까

♣ 양계협회 중심 ‘유예’

“광역계란유통센터 지연
코로나 사태로 교역 차질
주요 기자재 도입에 애로
방역상 외부 계란 반출입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구조적 문제 해결 급선무”

♣ 일부 유통업체 ‘시행’

“허가 받은 업소 총 193곳
24일까지 300여곳 될 것
정부 말 믿고 수 억 투자
힘들게 시설을 갖췄는데
또 다시 유예하면 물거품
조기 허가자만 바보 꼴”

 

식용란선별포장업 계도기간 종료가 임박해오면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오는 25일부터 가정용 계란은 반드시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을 거쳐 유통돼야 하는데, 3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기반시설 부족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계란의 위생관리를 위해 선별·세척·건조·살균·검란·포장 등의 과정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종이다.
영업자는 검란기·파각검출기·중량선별기·세척기·건조기·살균기 등 식용란 선별·포장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위생관리를 위해 HACCP을 의무 적용해야 한다.
지난 2018년 4월 25일 본격 시행 예정이었지만 현장의 준비기간을 감안해 1년 유예에 이어 1년의 계도기간이 부여된바 있다.
하지만 기반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식용란선별포장업 계도기간을 또다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양계협회는 계도기간을 연장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각에서는 이미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한 만큼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현 상황서 법 시행은 무리
먼저 양계협회는 식용란선별포장업 계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계도기간 종료를 눈앞에 둔 현재까지도 제반시설이 충분히 설치되지 않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게 그 이유다.
양계협회는 그 근거로 광역계란유통센터(EPC) 추진사업 지연을 지목했다.
정부 지원으로 일부 추진 중인 EPC가 일일 계란 생산량 대비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이마저도 자금조달 및 지자체 허가지연 등의 문제로 완료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발생으로 교역까지 차질이 빚어지며 선별기 등 주요 기자재 도입에도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협회는 현재 허가받은 식용란선별포장업장 개수를 고려하더라도 최소 60%의 농가는 계란판매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3월 19일 현재 산란계 농가수 대비 선별포장업장 허가업체 비율은 지역별로 많게는 32%에서 적게는 6.4%까지 평균 16.16%에 불과하다는 것. 게다가 농장 내부에 설치한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의 경우 외부계란을 취급할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론 방역문제로 외부계란 반출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양계협회의 주장이다.
식용란수집판매업자의 재포장 관련 HACCP 인증업체가 미비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식용란수집판매업자는 HACCP 인증을 받을 경우 계란을 재포장해 판매할 수 있는데, 현재 농장을 제외한 국내 식용란수집판매업체 2200개소 중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는 3월 19일 현재 235개소, 전체의 10.7%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현 상황에서 법을 시행하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며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이 충분히 설치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허가 업체 입장도 고려해야
반면 일부 유통업체들은 기존 계획대로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시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2020년 4월 25일부터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을 거치지 않은 가정용 계란은 유통·판매할 수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수억 원을 투자해 시설을 갖췄는데 또다시 계도기간을 부여할 경우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았다”는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계도기간을 부여한다고 말했으면 굳이 그 큰돈을 들였겠느냐”며 “정부의 말을 믿고 일찍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4월 2일 현재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업소는 총 193개소로, 24일까지 약 300개의 업소가 허가를 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미 허가를 득했거나 득할 이들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기 위해 지난 일 년 간 착실하게 준비해왔다”면서 “준비를 안 한 사람들 때문에 준비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계도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이들은 유예 및 계도기간으로 부여된 2년간 대체 뭘 한 것이냐”면서 “현재까지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계도기간을 연장하더라고 바뀌는 것 없이 그대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식용란선별포장업과 관련해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해 향후 식약처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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