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제한양상 과거와 달라
막연한 불안보단 장기화 대비를

지난 3월 30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피치그룹 산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의 글들을 인용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식량 위기를 보도했다.
국내 언론들도 앞 다퉈 식량안보 관련 뉴스들을 실으면서 일부 국가들의 곡물 수출 제한이 식량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2010년에서 2011년까지 수급 불안정으로 두 차례나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경험을 한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가 곡물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대두, 소맥 선물들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시장의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만큼 가격이 치솟는 현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최근 들어서는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옥수수와 대두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소맥은 고점에서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아래로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주요 소맥 수출국들이 내수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출제한 카드를 꺼내고 있지만 과거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야기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마다 국경을 폐쇄하고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함에 따라 산업 시설의 가동이 중단되고 물류 흐름이 막히는 것이 문제이지 곡물 생산의 불안정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식료품 사재기 열풍으로 곡물 공급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나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킬 만큼의 재난 상황은 아니다.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및 사망자 수에서 이미 중국을 따라 잡았으며 감염자만 20만 명을 넘어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됐다.
30개 이상의 주가 ‘자택대피명령’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으나 농산물을 필수산업 분야로 취급해 농산물의 운송 및 수출은 제약을 받고 있지 않다.
미국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동 제한으로 인해 물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운송업체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장거리 운송을 회피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의 경우 착유 공장으로의 대두 공급이 50% 이상 줄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브라질 농무부는 화물 운송 관련 시설들을 필수 서비스로 분류해 이동 제한에서 배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도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G20 화상 통상장관회의에서도 의료장비와 기타 필수품들의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력을 다짐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국제 협력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곡물 가격이 급등하지 못하는 요인은 국제 금융 및 에너지 시장의 하락 때문이다. 각국의 경기 부양과 국제 공조 등에도 불구하고 이동 제한으로 인한 경제 활동 중단과 실업난 가중이 세계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원유 증산 경쟁으로 인해 붕괴되어 있어 급작스레 식량 위기를 논할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피해가 더 커질 때를 대비하는 자세는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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