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을 시원하게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할뿐 아니라 가축도 많은 괴로움을 당하게 한다. 사람이야 에어컨이다 선풍기다 하다 못해 나무 그늘이라도 찾아가서 더위를 식히지만 가축은 오직 축주가 제공하는 환경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축주는 가축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생산물의 가격이 좋아서 가축들이 돈을 척척 벌어 줄 때는 지극 정성으로 가축에게 편의를 제공하려 하지만 달걀은 낳을수록 적자요, 우유는 생산해 놓아도 판매할 곳이 없고 돼지값은 생산원가를 밑돌고 있는 형편에서는 사람은 감정이 움직여서 자칫 관리에 소홀하기 쉽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미워하기까지 할 수 있다.
소가 무슨 죄가 있으며 닭, 돼지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오로지 그 책임은 우리 축산인에게 있는 것 아닌가.
그 원인이 외부적인 것이든 내부적이든 소비가 위축이 되었든 생산과잉이 되었든 어떻든 간에 인간들이 결정한 결과의 산물임에 틀리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에는 꼭 장마를 동반하는 무더위를 만나게 된다. 비와 빛은 모든 식물에게는 필수불가결의 것이고 이러한 현상이 없으면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주는 것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과학적 연구의 소산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고마운 자연의 혜택도 지나치면 우리 인간사에 큰 손실을 주기도 한다. 예컨대 홍수같은 것이 짐작하기에 쉬운 예가 될 것이다.
햇빛과 비.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에 틀림이 없겠으나 우리의 기후조건에서는 여름철의 햇빛과 비는 가축을 기르는데 조금은 경계를 해야할 일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 돼지, 닭은 사람보다 체온이 높다. 체온이 높으니 더욱 더위에 약하고 더 시달리게 된다.
더위에 시달리면 우선 생산성이 떨어질 것은 불문가지이나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게 된다. 이러한 악재 위에 눅눅한 습기는 병원성 세균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더욱 질병에 감염될 위험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습기와 고온은 사료나 물을 부패하게 하기 쉽다. 조금이라도 오염된 물은 세균의 온상으로 변하기 쉽고 사료는 곰팡이류의 좋은 서식처로 변하기 십상이다.
일반적으로 공장을 떠난 사료는 벌크의 경우 농장의 사료 "빈"에 옮겨지든지 포장된 것은 농장의 창고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지대사료의 습기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는 오히려 부패를 감지하기가 쉬우나 사료빈에 들어가 있는 사료는 파이프를 타고 가축의 식탁으로 옮겨지니까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 큰 복병이 있음을 우리는 간과 해서는 안된다.
우선 사료빈이란 것이 비만 막아줄 뿐 외부의 온도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온도보다 배, 혹은 그 이상으로 높게 올라간다.
그리되면 사료 속에 함유된 수분, 즉 13∼15%에 해당하는 습기가 열을 받아서 곡물조직을 이탈하게 된다. 이 이탈한 습기는 저녁시간 온도가 내려가게 되면 바로 사료빈 내부에 결로현상을 일으키게 한다. 이 결로현상은 사료를 부패하게 하고 부패한 사료는 사료빈의 안 표면에 부착되게 된다. 그러면 빈속의 사료흐름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축주는 다음 사료를 가져온 벌크로부터 내면에 붙어서 나오지 않은 양만큼 사료를 덜 받게 된다. 즉 붙어있는 양만큼 이중 삼중으로 사료 값을 지불하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부패한 사료는 바로 가축에게 병을 일으키게 하는 직접적 요인이 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가축들은 사료가 맛이 없으니까 채식량이 줄어들고, 채식량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낮아진다. 채식량의 저하는 알을 생산한다든지, 고기를 만든다든지 하는데 사용될 양의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에 괜히 유지사료만 근근히 먹게되는 심각한 사태를 유발하게 된다. 또 부패한 사료를 가축들은 본능적으로 감지 가능해서 입으로 사료를 더욱 휘저으며 사료통 밖으로 내보내게 되어 사료의 낭비가 이만저만이 되는 결과를 초래케 한다.
하여튼 여름철에는 일단 가축을 시원하게 해주고 청결한 물과 신선한 사료가 공급되도록 주의할 일이며 습기에 시달리지 않도록 환경관리에 최선을 다할 일이다.
이것이 행복한 가을을 맞기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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