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을 구축하자

캐나다 원주민들의 자조적 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기독교가 들어와서 열심히 복음을 받은 결과 자기들 손에 있었던 땅은 자기들 손을 떠나고 땅대신 성경이 손에 쥐어졌다라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보면 참으로 다행한 복 받은 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부질없는 땅 대신에 천국을 가졌으니 이 이상 좋은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고 하겠으나 캐나다 원주민의 생각은 결코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WTO/DDA 이런 국제회의에서는 모든 생산물을 평등관세 대상으로만 인식하려하고 이러한 결과로 얻어진 협상은 우리의 농업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불안을 잉태케 함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 문제가 4백만 우리 농민의 생사에 직결되는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이 문제에 관한한 일과성의 것이 아니라 근본적 해결방법을 꼭 찾아야 된다는 당위성과 강박관념에 지금 빠져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도 우리는 보고 있고, 업계도 노력하지만 그 성과가 우리에게 어느 정도 생존의 길이 열릴 것인가에 큰 회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불안한 것이다.
협상은 어차피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내노라하는 협상꾼들의 모임에서 우리의 주장이 다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결국 난망한 희망일 뿐이다. 따라서 협상은 협상대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될 명제이며 이에 수반하여 우리 내적문제도 협상 못지 않게 아니 그 보다는 더 우리의 의지가 작용할 수 있다는 사안 일게다.
우리의 내적문제, 가장 이상적인 노력이고 또 확실한 결과가 얻어질 일은 모든 농산물과 축산물이 국제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말같이 쉬운 일인가. 지고 지난한 문제이기에 걱정의 원천도 여기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부 축산물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소비하고 남은 우유 때문에 미증유의 홍역을 겪고 있으며 이의 해결책중 한 부분으로 강한 감산정책을 쓰고 있다.
감산정책만 쓴다고 해서 원유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결코 없다. 극단적 표현을 한다면 낙농을 전부 포기하고 값싼 외국산 원유를 수입하여 국민의 우유마시는 욕구를 충족하든지 생산원가를 외국수준으로 낮추어 생산하든지 하는 것이 근원적 해결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해결방안은 공히 실현성도 없고 또 그렇게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되는 일 아닌가.
그런 고통을 겪고있는 와중에서도 유제품의 수입량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예컨대 혼합분유, 유장분말 치즈 등 우유가공식품이나 가공식품, 발효유·과자·아이스크림 등에 사용되는 원료유는 괄목할 만큼 수입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수입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은 유장분말로 지난해 2천990톤이던 것이 올해는 5천366톤으로 80%나 증가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유장분말이라는 것은 우유의 고형물질 21%를 온갖 방법으로 골라내고 나머지부분, 즉 인간의 기술로는 물이 포함된 상태에서는 도저히 물과 불리해 낼 수 없는 부분을 물을 날려버림으로써 분말로 얻어지는 산물이다. 그러니까 치즈 등을 만들고 남은 것이 물같이 맑아야 되는데 뿌연 상태로 되어있다. 이것을 건조해서 얻어지는 것이 유장분말이다.
이의 고급품은 대단히 고가여서 제약의 원료로 쓰인다든지 우리가 보는 사전류를 만들 때 쓰이는 인디안지(紙)의 종이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데 유장분말이 일반식품의 가공용으로 쓰여지기 위하여 수입되어졌다면 필시 저급질의 유장분말일 것이고 이를 이용한 식품유는 우유를 사용했다는 흉내내기일 따름 별의미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질 좋고 신선한 우유는 남아서 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꼭 값싼 저급원료만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 가공식품의 가격을 높이고 이를 소비자에게 홍보해서 양질의 유가공 식품을 국민에게 공급하는 상술과 국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까.
이제 제도적으로 금하지만 말고 먹거리문제는 결국 농협이나 전문조합이 기업같이 유통망을 형성하여 우리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우리 국민에게 농축산인이 직접 공급하는 유통구조의 형성도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는 좋은 길이 아닐까 본다.
우리국민의 손에 우리우유 대신 유장분말 범벅이나 우리 쌀대신 옥수수가 들려지도록 하는 어리석음을 피하자. 현행 가공법을 고쳐서라도 의지만 있다면 우리의 경제력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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