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자체의 행정으로 농민들이 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는 제목으로 지자체의 배상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 따르면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소를 사육하고 있는 농민(축산농가)들이 시에서 추진하는 마을 내 축사 이전 사업 및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축사를 이전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축사 이전은 청주시의 축사건축허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축사 예정지 인근 마을 주민 60%의 동의도 받았다. 축사 이전·신축에는 축산농가들이 평생 모은 재산이 들어갔다. 심지어는 시에서 주선한 정부자금을 지원 받기도 했다.
축사 건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농가 중 일부는 건축공사의 모든 공정이 완료된 상태로 사용승인만을 남겨둔 곳도 있었다. 소 키우는 것을 천직이라 여기는 농가들이기에 곧 완공될 축사에 대한 기대감은 한 없이 컸다.
하지만 축사 신축 예정지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청주시가 축사 건축 관련 법을 잘못 적용했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행정심판까지 이르러 결국 해당 축사건축 허가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학교의 기숙사가 인구밀집지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청주시가 인구밀집지역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행정심판이 있던 날 농가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분을 토했다.
축사 건축에 사용한 수십억원의 돈이 모두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 농가들은 60~75세에 이르는 고령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모은 전 재산과 노후자금을 모두 축사 건축에 사용했기에 금융기관 및 가족 친지들로부터 빌린 돈과 그 이자를 갚을 길이 없다.
여기에 지금까지 지어진 축사의 철거비용 및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수 억원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농가들이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청주시가 법령을 잘못 해석해 낸 축사건축허가는 위법한 허가라고 최종 판시했다. 결국 청주시의 잘못된 행정으로 농가들의 축사건축허가가 취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청주시의 잘못된 행정으로 농가들은 모두 파산의 문턱에 섰다. 고령인 농가들로서는 다시 재기할 힘도 재산도 없다.
다만 법원이 청주시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은 농가에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해당 부지에서 축산경영을 희망했던 농가들의 꿈과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또 청주시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지자체의 잘못된 행정으로 축산농가가 피해를 입는 사례는 적지 않다. 경기도에서 낙농업에 종사하던 A씨는 1990년대 중반 일시전용허가 및 축사보조금정책에 따라 축사를 이전 건축했지만 지자체의 행정 오류로 일시전용허가증을 교부받지 못했다. 이후 지자체의 지원으로 축사를 증축하며 가축사육업 등록증도 교부받았지만 수년 전 무허가 시설로 분류돼 고통을 겪었다.
양돈장을 운영하는 B씨 또한 지자체의 행정 실수로 농장 인근에 대학교가 들어서면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과실 행정으로 축산농가에 중대한 피해를 입혔다면 해당 지자체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들 축산농가의 염원은 하나다. 그 무엇보다도 축산업을 영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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