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10월 2일 첫 신고 이후 지난 11일까지 총 349건의 ASF 감염 폐사체가 발견됐다. 지역별로는 화천군이 138건으로 가장 많고, 연천군 119건, 파주시 70건, 철원군 22건이다. 이로 인해 ASF 피해농가들의 돼지 재입식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나오는 동안에는 재입식을 허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SF 재발 위험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농식품부의 이 같은 의지는 확고하다. 이에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입식 시기는 기약이 없다. 농가들이 재입식 허가를 기다리다가 못 견디고 끝내 농장을 버리고 스스로 떠나길 바라는 마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강원대 박선일 교수에 따르면 현재 발견한 폐사체 보다 발견되지 않은 사체가 5배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야생멧돼지 폐사체 한 마리 발견시 반경 25km까지 수색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금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폐사체 수색 인력 증원이나 총기포획 강화 계획은 아직 없다.
야생멧돼지는 ASF에 감염됐고 잠복기를 거쳐 폐사했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백골이 된 폐사체는 언제 죽었는지 추정이 쉽지 않다. 오래 전에 죽었는데 지금 발견된 것이다. 이동제한 등 방역대 설정 및 각종 방역조치는 폐사체 상태와 상관없이 발견된 시점부터 시행된다. 오로지 발견된 시점을 기준으로 방역대를 설정한다. 이미 죽은 야생멧돼지가 살아 있는 농장을 옥죄는 형국이다. 농가들은 이러한 조치의 부당함을 농식품부 장관에게 몇 차례나 하소연 했지만 아무 소용없다. 이후 어떤 개선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울타리를 통한 야생멧돼지 통제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가장 많이 발견된 강원도 화천에서는 사육돼지에서는 ASF가한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ASF 방역정책에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ASF 감염 야생멧돼지로 인한 장기간의 이동제한은 해당 농가들을 너무나 어렵게 만들고 있다. 농가들도 참는데 한계가 있다. 반복되는 소독에 채혈, 점검, 이동제한 등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각종 경제적인 피해는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다고 토로한다.
정부는 하루 빨리 해당 농가들의 살 길을 제시해 줘야 한다. 한돈협회는 최근 ASF 확산 차단을 위해 야생멧돼지 완전 소탕을 정부에 요구했다. 야생멧돼지가 ASF로 계속해서 죽어나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또 야생멧돼지 출몰과 상관없이 한돈농가는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재입식을 허가해야 한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협조한 농가들이 원활한 재입식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
성공적인 가축전염병 방역은 정부와 농가가 한마음일 때 가능하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청정화를 달성할 수 없다.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빠른 초동방역은 기대할 수 없다. 이는 불가능을 바라는 것과 같다. 이번 ASF 사태로 정부와 농가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해외 악성가축전염병의 국내 유입 횟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농가의 마음을 돌리고 위로할 수 있는  방역정책 ‘전환’과 후속 조치 ‘개선’이 없다면 대한민국 축산업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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