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에너지 시장 휘청
주요 곡물 가격 하락폭 키워

지난 9일 신종 코로나 확산 공포가 세계 주식시장을 또 한 번 강타해 최악의 ‘블랙 먼데이’를 맞이했다. 아시아 및 유럽 장에 이어 미국 주식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미국 증시는 장 개시부터 7% 넘게 폭락해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미국 시장에서의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1997년 이후 처음이며 공포 지수라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도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후 장세는 조정을 받아 일시 상승하는 분위기였으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에 대해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공식 선언하자 세계 증시는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국제 유가도 큰 변화를 보이면서 대내외 시장을 위축시켰다. 주요 산유국들의 집합체인 OPEC+ 회의에서 러시아의 반대로 산유량 추가 감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에 반발해 추가 감산을 이끌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치킨 게임’으로 원유 가격을 낮춤과 동시에 증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자 국제 유가는 대폭락했다. 지난 9일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때 30% 넘게 떨어져 걸프 전쟁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제 금융 및 에너지 시장의 붕괴로 곡물 시장도 큰 타격을 받았으며 대두 가격은 지난 9일 당일에만 2.4% 떨어졌으며 2019년 5월 중반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옥수수 및 소맥 시장도 낙폭을 확대해 바닥까지 내려가 있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피해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세계 주요 국가들은 유동성 자금의 공급을 늘리고 있으며 경기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금리를 내렸던 미 연준(Fed)은 추가 금리인하 압박을 받았으며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한도를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말까지 급여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 영란은행(BOE)은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12일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등 경기 부양 효과가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곡물 가격은 펀더멘털 상의 변화보다 외부 시장의 변화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농무부(USDA)는 3월 세계 곡물수급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전월 전망 대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수급 전망 자료가 곡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옥수수, 대두, 소맥의 세계 생산량은 전월 전망 대비 상향 조정됐다. 남아공에서는 옥수수의 생산량이 늘었으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대두 생산량이 증가했다. 소맥의 경우 호주를 제외한 러시아, 인도, 아르헨티나의 생산량이 늘었다.
세계 기말 재고량과 관련해서 소맥의 경우 소비량과 수출량이 늘면서 기말 재고량은 약간 줄어든 반면 옥수수와 대두의 경우 공급량 확대로 기말 재고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곡물 수출세 인상 여부가 주목을 끌었으며 대두에 한해 수출세가 현행 30%에서 33%로 인상됐다. 아르헨티나 농가들이 정부의 대두 수출세 인상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으나 수출업자들이 사전에 물량을 확보해 놓아 큰 문제는 발생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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