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축산업,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왜’·‘어떻게’ 인식하고 고민
기존 방식 고수해선 불가능
‘발상의 전환’이 우선 과제
환경에 맞는 사업 선택해야

조사료 재배·분뇨처리 선두
육성우 전문목장 설립까지
악취 해소·동물 복지 도입
지속 가능 축산 착착 진행

국내 특허·미 농무부 인증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은
가축분뇨 해결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품으로 수출 가능

 

“지속 가능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경용 당진낙협 조합장이 던지는 화두다. 몇 년 전부터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나 그에 편승한 생산자‧소비자단체 등의 목표 설정은, 현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왁자지껄’로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한탄한다.
환경이 바뀌어 패러다임이라는 대전제가 완전히 과거와 현재를 갈라놓는 이 상황에서, 축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던지는 화두는 자금의 낭비와 ‘헛힘’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왜’ 해야 하는 지 인식하고, 그 다음엔 ‘어떻게’해야 하는 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합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조합장이란 조합원들의 ‘축산부농’의 꿈을 실현케 하는 일꾼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당진낙협은 지속 가능한 축산업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경용 당진낙협 조합장을 만나, 그동안 조합 경영과 향후 중점 사업, 그리고 최근 축산업 환경 악화에 대응하는 고민을 들어봤다.

 

 

당진낙협이 지향하는 목표는 ‘대한민국의 낙농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조합’이지만 그동안 당진낙협이 해온 일들을 보면 낙농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축산 강국들과의 잇따른 FTA 체결로 인한 외국산 축산물이 넘치는 상황에서 국내 축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30년 50년을 대비하며 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안심 축산물 생산을 가능하게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에서 그렇다.
2001년 대호간척지에 조사료 호맥 파종을 시도해 성공했고, 2002년부터 2년간 하이닉스 반도체 부곡공단 유휴지를 얻어 호맥과 수단을 재배했다. 2008년엔 조사료 가공공장을 준공하면서 2010년 석문‧송산간척지 258ha를 정부로부터 조사료전문단지로 지정받아 조사료 사업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2년엔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중지되자 전국 최초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을 준공해 낙농뿐만 아니라 지역의 양돈‧양계농가의 분뇨처리는 물론 가축분뇨의 재자원화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해 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제2 TMR공장을 준공하고, 2018년 간척지 조사료포 면적을 524ha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육성우 전문목장인 ‘자연으로농장’을 준공했다.
육성우 전문목장은 가축분뇨공동처리시설과 마찬가지로 분뇨처리와 악취 문제를 해소하고 동물복지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낙농가들이 착유소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여건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당진낙협 경제사업의 궤적을 쫓다보면 일반 지역조합들의 사업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보인다. 낙농산업 발전에서 시작됐지만 ‘자연순환농업’을 통한 경종농가와의 협력, 불모지인 간척지를 활용하고, 일찍이 가축분뇨공동처리시설을 갖추면서 지역 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현장의 사업들이다.
일선의 조합들이 신용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대형마트 건립에 조합의 사활을 거는 것과 달리 ‘순수한’ 경제사업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건전 결산을 하고 있는 당진낙협은, 이경용 조합장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여기서도 지속 가능에 관해 말한다. 완전히 조합원과 연계되지 않는 경제사업은 지속 가능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합원을 비롯한 축산농가들이 당장 살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기반을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수한 조사료를 자급하면서 외국산 조사료를 대체하고 이를 통해 농가의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적이란다. 또 최근 빗발치는 냄새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가축분뇨공동처리시설도 중요하다고 했다.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동물복지와 친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데, 이전처럼 신용사업과 마트의 대형화로 접근하는 것은 너무 눈앞만 보는 안일하고 단편적인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경용 조합장은 현재 축산업을 ‘생존 수호’에 비상이 걸린 아주 위급한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때문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연구‧아이템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생업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밥공장’의 예를 들었다. 쌀이 팔리지 않는다고 국민들에게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으라는 둥 한국민은 ‘밥심’으로 산다는 둥 소비촉진운동만 할 것이 아니라 쌀을 활용한 식품을 만들어야 하고, 흰 쌀밥만 파는 것이 아니라 잡곡에서부터 밤과 같은 견과류나 나물 등을 활용한 밥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화하고 차별화하는 것은 물론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하고 그에 합당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 조합장의 철학은 가축분뇨처리의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현재 가축분뇨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액비와 분뇨의 적정처리를 통한 자연순환농업만으로는 이미 한계점을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진낙협이 연구 개발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가축분뇨를 고체화시켜 제품화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축분뇨와 플라스틱을 혼합해 계란의 난좌나 화분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다.
당진낙협의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은 탄소저감형 신소재로 USDA(미국 농무부) 인증을 비롯 지난해 특허청으로부터 ‘친환경 저탄소 분해성 항균소재 및 그 제조방법’ 특허인증, 한국일보가 주최한 대한민국 우수특허 화학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와 관련 이경용 조합장은 “현재 가축분뇨 처리방식으로는 값싼 퇴비를 선호하는 경종농가들의 소비패턴 때문에 전국 농축협의 퇴비판매가 부진해 퇴비 재고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바이오 플라스틱을 활용하면 계란 난좌는 물론 선물세트 트레이, 육묘포트, 비닐클립, 화분포트, 플라스틱 의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가축분뇨 처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바이오 플라스틱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연구 결과 환경마크인증 기준치에서 유해성분 자체가 불검출될 정도 탁월한 친환경제품이다. 하지만 환경부 등 정부가 환경 친화를 강조하면서 당진낙협의 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경용 조합장은 할 말이 많다.
“가축분뇨가 더러우니 무조건 치워버리자는 정책만으로는 현재 가축분뇨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이 조합장은 “환경부를 포함한 정부가 정말 환경친화적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여러 가지 방식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가축분뇨를 기반으로 환경친화적 제품을 만들어 국내외에 판매하면 이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자의 발상의 전환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당진낙협의 선진축산으로의 도전은 올해도 이어진다. 바로 ‘스마트 축산 ICT 시범단지 조성’이다. 산업화‧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역주민의 쾌적한 정주여건 등 삶의 질 향상으로 팽배해진 ‘축산업=오염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다. 
당진낙협은 2015년부터 무허가 축사, 축산 민원, 환경오염 등을 해소하고자 낙농단지 조성을 준비해 4만3000평의 토지를 확보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스마트 축산 ICT 시범단지 조성지역에 최종 선정되면서 부지 조성과 도로‧용수‧전기 등의 기반시설 사업비 75억원과 스마트 축산의 농가 보급을 위한 빅데이터 센터, 실습 교육장 사업비 20억원도 확보했다.
이경용 조합장은 향후 악취와 분뇨, 질병 등으로 기피산업 또는 오염산업으로 인식되었던 축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새이정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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