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건국대 생명자원경제학과 교수

 
농림부가 확정·발표한 농협중앙회 신·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분리 방안을 보면 농협 법 틀 내에서 농협중앙회를 중앙회·경제사업·신용사업 등 3개의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되 분리시한은 농협의 경제사업 자립기반이 확충되고, 신용사업 건전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10년 후로 설정했다. 또한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방안 목적은 경제사업 활성화에 보다 큰 비중을 두었으므로 농협중앙회는 일선농협이 산지 농산물의 60%까지 취급할 수 있도록 7조원을, 농협중앙회가 소비지 농산물의 15%까지 취급할 수 있고 수익률을 4%까지 달성할 수 있도록 6조원을 도합 13조원을 앞으로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였다.또한 농협중앙회는 신·경 분리 이후에도 신용사업법인 등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교육·지원 사업비가 지원될 수 있도록 신용사업 수익금의 법정기부금 인정, 배당소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 부여를 정부에 건의하였다.
이러한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방안을 놓고 최근 한 학회가 이를 공개적으로 평가하였는바, 정부의 농협 신·경분리 방안은 조합원 농민의 소득을 창출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경제 사업을 활성화시킬 것인지 정체성 회복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 시장개방과 농민 조합원 감소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신·경분리를 포함한 농협의 역할과 비전 등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방안은 농협중앙회 권한만 집중돼 오히려 신·경분리 목적과 협동조합 정체성 확립 목표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신·경분리가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든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경제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현행 수익구조가 뒤바뀌지 않는 한, 신·경 분리에 따른 피해는 일선 농협으로 돌아가고 다시 그 여파는 고스란히 농민 조합원에게 돌아갈 것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임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농협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하면 한 가족 세 지붕의 구조가 될 것이므로 경제 사업을 위한 투자와 자금줄이 좁아져 경제 사업이 오히려 위축될 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사업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금이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면 된다고 하지만 “큰 집이 잘 살아도 작은 집은 여전히 가난”한 우리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한 소리이다. 또한 수협중앙회를 보면 그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소리이다. 어떤 이는 경제사업도 잘만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잘만하면” 이라는 전제가 너무나 막연할 뿐 아니라 은행원이 배추장사보다 인기 있는 직업인 현실을 모르고 한 소리이다.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놓고 일부 농협중앙회 직원들은 들어내 놓고 말은 안 해도 은근히 찬성하고 있는 것은 그들은 배추장사보다는 은행원에 더 큰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차제에 분명히 해둘 것은 일선 농협의 신·경분리 문제까지 거론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농민 조합원들은 지금처럼 예금 등 신용업무와 판매사업 등 경제 사업을 별도의 기관에서 처리해야 하는 불편은 물론 일선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시너지효과까지도 포기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제도를 막론하고 편리함과 효율성이 추구되어야 할 것인 바, 이를 역행해서야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농협의 신·경 분리는 농민조합원만 피해보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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