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의 계획생산 가능성은 있는가

 
계란은 신선란 위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에 수입개방의 파고에 흐름을 적게 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이 한편으로는 과잉생산으로 이어져 산란계 산업 전반적으로 큰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어 수급조절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발생이 계란의 생산에 많은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고, 또한 AI로 인하여 식란의 수입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결국 식란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쿼터제와 같은 계획생산이라 하겠다.
과연 산란계 산업에 있어서 계획생산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계란의 계획생산은 도입이 가능한지, 또 계획생산을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선결되어야 하는지, 일본의 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제도는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계란의 수급안정을 위한 방안을 일견해 보고자 한다.
계란의 계획생산을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보다도 모든 식란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란도 다른 축산물과 마찬가지로 개방이 되어 있으며, 기존에 태국으로부터 수입된 바도 있다. 일본에서도 2004년 AI 발생 이후 각부란(껍질이 부착된 계란)이 수입된 바도 있어 국내에서의 난가가 상승되거나 AI 등의 악성질병문제가 해결되어 교역이 자유로워진다면 항상 수입될 수 있는 여지가 상존한다. 이러한 문제 이외에도 계획생산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계란을 생산할 경우 우유에서와 같이 원유가격을 일정하게 정해야 하고 양계농가에서는 항상 정해진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계획생산을 위해서는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하고 예측이 가능한 생산을 이끌어 내야 하나 천재지변이나 AI 등으로 인한 살처분, 급격한 기후 변화 등에서도 꾸준한 생산을 꾀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도 현실이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외부적으로 계란가격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형성되고 변동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농가의 경영안정을 우선으로 하는 계획생산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계란 수급조절을 위한 사업은 크게 난가안정기금사업과 사료안정기금사업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난가안정기금사업은 사단법인 전국계란가격안정기금에서 관장을 하며, 산란농가, 농협, 농협도도부현연합회 등 기금의 각 구성요소별로 단계별 계약을 체결한 후 부담금을 납부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보전 기준가격, 보전적립금, 별도 납부액 등은 농림수산성의 승인을 얻어 결정하게 되는데, 표준거래가격이 보전 기준가격보다 적은 경우 차액의 90%를 보전해주는 것이 사업의 골자이다. 한편 사료안정기금사업은 사료원료의 국제 수급변동으로 생산자의 피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료업체, 특약점, 생산자가 공동으로 기금을 적립하여 배합사료 공급가격이 평균가격을 웃돌 경우 가격차 보전금을 축산경영자에게 교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금사업에는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게 되는데 난가안정기금사업의 경우 농가의 절반이 가입하고 있고 생산량으로도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료안정기금사업의 경우도 일본 전체 축산농가의 절반, 배합사료 생산량의 99%에 해당하는 물량이 가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제조건과 일본의 사례를 볼 때 과연 우리나라에 계란의 안정적인 생산이나 계획생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출 수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리 쉽지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의 계란 1인당 소비량은 200개 수준이며, 그 소비량의 증가 추이가 아주 완만하다. 반면에 생산시설인 계사는 신증축이 거듭되어 현재 5700만수를 상회하는 과다한 산란계가 사육되고 있고, 난가도 2년 이상 저가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농축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경쟁력이 있는 농가가 경영을 지속하고 영세농가나 경영이 취약한 농가는 퇴출되는 일반적인 상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농업에 있어서는 새로운 작목이나 경쟁력이 있는 타작목으로의 전환이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란계 경영을 포기하더라도 결국 그 계사는 타인이 인수하여 경영을 하기 마련으로 쿼터제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의 여건을 보면 일본의 제도도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쿼터제의 도입은 어떠한가? 산란계 산업은 장치산업으로 진퇴가 아주 자유롭다. 한편 우리 산란계 농가의 평균 경영규모를 볼 때 3만수를 약간 넘어서고 있는 상황으로 일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수지맞는 경영이 되기 위해서는 규모화가 필수적이다. 결국 우리의 계란 소비규모를 감안한다면 사육규모를 줄여야 할 처지이고, 한편 산란계 사육농가의 경영을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규모화도 진전시켜야 하는 진퇴양난에서 현시점을 기준으로 쿼터를 정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따를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계획생산이 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급안정을 위한 계획생산은 일본과 같이 자율적인 참여를 통한 계획생산이든 우유에서와 같이 쿼터제를 통한 계획생산이든 도입하고 정착시켜 운영해 나가는 데는 재원이 필요하며, 그 재원의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계란의 계획생산은 필요하기는 하나 실행하기에는 소요재원의 확보와 아울러 범 농축산업계로부터 공감대를 얻는 것이 숙제라 하겠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