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처지를 비유하겠다. 수억 원짜리 화물차를 할부로 사서 겨우 먹고 살고 있는데, 멀쩡한 타이어 뺏어가 태워버리고는 타이어 값은 줄 테니 화물차는 운행하지 말라고 한다. 교통사고 위험 때문이다. 할부금, 보험료, 자동차세는 계속 들어가는데…. 할부금은 빌려 줄게 이자 조금내고 나중에 갚아라. 아직은 위험하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기다려. 한 달에 67만원 줄께 직원들하고 식구들하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 한다” 이준길 ASF 희생농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ASF 희생농가 1차 총궐기대회 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ASF 피해농가들은 명절 설을 몇 일 앞둔 1월 2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총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많은 피해농가들이 ASF 확산 방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정부의 살처분 정책에 따랐다. 그러나 남은 것은 정신적, 경제적 피해뿐인 상황임을 토로한다. 정부는 ASF 발생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고, 재입식 기준 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1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12월 초에 위험도 평가기준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새해가 됐어도 소식이 없다. 피해 농가들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막연히 정부 발표만을 기다려야 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어떤 결론이든 내려줘야 한다.
피해농가들은 조속한 재입식 기준마련과 재입식 허용을 정부에 요구했다.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됐던 260여개 농장의 환경시료와 혈청 검사는 모두 ASF 음성. 철원지역 농장에서도 매주 혈청검사를 했지만 역시 모두 ASF 음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적인 야생멧돼지 ASF 발생에도, 사육돼지로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농가에 과도한 이동제한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또한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계속되는 이동제한으로 인해 비육돈의 과체중, 자돈의 이동제한, 밀사, 폐사, 분뇨처리 어려움 등으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이동제한조치로 발생되는 농가의 피해 보상도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준길 위원장은 “ASF는 차단방역만 잘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질병임이 확인됐지만, 정부는 돼지 재입식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화물차는 위험하니 다 없애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입식 기준을 정해 언제부터 재입식을 하라 든지, 어떤 상황이 되면 재입식을 허용한다든지, 발생농가, 발생멧돼지 기준 거리별, 단계별로 어떻게 한다든지, 아예 휴업 보상해주고 몇 년 푹 쉬라든지 결론을 내려 줘야 할 때가 지났다. 기준을 정해줘야 계획을 세울 것 아닌가. 5개 시군이 똘똘 뭉쳐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사유재산권을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차 총 궐기대회에서 ASF 피해농가들이 들고 있던 피켓 문구를 살펴봤다. “살처분은 하루아침 재입식은 기약 없다. 미쳐 날뛴 멧돼지가 한돈농가 책임이냐. 비현실적 67만원 이것도 지원이냐. 기약 없는 이동제한 한돈농가 다 죽는다” 피해농가들의 어렵고 답답한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피해농가들의 어려움이 하루 빨리 해결되어 총 궐기대회가 지난 1차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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