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축산지원부 이제영 양계팀장

 
우리나라 계란 유통의 흐름을 돌아보면 농가에서 중간수집상인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형태가 보편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화가 시도된 것이 산지축협을 중심으로 한 계란집하장(GP센터, Grading & Packing)이다. 사육규모가 작은 농가가 합심하여 GP센터를 운영하고 품질관리를 통해 질 좋은 계란을 소비자에게 공급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로 그간 실제 전국적으로 60개소 이상의 정부지원 GP센터가 89년부터 설치 운영되었으나 등급제 등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한 가운데 유통시장의 미성숙으로 인한 경영상 난맥으로 폐쇄된 곳이 과반수 이상 이다. 연간 계란 유통량은 100억개 정도로 우리의 농가 사육규모를 볼 때 모든 계란이 GP센터에서 처리될 수는 없지만 향후 그 처리량은 확대될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계란등급제가 실시되면서 계란유통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종이난좌의 사용이 확대 정착되었고, 세척란에 대한 관심과 냉장탑차를 활용한 유통도 진전되고 있는 등 안전하고 위생적인 계란의 생산과 공급을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계란 유통에 있어 어떠한 것들이 또 필요한 가 짚어 보고자 한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품질관리를 해야

계란은 계란일 뿐 왜 가격차이가 나야 하는가를 묻는다. 실제 난각으로 싸여 있는 계란을 보면 난각색만 짙으면 좋은 계란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사란이 케이지에서 생산된 계란에 비해 DHA가 많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듯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사료를 먹고 자란 활력 있는 닭이 건강한 계란을 생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실제 계란일 뿐이라는 개념을 소비자가 깰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산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
기능란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신선 위생란이 유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묵은 계란이나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계란은 시장에서 격리되어 가공용 등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계란도 상온에 노출시켜 운송되는 것보다 포장되어 냉장 유통되어야 한다. 유통기한의 표시도 법상으로는 표기가 의무화되어 있을 뿐이지만 2주나 3주간으로 표기하여야 하며, 현재와 같은 40일의 장기간 표기는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현재 30개들이 판란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신선도가 저하되는 상당기간동안 재구매를 하지 않게 되므로 6개, 8개, 10개들이 소포장 팩란 유통이 확대되어야 하며, 신선란 구매를 유도하는 소비자 교육도 필요하다. 아울러 GP센터의 HACCP 도입과 생산이력제의 활성화가 요망된다.

■유통의 동반자 관계 성숙돼야

계란의 미끼상품화에 따른 문제이다. 일방적으로 대형할인매장에서 공급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세일행사는 품질이 떨어지는 계란이 수집·공급되기도 하고, 유통 상인의 경영부실화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가까운 일본에도 계란의 미끼상품화는 보편화되어 있었으나 세일에 따른 손실은 매장이 부담하는 것이 우리와 달랐다. 즉 내방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매출이 확대되니 결국 매장에서 부담한다는 것이고 거의 연중 실시되고 있었다.
산란계 전문사육농가가 2천여 농가에 불과하지만 하루 2700만개의 계란 유통에는 양계농협을 중심으로 대형할인매장에 직납이 일정부분 시도되지만, 유통의 주류를 이루는 대상인 계란유통협회의 회원 450명 뿐만 아니라 중소 유통 상인과 유통점 종사자까지 고려한다면 몇만명에 달한다. 실제로 농가가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 양계농가와 상인간, 상인과 유통업체간의 협력관계는 필요하나 아직도 보이지 않는 불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생산과잉과 AI로 인한 소비 위축인 현 상황에서 상호 신뢰 속에서 상생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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