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풍부, 미래 지속가능 농업 해결할 유일한 길

월드뱅크, 글로벌 농업으로
식용과 사료곤충산업 주목
가축이 소비하는 자원보다
덜 사용하면서 효과는 동등

작년 14종 ‘가축’으로 인정
국내서 자리매김 계기 마련
식품 연계한 연구개발 절실
사육 매뉴얼화로 안전 보장

기존의 단백질 대체하려면
알러지·항생제 저감 효과 등
기능성 탐색이 뒷받침돼야
새로운 산업 도전 의식도

 

지난 12월 유엔산하 기구 중 하나인 월드뱅크 아프리카팀이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목적은 한국의 곤충산업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월드뱅크는 식용 및 사료 곤충산업을 ‘기후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의 일환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후스마트 농업은 유엔이 추구하고 있는 글로벌 농업 비전이다. 즉 온실가스는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농업이다.
그들은 이 비전의 실천 키워드로 ‘곤충이 답이다’고 한다. 유엔은 왜 곤충에 주목하는 것일까?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곤충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가능케하며, 다른 하나는 영양학적 우수성 때문이다.

 

# 식용 및 사료곤충의 가치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인 FAO에서 10년 동안 전 세계의 식용 및 사료곤충에 대한 연구·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kg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는 10kg의 사료를 먹어야 하는 반면 곤충은 1.7kg의 사료만 먹어도 똑같은 양의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같은 원리로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소와 곤충은 2850:1이며, 물 사용량은 1500:1이다. 전 세계 경작지의 33%는 가축 사료용 작물 생산이 목적이다.
해마다 브라질 아마존과 같은 산림이 경작지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반면 식용 및 사료로 사용되는 곤충은 인간과 먹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 곡물의 껍질이나 찌꺼기인 ‘박(粕)’ 등이 곤충의 주요 먹이원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식용 및 사료로 사용되어 온 곤충 종류는 1900여종이다. 인간이 곤충으로부터 얻는 대표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곤충 종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평균 40%에서 많게는 70%까지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소, 돼지고기의 단백질과 비교하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또 좋은 지방으로 알려져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지방 중 70%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주영양원은 아니지만 인체의 영양밸런스에 꼭 필요한 미네랄도 풍부하다. 2016년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누에번데기, 백강잠, 메뚜기 3종의 곤충만 식용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2016년을 기점으로 농촌진흥청에서 수년간 사육연구, 안전성 및 독성연구를 마치고 새로운 4종(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쌍별귀뚜라미)의 곤충이 식용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식품원료등록을 신청했다.
식약처의 꼼꼼한 검토를 거쳐 지금은 7종의 곤충이 식품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과 더불어 곤충사육 농가도 2016년 1261농가에서 2018년 2318농가로 84% 급증했다.

 

# 곤충산업 전망과 미래발전을 위한 제언
Global Market Insight 2017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식용곤충 시장 규모를 55만 달러로 잡고 있다. 2024년에는 43.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크기는 곧 산업 전망이 된다. 지난해 7월 25일에는 법적으로 곤충이 ‘가축’의 지위를 얻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법 시행규칙 위임 고시인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을 개정하여 갈색거저리, 장수풍뎅이, 흰점박이꽃무지 등 14종의 곤충을 가축으로 인정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곤충산업이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6월 네덜란드에서는 사료곤충 생산공장 개소식에 국왕이 참석했고, 과학연구재단 국가프로젝트로 55억원을 사료곤충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 등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정부와 곤충 농업인들이 함께 해야 할 일들을 몇 가지 제언코자 한다.
첫째, 지속적인 R&D투자다. 곤충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식품과 연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곤충이 가진 특유의 냄새 제거는 식품판매로 이어지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곤충연구자들이 식품연구자들과 함께 융복합 성과물을 만들어 낼 때이다. 또한 곤충이 가지는 약리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밝히는 연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해 7월 17일 농진청은 강남 세브란스병원과 3년 동안 공동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고소애로 알려져 있는 갈색거저리를 복용한 결과 암수술환자의 면역력이 16.9% 향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언론 보도 후 곤충사육 농가의 갈색거저리 판매가 2배 정도 늘어났고 지금까지 당초 수요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곤충산업에서 약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곤충농가 소득과 직결된다. 농진청뿐만 아니라 곤충연구를 하는 대학이나 전문 연구기관의 관심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둘째, 식용곤충의 안전성이다. 곤충이 아무리 영양적으로나 약리적으로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식품으로서 안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산업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곤충을 생산하는 농가는 항상 청결한 사육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농진청은 ‘안전사육매뉴얼’을 보급한 바 있고 추가로 안전성 관련하여 식약처와 함께 식용곤충 사육농가의 농장관리, 위생관리, 사육관리 등 HACCP인증 평가 기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 단백질 열풍을 주시해야 한다. 대체단백질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식용곤충을 포함하여 사료곤충 또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곤충단백질 시장은 2019년 1억 4400만달러에서 2025년 13억 3600만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가축 및 양어사료의 주 단백질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어분의 국제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반려견 가구 천만 시대로 반려동물용 사료 70%를 수입한다. 이러한 국내외적 흐름에서 대체단백질로 사료곤충의 중요성과 수요를 감지할 수 있다. 충북의 귀농 청년농업인은 동애등에를 반려동물 프리미엄사료로 개발하여 구미 선진국에 수출하고 있다. 사료곤충 가치의 발견이다.
기존 사료단백질 대체제로서 곤충단백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동물 알러지 저감, 항생제 사용 저감 효과 등 기능성 탐색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곤충단백질을 활용하여 대체단백질 시장을 점유해 가기 위해 정부와 관련 업체 및 곤충농가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결론
대한민국의 곤충산업은 누에 사육기술이 근간이 된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 품목 1위가 누에에서 생산된 생사(生絲)였다. 누에 사육기술은 곧 곤충을 사육하는 기술로 연결되어 오늘날의 곤충산업을 만들어 왔다.
유엔 월드뱅크 농업팀은 한국을 방문하기 전 세계 여러나라의 곤충산업 현장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의 곤충농가와 유통회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Korea is clearly global-best” 즉 “대한민국 곤충산업이 글로벌 선두주자다”라는 말이다.
누에사육 기술의 DNA가 한국 곤충농가의 손 끝에 배여 있고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는 농업인과 정부의 열정이 지속되는 한 곤충산업분야의 글로벌 선두는 대한민국임을 자부해본다.
 새해는 곤충제품 수출 길이 열리는 원년이 되도록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곤충농가와 함께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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