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일간지에서 ASF 발생으로 국내 야생멧돼지가 피해를 본다는 내용을 보도 했다. 과연 그럴까. 객관적으로 ASF 최대 피해자는 농가다. 이중에도 개인의 권익보다 공적인 필요에 의해 정부 방역 정책에 협조한 돼지 살처분·수매 농가들이다. 농장을 비운 후 재입식을 하지 못한 농가들이 ASF 사태의 최대 피해자다. 이들의 억울함과 참담함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재입식 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지속 검출되는 상황에서 당장은 재입식을 허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늦어지는 재입식으로 인해 농가는 부채가 늘어가고, 해당 지역의 배합사료, 동물약품, 기자재 관련 대리점들은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 대리점에는 어떠한 보상도 없다.
이러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일간지에서 야생멧돼지를 ‘라이온 킹’의 주인공인 어린 사자 ‘심바’를 도와주는 멧돼지 친구 ‘품바’에 비유했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감초 구실을 한 의리 있는 친구인 멧돼지가 지금 한국에서는 전멸 위기에 빠졌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정부는 ASF의 주범으로 사실상 야생멧돼지를 지목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볼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이나 전파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고, 멧돼지가 사육농가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논리다.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전파한 가해자가 아니라, 도리어 집돼지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인데도, 멧돼지를 무차별 사냥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중략)
ASF를 비롯해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재난에 가까운 가축 전염병이 창궐하는 것은 현대의 밀집형·공장형 축산 시스템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시스템의 조속한 개혁이다. 멧돼지를 때려잡을 때가 아니다. 축산 시스템을 제대로 개혁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앞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책임을 야생동물에게 떠넘길 것인가. 여기까지가 보도 내용이다.
현재는 ASF 종식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ASF를 의외로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중요 매개체인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지난 8일에는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이외의 지역인 강원도 화천군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가 검출됐다. 개체수를 줄여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ASF 검출 지역이 확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야생멧돼지는 번식력이 좋기 때문에 개체수 감축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체 개체수의 최소 75%에서 90% 이상까지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체수 조절은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실시해야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야생멧돼지는 ASF 확산의 중요 매개체다. ASF가 확산되면 농가들과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까지 타격을 받는다.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수만 명이 밤낮 없이 방역에 투입되어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야생멧돼지가 피해자라는 글을 작성한 기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 ASF가 확산된다면 사람도 야생멧돼지도 모두 불행해진다. 불행의 연결 고리를 끊고 빠른 시일 내에 ASF 청정국이 되어야만 농가도 야생멧돼지도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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