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축종 올해 전망 첩첩산중
강화된 규제 축산업 포기 의미
영세농가 생업서 쫓아낸 후엔
전기업화로 산업만 살리겠다?
이윤추구 기업자금 유입 뻔해
‘남의 불행=나의 불행’ 인식을

 

지난해는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의 해’로 연초부터 축산업에 거는 기대가 높았다. 특히 맨 앞에 섰던 한돈산업은 기대와는 달리 그렇게 막고자 했던 ASF(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발생으로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한돈농가들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ASF가 발병하지 않았더라도 축산업을 둘러싼 일련의 정책 등에 비춰볼 때, 축산업이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가정’은 아마도 현실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라는 축산에 대한 부정적 정책은 전국 지자체의 잇따른 ‘강화된’ 사육제한에 관련된 조례로 안전하고 위생적인 단백질 공급으로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축산농가의 자긍심을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는 3월 25일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축산업을 옭죄는 강력한 규제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힘겨웠던 지난해보다 올해의 전망은 조금도 나아보이질 않는다. 한우의 경우 호당 사육마리수의 증가로 전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20마리 미만의 영세농가는 더 이상 한우사육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됐다.
각종 규제의 탓이기도 하지만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이들이 바로 영세농가이기 때문이다. 낙농을 포함한 타 축종이 이미 전업화되어 있는 반면 한우의 경우 아직도 소규모 영세농가가 대다수인 까닭에 여건이 마땅치 않아 축산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부분의 소농이 번식우 농가임을 감안할 때 한우 사육기반 붕괴의 우려까지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소고기 소비 트렌드가 소포장 판매와 가정 간편식(HMR)으로 급격하게 전환됨에 따라 소고기 수입량이 40만톤을 웃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자급률도 지난해 36%에서 올해는 그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수급 안정’으로 안심했던 낙농이라고 크게 나아질 것이 없다. 올해도 수급 안정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이는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원유 감축’을 해온 결과이며 주의 깊게 원유생산량을 주시하지 않으면 다시 감축의 고통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유제품 소비량이 늘고 있지만 국내산 원유사용량 비중은 반대로 줄고 있는 것은, 수입 유제품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ASF 발생과 이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큰 타격을 받으며 더욱 강화된 각종 제도와 규제의 중심에 양돈의 경우는 올해 더 힘겨운 한 해를 보내게 될 전망이다.
돈사 환경 개선, 임신돈 군사의무화, 퇴비부숙도, 구제역 항체양성률 과태료 기준 강화, 수의사 전자 처방제 의무화 등 현장에서 당장 지킬 수밖에 없는 규정과 규제 사항들이 산적해 있다.
냄새 규제 강화뿐만이 아니다. 양분총량제와 환경부담세 등의 검토와 관련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에서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동안 밖에서는 외국산 돼지고기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안팎으로의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살충제 검출사태 이후 장기간에 걸친 계란 값 폭락, 추석 이후 겨우 생산비를 넘어서는 등 롤러코스터와 같은 한 해를 보냈던 산란계는 설 이후 다시 공급 과잉 사태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잉여계란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나 생산농가 모두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고, 체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기에 농가의 큰 피해도 예상된다.
육계 역시 일부 도계장의 도계라인 증설로 추가 생산 잠재력을 끌어 올릴 것이 뻔하고, 냉동비축량이 많아 가격이 좋아질리도 없다. 계열업계의 입식 조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AI의 직격탄을 맞아 겨울철마다 ‘휴지기제’를 도입한 오리산업은 그 여파로 생산액이 크게 줄었지만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강제적인 사육제한에 대한 농가들의 “정부 정책이 불합리하고 과도한 방역 규제가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는 하소연에도 정부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오리농가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국민 재산권의 제한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를 지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을 뿐이다.
AI 예방을 목적으로 겨울철마다 사육제한을 시행하는 것은 임시방편 대책일 뿐, 매년 이같은 피해를 감수하면서 향후 기약 없이 사육제한에 동참할 수만은 없다고 오리산업 종사자들이 주장해 봐야 소 귀에 경 읽기다.
하등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 없다. 오히려 축산업을 전체 산업에서 없애버리겠다는 의지의 표시인지, 아니면 좀 더 다루기 쉽게 규모화해 영세농가들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결기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그 외에는 일련의 규제와 정책을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3월 25일부터 시행될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만 놓고 봐도 그렇다. ‘전격적’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당장 ‘의무화’할 절반 정도의 농가가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고 한다.
2015년 환경부에서 농가형 퇴비 품질관리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지자체‧농축협 등에서 지속적으로 교육‧홍보했음에도 그렇다. 검사기관에 대해서는 67%가 ‘모른다’였고,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농가가 11%다. 전체 실태조사의 약 78%가 부숙도 검사기관에 대해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퇴비부숙도 검사를 위한 시료채취 방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농가가 무려 81%다. 이러한 현장 상황을 들어 생산자단체들이 3년 간의 유예기간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행 의사를 결코 접지 않을 생각이다.
한우 농가의 경우, 부숙도 검사를 위해선 고가의 장비 구입과 함께 퇴비를 부숙할 공간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고, 이에 투입되어야 할 비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인데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 어떻게 영세농가가 지속적으로 한우를 키우겠느냐고 반문한다.
정부가 축산업을 오염산업으로 규정하고 되도록 이들을 생업에서 몰아내려고 한다는 주장은 이제 오해가 아니다. 지금 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공급할 양질의 단백질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도 모르는 외국산 축산물로 대체할 생각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일부 전문가 아닌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규모화된 축산농가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은 살아남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산업을 살리고 축산농민을 죽이는 길로 나아가는 길에는 반드시 산업자본이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 축산농가와 경종농가들이 홀대받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달리 농가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축산농가 모두가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 화합하고 규합해야 한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남의 불행은 시간이 지나면 나의 불행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배웠고, 또 배워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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