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엽 사무총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

‘마을형 퇴비자원화’ 확대로 경축순환 활성화를

현장 준비 상황 미흡 상태서
정책 도입 근거·목적이 뭔가
시설·교반 장비 충분치 않고
분석가능한 곳도 겨우 19곳

개·보수, 장비 자금지원 필요
기초 지자체 조례 일괄 개정
사육제한 조례 권고안 철회
농가 범법자 만들진 말아야

 

올해 3월 25일부터 가축을 사육하는 신고규모 이상(한우: 100㎡ 이상) 농가는 퇴비 부숙도 검사를 시험기관에 의뢰해야 하며 성분분석 결과와 관리대장을 보관·관리해야 한다. 부숙도 미적합일 경우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퇴액비 성분 및 관리대장 미작성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받게 된다.
그러나 축산인은 물론 지방 공무원들마저 정부의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축산 현장의 준비 수준이 미흡한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 도입 근거와 목적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축산농가들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 여부마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데다, 원활한 퇴비 부숙을 위한 시설 및 교반 장비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비료관리법에 의한 시험연구기관 48개소 중 콤백·솔비타 등을 활용하여 부숙도 분석이 가능한 곳은 19개소에 불과하다.
특히 축종별 분뇨의 환경부하, 영향, 자원화 실태와 관련한 기초 연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환경이라는 명분하에 축산인에게 일방적 부담만 강요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정부가 축산 현장 여건을 올바로 이해하고 축산인의 요구사항을 경청하여 정책 개선에 적극 반영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축산농가가 공감하고 동의하여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정책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다면, 어떠한 축산환경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축종별(특히 초식·반추동물인 한우의) 특성을 감안한 기초 연구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축산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핵심 현안으로 제기되는 미세·초미세먼지 문제, 온실가스 및 냄새 저감 방안, 수질오염 방지, 축산분뇨 자원화를 위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중장기 국책연구를 통하여 축산농가가 수용 가능한 정책 대안 마련은 물론 관련 기술의 정립·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퇴비유통전문조직 육성, 농가 교육·홍보와 컨설팅 등을 통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유예 조치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축산농가 대상 정부 실태조사 결과, 퇴비사 증·개축 및 구조 변경, 가설건축물 형태 퇴비사 신축, 올바른 퇴비 교반·부숙 방법 보급, 축분 처리방식별 퇴비관리대장 양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치를 올해 3월 25일까지 3개월여밖에 안 남은 기간 동안 모두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가축분뇨법 시행령 제12조의2(퇴비액비화 기준) [별표3]과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6조(퇴비의 부숙도 적용) 적용 일자를 2023년 3월 25일로 변경하여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여, 체계적으로 관련 정책들을 도입·적용시키고 예기치 않은 시행착오로 인한 축산농가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퇴비사 신축 및 개·보수와 교반 장비 확보를 위한 자금 지원은 물론, 가설건축물 형태 퇴비사 설치를 제한하여 건축법 등 상위법과 일치되지 않는 기초 지자체 조례 일괄 개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정부 가축사육제한조례 지자체 권고안을 철회하고 이를 가축분뇨법 시행령에 반영하는 조치도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농·축협이 운영하는 공동자원화시설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비조합원과 소규모 농가들을 위한 대책 마련 또한 중요하다. 퇴비유통전문조직 신설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공적 성격의 사업인만큼 농·축협 조합원이 아닌 농가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생산자단체(축산단체)가 퇴비유통전문조직을 원활히 설립·운영할 수 있게끔 지원 예산 현실화 또한 이뤄져야 한다.
가축분 퇴비 사용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의 개선 또한 시급하다. 최근 정부가 유기질비료 지원 단가를 1100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퇴비 공급업체의 지역별 차등금지 조항’을 삭제하여 지역 내 가축분뇨 퇴비 사용 활성화를 위한 길이 열렸다. 하지만 농가의 화학비료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며, 심지어 독성 물질이 함유된 유박비료나 연초박이 들어간 퇴비가 무분별하게 시비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토양양분관리와 관련하여 화학비료 감축 정책을 확고히 추진해야 함은 물론, 유박·연초박이 가축분 퇴비에 사용되지 못하게끔 ‘비료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 고시를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국내산 양분인 가축분 퇴비가 우선 시비되도록 함으로써, 환경이 허용하는 적정 토양양분수지 달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2006년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의하면, 작물 재배시 한우분 퇴비를 사용하여 총체보리를 재배한 결과, 화학비료를 이용한 관행 농법에 준하는 수량을 얻으면서도 생산비 절감은 물론 수질오염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가축분(한우분) 퇴비의 우수성을 경종농가에 적극 교육·홍보해야 함은 물론, 올해 도입·시행 예정인 ‘마을형 퇴비자원화’ 사업을 확대하여 영세·고령 축산농가와 경종농가의 편의성 개선도 꾀해야 한다.
가축분 퇴비는 땅을 기름지게 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미래 중요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정부 패러다임과 정책 수단은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하며,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축산농가와 소통하며 축산환경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들의 올바른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국민들의 높아진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고자 축산농가들은 축산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고 축산농가가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촉진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명심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업, 지역자원기반형 경축순환농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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