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상 농림부 차관보

 
우리는 4년 전 월드컵의 감동을 기억하고 있다. 16강에만 들면 다행이라는 일반국민의 기대를 뛰어 넘은 우리 축구대표팀의 활약과 온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우리는 또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역경을 이겨낸 많은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양 손 합해 모두 네 손가락뿐인 피아니스트 이희아 양, 차별과 냉대 속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하인스 워드’, 한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점을 다시 일깨워준 우리 동계올림픽 빙상 쇼트트랙팀, 미국과 일본을 꺾고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4강까지 진출한 우리 야구 대표팀….
한·미FTA, DDA협상 등 시장개방의 파고를 맞고 있는 지금, 선진 농업경영을 도입해 우리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희망 농업’을 일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 시장을 석권한 경남의 파프리카 농장, 흙이 묻은 고구마를 세척 포장해 1.5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전남의 한 농업법인, 억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고소득 농가가 2003년 25농가에서 2005년 112농가로 3년 만에 4배로 늘어난 경남 함양군 등 우리 농업에서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든 농업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성공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중이며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여러 가지 대응전략을 추진 중이다.
먼저 정부는 농업계 내부 양극화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 농가소득 분석 결과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9.3배에 이른다. 도시 근로자 가구의 상위와 하위 사이의 소득격차 5.4배보다 훨씬 더 크다. 농업 내부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가 유형별로 정책목표와 수단을 달리하는 맞춤형 농정을 최우선 전략으로 선택했다. 또 농업에 종사할 정예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전업농, 벤처농업인 등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수요자 중심의 돈이 되는 맞춤형 교육으로 교육과 컨설팅도 혁신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농업을 대표할 수 있는 파워브랜드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농축산업 분야에서도 브랜드만 봐도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고품질 농산물 브랜드가 탄생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일부 농산물과 축산물에서 광역브랜드들이 엄격한 품질관리를 바탕으로 소비자 인지도를 키워나가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소비자 단체들을 직접 참여시켜 우수 브랜드 경영체를 인증해 나갈 것이다. 농촌을 도시민들이 찾아와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농촌사회의 활력을 회복시킬 것이다. 이미 참여정부 출범 이후 균형발전사회라는 국정목표에 따라 농촌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역개발 계획을 본격 추진 중이다.
2004년 제정된 농림어업인삶의질향상특별법을 범 정부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2005∼2009년까지 20조3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교육, 기초생활여건을 개선시킬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도시민들이 입주할 수 있는 농촌 복합생활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지자체들이 참여하는 은퇴자 마을 콘테스트도 실시할 예정이다.
민간분야의 자발적인 농촌 돕기 운동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체들이 참여한 ‘1사1촌 운동’ 등 민간주도의 도농교류가 본격화되고 있다. 또 주5일 근무가 본격화됨에 따라 도시민들을 위한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육성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름휴가, 농산어촌 고향에서 보내기’ 캠페인이 전개되기도 했다.
외국산 농산물은 우리 농산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앞선다. 그러나 이제 우리 소비자들도 더 이상 가격만 보고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는다. 가격보다 안전성, 품질, 맛을 기준으로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정부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되게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이력추적시스템(Traceability), 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HACCP) 등을 도입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이자 희망이다. 우리 농산물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농업인의 노력과 우리 농산물, 농촌, 농업을 살리기 위한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이 있다면 시장개방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이때 우리 농업도 4년 전 월드컵처럼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한국농업이 선진농업으로 발전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점인 만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