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4만km를 날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 먼 거리를 비행할 때는 항상 V자 대형을 그린다. 왤까?
동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가장 앞에 나아가는 리더의 날개짓은 기류에 양력을 만들어주어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가 혼자 날 때보다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더와 동료의 협력

 

물론 기러기들이 양력과 같은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학술적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기러기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낸다. 그 울음소리는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다. 4만km의 여정을 이끄는 리더와 동료들이 서로 의지하며 날아가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러한 협력과 서로에 대한 의지 없이는 서로 공멸한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고도 잘 알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기러기가 총에 맞았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다 무리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인간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서로 피 튀기게 싸운다. 조직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권력을 향해 나아가고,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 서로 헐뜯는다. 때문에 그 자리에 오르면 온갖 혜택을 누리려고 한다.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인 습성과 달리 늑대는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늑대사회는 서로의 재능을 키워가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스스로 그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어떤 늑대는 양육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어떤 늑대는 사냥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서 서로의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맡은 바 의무에 충실한다고 동물사회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늑대의 정신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위기 상황 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행한다. 이런 면에서 서열이 없는 평등 시스템이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사회를 위해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짐승만 못한 현대인


늑대는 철저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수컷 늑대는 자신의 암컷을 위해 평생을 사랑하고 보살핀다. 암컷 늑대가 죽으면 수컷은 새끼 늑대가 독립할 때까지 보살핀 후 암컷 늑대가 죽은 그 자리에서 굶어죽는다.
수컷은 사냥을 해 오면 암컷과 새끼가 먼저 먹도록 하고 자신은 경계를 선다. 그들이 다 먹고 난 후 비로소 나머지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늑대는 종종 자신을 키워준 어미 늑대를 찾아가 안부를 전한다고도 한다.
‘동물기’에서 시이튼은 늑대왕 로보를 통해 이러한 늑대사회를 잘 표현했다. 뉴멕시코 주의 북쪽 카람포라는 넓은 초원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늙은 잿빛 늑대 ‘로보’는 하루에 한 마리씩 암소를 죽여, 무려 5년 동안 2000여 마리의 소가 죽었고, 두 마리의 늑대가 하루에 250마리의 양을 죽인적도 있었다.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로보에게 1000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유명한 사냥꾼들도 번번히 로보에게 농락당했다. 독약을 사용해도, 사냥개들을 풀어도 잡을 수가 없었다. 오랜 관찰 끝에 늑대의 습성을 파악한 시이튼은, 하얀색 늑대인 ‘블랑카’가 로보의 암컷임을 알았고, 그 암컷을 먼저 잡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냥꾼들의 실수로 블랑카를 죽이고 말았다.
영리한 로보는 시체 주위에 수많은 덫이 있음을 알면서도 며칠을 주위에서 울부짖다가 스스로 그 함정으로 들어온다. 로보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말린 시이튼의 배려로 쇠사슬에 묶여 살 수 있었지만 로보는 끝내 먹이를 마다하고 굶어죽는다.
사막에서 거주하는 베두인의 한 부자는 오아시스에 물을 길러 갔다가 물가에서 사막을 건널 수 있는 많은 장비들을 곁에 두고 입술이 타들어가 죽은 청년을 발견했다. 그 모습이 너무 이상했던 어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이 사람은 왜 물가에서 목말라 죽었을까요?”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얘야, 여기 죽어 있는 젊은이는 바로 현대인이란다.”
많은 것들을 곁에 두고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 있는 이상한(?) 현대인이란 뜻이다. 미래의 노후 대책 때문에 오늘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희귀병에 걸린 현대인, 늘 행복을 곁에 두고도 다른 곳을 헤매며 찾아 나서다 일찍 지쳐버린 현대인.
나누면 반드시 행복이 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알고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현대인,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결국 사랑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현대인.
결국 서로가 파멸의 길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연과 지구 파괴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 벌어놓은 재산을 정작 써보지도 못한 채 그로 인해 자식들이 재산 싸움으로 갈라서게 하는 현대인.
경자년 새해는 부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고 그것이 나의 삶을 보다 현명하게 만드는 것을 아는 현대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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