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력제 무리…재검토 바람직”


‘유통 투명성’ 취지 좋지만
준비 덜된 상태서 법 시행
산란일자 표시제와도 중복
현실적으로는 실행 불가능

하루 생산량만 4200만개
이력번호·거래내역 신고로
번호 교체한다면 일 못해
자동화작업 자체가 비현실

 

지난 1일부터 닭·오리·계란 이력제가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가금이력제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큰 품목은 계란이다.
계란유통인들은 계란이력제가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데다 유통인 모두를 범죄자로 만드는 악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낙철 한국계란유통협회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낙철 협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계란이력제에 대한 문제는 무엇인가.
계란이력제의 취지에는 계란유통인 모두 동의한다. 다만 방법론에서는 문제가 있다. 계란은 어느 농장에서 생산됐고 어느 업체에서 유통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명세서에는 △산란일 △세척방법 △냉장보관 여부 △사육환경 △산란주령 등을, 식용란 거래·폐기 내역서에는 △매입년월일 △매입처 △산란일 △유통기한 △냉장출하 여부 등을 의무적으로 기입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8월 23일부터는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가 본격 시행됐으며, 계란 포장지에는 판매하는 업체의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도 표기돼있어, 이 정도면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어느 농장에서 어떻게 생산된 계란인지를 궁금해 하지, 누가 유통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다.

 

- 계란유통인들은 계란이력제가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은 농장식별번호를 확인하고 농장별·산란일자별 이력번호를 발급해 표시해야 한다. 아울러 거래내역은 전산으로 신고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다르다. 소·돼지와 달리 계란은 일일 생산량만 4200만개에 달한다.
한 예로 어느 식용란선별포장업장에 10개의 농장에서 3일 동안 집란된 계란이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산란일자가 각각 다르므로 30개의 이력번호가 필요한 까닭에, 선별포장작업시 약 15분마다 한번 꼴로 이력번호를 교체해 주어야 한다. 여기에 각 거래처별로 일련번호를 달리 표시한다고 가정하면 100여개의 이력번호를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작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유통과정 역시 이력번호대로 차량에 구분해 적재할 수 없는데다 작업시간도 3배 이상 더 소요된다.
대부분이 소상공인인 계란유통업계에서 이게 당최 가능한 일인가.

 

- 계란이력제 도입 전 세 차례에 거쳐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으로 안다. 사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는가.
계란이력제의 실행주체인 계란유통인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일절 없었다. 공청회와 토론회, 간담회 등이 진행됐지만 계란유통협회 참여 없이 업체관계자와 농협관계자 들만 참여한 채 진행된 것으로 안다.
아울러 계란이력제 시범사업 역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시범사업자의 전체 라인에 시행한게 아니라 한 라인에만 적용해 축소 시행하다보니 문제점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시범사업 중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개선하겠다’‘보완하겠다’‘수렴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반영된 사항은 전혀 없다.
계란이력제는 이중규제이자 악법이다. 법이 만들어졌으니 시행해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잘못된 법을 바로잡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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