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또 규제…축산하지 말란 말인가?


‘3월 25일 본격 시행’ 앞두고
현장에선 모르는 농가 수두룩
홍보했다지만 44% “무슨 일?”
검사기관 ‘모르겠다’는 78%나

퇴비사 넓힐 수 없는 곳 태반
인력·장비는 턱도 없이 모자라
강행할 땐 혼란·피해 속출 예상
업계, “3년 연기” 주장 설득력

오는 3월 25일부터 퇴비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됨에 따라 축산농가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로 대한민국 축산농가가 또다시 몸살을 앓을 조짐이다.
퇴비부숙도 검사가 오는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반면, 현장에서는 부숙도 검사가 시행되는지 조차 모르는 농가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퇴비사를 넓힐 수 없는 농가 현실과 함께 부숙도 측정을 위한 인력과 장비도 턱없이 모자라는 까닭에 시행을 3년 더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오는 3월 25일 본격 시행
정부는 제대로 부숙되지 않은 퇴비 살포로 인한 악취발생을 방지하고 가축분뇨 퇴비의 품질 향상을 위해 퇴비부숙도 기준을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25일부터 ‘가축분뇨 퇴비 부숙도 기준’이 시행된다.
앞으로 가축분뇨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할 경우 축사면적에 따라 1500㎡ 이상인 농가는 부숙후기, 1500㎡ 미만 농가는 부숙중기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퇴비의 부숙도 기준을 위반할 경우 최대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배출시설 면적에 따라 허가규모의 농가는 6개월마다, 신고규모의 농가는 1년마다 부숙도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3년간 보관해야 한다.
허가규모는 한우·젖소 900㎡ 이상, 돼지 1000㎡, 닭 3000㎡이며, 신고규모는 한우·젖소 100㎡ 이상, 돼지 50㎡, 닭 200㎡다.
단, 배출시설 신고규모 미만 농가와 농장에서 발생되는 분뇨 전체를 위탁처리하는 농가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 농가 44% ‘의무화 모른다’
문제는 퇴비 부숙도검사 의무화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 이에 대해 모르는 농가들이 많다는데 있다.
안희권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가 한우자조금 조사연구용역으로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한우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단기적 대응방안연구’ 결과가 이의 반증이다.
안희권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환경부에서 농가형 퇴비 품질관리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지자체·농축협 등의 기관에서 관련사실을 지속적으로 교육·홍보했음에도 여전히 44%의 농가가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숙도 검사기관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농가가 67%,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농가가 11%로 나타나는 등 전체 실태조사 대상농가의 약 78%가 부숙도 검사기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아울러 퇴비부숙도 검사를 위한 시료채취 방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농가도 81%로 나타나 당장 오는 3월 부숙도 검사 강행시 극심한 혼란과 함께 피해농가들이 속출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한우 타격…기반붕괴 우려도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축종은 한우다.
퇴비부숙도 검사를 위해선 스키드로더나 포크레인 등의 전문장비 구비와 함께 퇴비사 추가 건축 등이 필요한데,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소요된다는게 그 이유다.
낙농, 양돈, 가금 등의 경우 전업농인데다 규모도 큰 반면, 한우의 경우 소규모 영세농이 대다수인 까닭에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칫 축산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대부분의 소농의 번식우 농가임을 감안할 때 한우 사육기반 붕괴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강원도 횡성의 한 한우농가 역시 이에 동조했다.
그는 “한우 부숙도 검사를 위해선 고가의 장비 구입과 함께 퇴비를 부숙할 공간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수천에서 수억 원을 들여 이 기준을 맞출 바엔 20~30마리밖에 되지도 않는 한우 그냥 안 기르고 말겠다는 농가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한우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단기적 대응방안연구’ 결과, 전체 조사대상 농가 중 1500㎡ 이상의 대규모 농가는 부숙 장비를 100% 보유하고 있었지만, 1500㎡ 미만 농가 중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는 67%에 불과했다.
또한 1500㎡ 이상의 농가는 모두 퇴비사를 보유한 반면, 1500㎡ 미만의 소규모 농가는 77%만 퇴비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퇴비사 최소 3배 확충 필요
퇴비사 확충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축사 인허가 기준은 60일 보관인 반면 퇴비 부숙은 180일 보관이 기준으로, 부숙을 위해선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최소 3배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퇴비부숙을 위해선 주기적인 교반작업이 필요한 까닭에 스키드로더나 포크레인 등의 장비가 들어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야 한다.
즉, 퇴비사를 최소 3배 이상 넓히거나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인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가축사육 제한거리 관련 조례로 퇴비사의 증·개축을 제한하고 있어 퇴비사 개조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퇴비사 확충뿐 아니라 공간 분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비는 6개월간 부숙해야 하는 반면, 대부분의 우사의 경우 분기에 한 번씩 분뇨를 치운다는 것.
이 경우 1월에 치운 분뇨와 4월에 치운 분뇨가 섞이면 부숙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간을 분리해 분뇨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 분석처도 부족…3년 연기해야
전문가들은 퇴비부숙도 분석처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국내 축산농가 12만6000호 중 허가규모의 농가가 연간 2회씩, 신고규모 농가가 연간 1회씩 검사를 받는다면 검사건수는 약 15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반면 비료관리법에 따른 시험분석기관 48개소 중 현재 부숙도 분석이 가능한 곳은 19개에 불과해, 본격 시즌인 봄·가을철 검사가 몰리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긴급히 부숙도측정기 162개를 농업기술센터에 보급키로 했지만, 부숙도 검사만 가능할 뿐 수분·구리·아연·염분 등 나머지 퇴액비화 검사항목은 별도기관에 맡겨야하는 까닭에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지난 2015년 가축분뇨법 개정으로 5년 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시행한다고 공표한 이후에도 지자체는 계속 60일 보관용 퇴비사를 허가 내줬다”면서 “그때부터라도 180일 보관용으로 퇴비사를 설계해야만 허가를 내줬다면 지금의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결론적으로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는 농가뿐 아니라 유관기관 역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며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적용시기를 3년 연기해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축산단체들은 현장과 행정 모두 준비가 안 된 상황인 만큼 퇴비부숙도 적용시기를 3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단체들은 현장과 행정 모두 준비가 안 된 상황인 만큼 퇴비부숙도 적용시기를 3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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