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축산유통부 손용락팀장

 
축산물공판장이 출하물량의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와 SSM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거래방식이 상장위주에서 산지직거래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형유통업체는 민간도축장을 이용하거나 LPC(축산물종합처리장)를 통하여 도축ㆍ가공을 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출하가격은 그 날의 공판장 경매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보통이며, 물량확보를 위해 조금 높은 가격을 농가에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공판장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공판장의 사업방식이 무조건 수탁에 의한 경매방식으로 제한되어 사업역량을 키우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공판장이 유통변화의 흐름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이 출하물량 감소를 가져왔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축산물 유통시장이 크지 않았던 시절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공판장 또는 지역의 우시장과 수집을 통해 축산물을 거래하였으나 현재,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판로도 다양해 졌다. 대형유통업체가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판장은 상장과 경매를 통해 산지도매가격의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축산물 도매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공판장은 이익의 추구보다는 공익적 목적에서 탄생하였으며 지금도 공판장의 주요기능은 축산물의 기준가격을 제시하며 판로에 애로를 겪는 축산물의 판매에 있다.
공판장의 출하물량이 감소하고 사업이 위축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축산농가에게 돌아간다. 공판장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하농가와 시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계통출하 관리를 강화하고, '핵심조합원 육성사업'과 연계하여 효율적인 출하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브랜드 중심의 원료육 확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고급 원료육을 확보하기 위해 부분육 가공시설을 확충하고, 전 공판장이 HACCP 사업장으로 지정된 사실을 인식시켜 위생시설 보완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하여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공급하는 곳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또한 중도매인의 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차제에 개정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도 조속히 매듭지어져 공판장 거래방식 등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만 공판장의 경쟁력이 갖춰질 것이다.
공판장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축산농가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된다. 공판장에 출하하는 농가는 출하당일의 경락가격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분기 또는 연중 등급별 평균 경락가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연중 평균 경락가격이 높다면 당연히 소득이 높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는 공판장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출하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정의 여파로 소의 일반육과 돼지가격이 하락세에 있다. 가격지지를 위하여는 공판장으로 고급육 출하를 늘려 시장의 기준가격 역할을 하는 경락가격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방화 시대의 높은 파고를 넘어 경쟁력을 제고하기위해서는 공판장의 변화는 물론 출하농가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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