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필 (사)사료협회 상무이사

 
산란 업계는 자조금을 사료업계에서 거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료업계 역시 산란계 업계 못지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
첫째, 기존 의무자조금 사업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자조금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분야에서 모두 사료업계를 통해 거출 하겠다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모두 14개 해당분야 중 양돈 및 한우를 제외하고 모두 무임승차자 방지 및 자조금 거출의 용이성을 이유로 사료업계로부터 거출 하려고 할 것이다.
둘째, 사료유통조직의 과다 및 회계처리에 대한 전문성 결여로 인해 자조금 거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민간기업의 중간유통점이 약 1500개, 단위농협까지 포함하는 경우 총 2500여개의 중간유통점을 통해 사료가 공급된다. 특히 이들은 산란사료를 포함한 거의 전 축종의 사료를 취급하고 있으며, 1개 중간유통점이 2개 이상의 사료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자조금위원회는 전국의 2500여곳에 달하는 유통단계를 거출기관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대부분 경비절감 차원에서 회계관련 업무를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간유통단계에서 자조금을 분리 거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자조금 회수시기와 납부시기가 불일치 할 수 있다.
국내 유통사료의 경우 통상 외상기간을 두고 거래된다. 자조금을 거출하지 못하는 사료업체는 사료대금회수 이전에 자조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자조금 본래 목적 상실은 물론 업체의 부담이 된다. 이는 사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등 악 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넷째, 사료유통업체가 의무자조금의 주요한 요소인 강제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자조금 성격이 생산자 자율적인 납부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무임승차자의 방지를 위해 법률로써 규정해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다섯째, 자가사료증가 등에 따른 무임승차자 방지를 위한 대안이 없다.
사육규모 확대와 수입곡물에 대한 농가공급이 가능해 지면서 자가사료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사료유통단계에서 자조금을 거출 하는 경우 이들 농장은 자조금 거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 농장의 대부분이 전·기업화된 대형농장이라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 최근 수년간에 걸쳐 새로운 사료의 유통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주문사료(OEM사료)의 경우도 해당 농가의 관리를 OEM의뢰 업체에서 관리하고 있어 제조업체를 비롯한 기존 사료유통업체는 해당 농가에 대한 정보나 거래명세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역시 자조금 거출에 어려움을 가중 시킬 것이다.
여섯째, 사료대금과 자조금 해당액의 분리징구(거출)에 대한 문제로 인해 현장에서의 발생되는 민원의 원만한 해결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사료유통업체는 해당농가에 대해 사료의 공급물량 또는 가격기준에 의해 사료대금과 자조금 해당액을 분리징구(거출)해야 한다. 해당농가가 총 상환금액 중에서 일부 금액만을 상환하면서 사료대금과 자조금을 지정해 주는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사료유통업체가 자조금납부를 위해 자조금 해당액을 임의로 정산할 시 외상잔고 차액에 대한 농가와의 분쟁이 빈발하게 된다. 농가와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법률적 강제수단의 유무를 떠나 사료유통 구조상 사료공급업체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곱째, 사료유통업계의 자조금 거출시 업무증가에 따른 소요비용의 회계상 처리도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사료제조업체의 경우 자조금 분리징수에 따른 입출금의 관리와 농가 및 중간 유통점과의 별도 약정 체결, 거래선(농가 및 중간 유통단계)별 자조금 징수 대상금액 및 입금내역 관리 등에 따른 관리시스템 개발 및 인원보강 등의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이 같은 거출기관의 관리비용에 대해 회계처리상 손비처리가 되도록 관련 세제(稅制)의 보완이 필요하다.
다음은 사료유통업계의 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의 문제이다.
현재 국내의 배합사료 제조업체는 농협을 포함에 약 60여개 업체, 100여개의 제조시설이 있으며, 이들 제조업체중 계열화업체 등 몇 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는 거의 전 축종의 사료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사료업계에서의 산란자조금 거출에는 산란산업에서의 거출시 제기되는 문제들에 비해 오히려 더 큰 불합리성과 난제들을 안고 있다.
산란산업 내부에서 검토되었지만 불가하다고 판단된 부분들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산업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금번 산란자조금 사업시행의 계기로 산란계분야의 오랜 숙원사항인 계란유통의 시스템이 재정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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