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계속 나온다. 10월 2일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이후 총 37건(12월 4일 기준)으로 늘었다. 지난 4일 폐사체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정자리 민통선 내 산자락 밑에 있는 밭에서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멧돼지들 간 순환감염이 이뤄지고 있다”며 “바이러스 감염 폐사체는 당분간 계속 발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의 ASF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멧돼지 폐사체 수색을 강화하고 포획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폐사체 발견 추이는 농가들의 돼지 재입식 시기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정부는 위험평가를 거쳐 재입식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정 시기를 단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멧돼지 간의 감염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이 될 경우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재입식을 늦추려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 몫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ASF 발생지역 한돈농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장관은 “여전히 접경지역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하고 있다.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다면 입식한 이후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지역은 강화한 방역시설기준을 보완한 후에 재입식이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역시설은 멧돼지나 2차 매개체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 차단 시설을 말한다. 김 장관은 또 “시설 보완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은 일정부분 정부에서 지원하겠다. 강화한 방역시설을 도입하기 어려워 폐업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관련 법이 국회에 상정되어있다. 법이 통과되면 폐업지원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정부에 따르면 재입식은 ASF 비발생 지역 농장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발생농장의 경우 재입식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입식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재입식이 늦어질수록 해당 농가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설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ASF 대응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야생동물 질병 관리’다. 멧돼지 포획을 과학에 근거 해 신중하게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최재천 이화여대 동물행동학 교수는 멧돼지를 옛날에 상영한 영화 ‘앵무새 죽이기’에서 잘못된 편견으로 고통 받는 흑인에 비유했다. “ASF를 멧돼지가 옮겼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무분별한 멧돼지 포획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돈농가들은 분노를 삼켜야 했다. 참다못한 고령의 한 농가는 “오늘 토론회에서는 멧돼지 살리자는 이야기만 한다.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처분에 참여한 농가들의 이후 처지에 대해 알고는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토론회 내내 떠오른 문구는 ‘사람이 먼저다’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제목이자 19대 대선에서 그의 대표 슬로건이다. 환경 보존의 목적도 사람(후손)을 위해서다. 환경부는 빗나간 멧돼지 짝사랑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멧돼지 간의 ASF 순환감염 고리를 빠른 시일 내에 끊지 않으면 사람도 멧돼지도 모두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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