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교수(농협중앙회 식육교육센터)

 
당초 2001년 수입육 개방시기에 맞추어 외국의 대형 식육유통업체에 맞서기 위해 식육점을 신규로 오픈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한다는 축산물 유통분야 개선계획이 있었다.
그것이 IMF라는 국가적인 악재를 맞아 서민생활을 보호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는 차원에서 없던 일로 되었지만 이제는 그 제도를 다시 부활·시행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전국적으로 부위별 진열 판매제가 의무화되었고 공판장에서도 부위별 상장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도 식육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조차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주변에서 식육점을 오픈하면서 “고기는 냉장고에 있습니다" 라는 푯말 하나로 쇼케이스를 다 채우고 있다면 문제라 아니할 수가 없다. 부위개념도 없는 사람들이 어찌 부위별 진열판매를 할 것이며 정상적인 고기가 유통되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아마도 위생이란 말 자체가 그들에게는 남의 얘기일수도 있다.
영양사들이 얼마 전 천안에서 병든 돼지고기를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하여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무언가 확실한 조치를 당국에 요구하는 것처럼 식육의 처리나 판매를 아무나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이제는 행동만 남았다. 신규로 정육점을 개설할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기존의 일정 규모이상의 매장에 대해서는 일정한 수의 자격증을 갖춘 사람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어느 LPC 종사자가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시설은 최고인데 운영하는 사람은 옛날 사람들이라 문제가 많다"는 불평이 없다. 즉 “식육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시설투자도 좋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에도 신경을 써야할 때" 라는 뜻이다.
식육의 최종적인 유통은 일선 정육점 주인들이 담당한다. 즉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고기를 파는 사람들이 바로 정육점 주인이라는 뜻이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고기를 둘러싼 매매행위에 있어서 주인과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자격증은 고객과의 신뢰형성 측면에서는 최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창 광우병 파동으로 어려울 때 “우리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찾고 있습니다" 하는 자격증 소지자의 말이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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