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용인신 등 5덕목 갖춰
예부터 상서로운 동물 ‘길조’
주역에서도 ‘양조’로 손꼽혀

최근 들어 왜곡…애물단지화
연구자료들 속엔 영양소 듬뿍
국물요리 인기…동남아 수출

 

예로부터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준다’고 했다.
이처럼 씨암탉은 장모가 사위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장모의 입장에서 씨암탉을 잡는다는 것은 집안의 중요한 재원을 버린다는 의미와 같았다.
계란은 살림에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병아리를 깔 수 있는 까닭에 그 집의 씨암탉을 먹었다는 것은 최고의 접대를 받은 것이다.
씨암탉이 낳은 계란도 귀히 여겨졌다. 친인척의 생일이나 결혼·환갑 때에는 10개들이 계란 꾸러미로 부조를 했다.
씨암탉은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 초례상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씨암탉을 청홍보자기로 싸서 초례상 위에 두거나 동자가 안고 옆에 서있기도 했으며, 폐백상에도 닭고기가 올랐다.
소고기도 있고 돼지고기도 있는데 왜 하필 씨암탉을 올렸을까.
이는 우리 조상들이 닭을 길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닭은 상서로운 동물일 뿐만 아니라 재액을 물리치는 것으로 알려져 정초에는 닭 그림을 벽이나 문에 붙이기도 했다.
중국의 학자 한영이 쓴 ‘한시외전 (韓時外傳)’에서는 ‘문(文)’‘무(武)’ ‘용(勇)’‘인(仁)’‘신(信)’ 등 5덕(德)을 갖춘 동물로 묘사됐다.
또한 중국의 의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닭이 양기를 제공한다고 기록돼있으며,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주역(周易)에서도 닭을 양의 기운이 넘치는 새, 즉 양조(陽鳥)라 칭했다.
닭은 양기가 넘치는 동물인데다 그것도 알을 낳는 씨암탉이니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의중인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보물단지였던 씨암탉은 근래 들어 애물단지가 됐다.
산란성계가 씨암탉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일반적으로 산란성계를 늙은 닭이나 병약한 닭으로 알고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노계나 폐계라 불리는 것에서부터 산란성계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산란성계는 산란계의 계란 생산능력이 떨어진 것일 뿐 일반 육계가 가진 영양소를 그대로 담고 있다.
계란자조금의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산란성계는 바이러스로부터 저항력을 키워주는 리보플라빈과 탄수화물 소화를 촉진하는 비타민인 티아민,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이 쫄깃한데다 고소하고 씹는 맛이 좋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때문에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수출돼 닭꼬치나 너겟, 닭볶음밥 등 튀김요리와 볶음요리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주로 닭곰탕과 닭볶음탕, 닭국수 등 국물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산란성계를 활용해 요리하는 식당이 있는 지역은 서울 을지로의 경우 닭곰탕이 유명하고, 경기도 평택 경찰서 앞에는 닭볶음 식당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최근 계란자조금 주최로 ‘알닭페스티벌’이 개최된 제주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도 닭해장국집이 늘고 있다. 요리메뉴도 닭곰탕, 닭개장은 물론 닭몸국, 파닭무침, 메밀백숙, 곱도리탕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산란성계 요리가 제주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쫄깃하고 고소한 고기맛과 시원한 국물 맛이 아닌가 싶다.
올해에는 동남아에서 산란성계의 인기가 높아 수출량이 증가하고 가격도 좋아졌는데, 내년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산란성계 요리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알닭은 동남아 수출량이 70%가 넘어 정작 우리나라에서 너무 희귀한 까닭에 한사람이 1년에 1마리를 맛보기 힘들 지경이니 서둘러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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