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적 살처분 중단하고 재입식 대책 마련할 때”

한돈협회 자체 위원회 구성
ASF 방역정책 전문가 점검
농가피해 최소화 대책 논의

유례없는 과잉 살처분 정책
연천·철원 강제 수매에 반발
살처분 최대 범위 제한 의견

재입식 시기 지연 가장 우려
정부·농가 만족할 모델 필요
돼지 입식 주민 반대 대책을

사육돼지 14건, 멧돼지 20건
농장간 수평 전파 차단 결실
협회 차원 SOP 필요성 부각

김정우 대한한돈협회 부회장(가운데)이 ASF방역개선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돈농가, 전문컨설턴트, 학계, 업계, 연구소 등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그동안 실시된 ASF 방역 조치 사항을 점검했다.
김정우 대한한돈협회 부회장(가운데)이 ASF방역개선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돈농가, 전문컨설턴트, 학계, 업계, 연구소 등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그동안 실시된 ASF 방역 조치 사항을 점검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가 ASF방역대책위원회(위원장 김정우 부회장) 첫 회의를 지난 1일 제 2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ASF방역대책위원회는 한돈협회에서 자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조치에 대한 개선 대책을 곱씹었다. 다음은 이날 논의한 주요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 광범위한 살처분 범위
7일 현재 ASF는 양돈농장 14건, 야생멧돼지 22건이 발생했다.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ASF가 첫 발생 이후 18일 연천, 23일 김포 양성 때까지는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 농장만 예방적 살처분(이하 예살)을 진행했다. SOP에는 발생농장 반경 500m 이내 살처분을 명시하고 있지만, 정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예살을 실시했다.
9월 24일 강화 발생 이후에는 강화군 돼지 전체를 살처분 하는 전례가 없는 방역조치를 취했다. 10월 11일 연천 전 지역 ‘선수매 후 예살’ 시행 이후 이 방역 정책이 강원도 철원에도 적용됐다.
철원의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됨에 따라 정부는 10월 14일 해당 지역 희망농가에 한해 선수매 후 예살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철원 농가들은 문서상으로는 ‘자율’이라고 표기됐지만 실제는 ‘강제’ 수매와 살처분이 실시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유례가 없는 과잉 조치라고 평가한다.
연천·철원 지역 농가와 같은 피해가 재발 하지 않도록 SOP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전법)에 살처분 최대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삽입하고, 가축방역심의회 생산자 참여 확대 방안이 검토됐다.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ASF 방역 대책을 연구해야 한다”며 “돼지 출하와 분뇨처리 적체 문제 해결 방안이나 시나리오를 만들어 정부에 제안하자”고 말했다.
이승윤 함별팜텍 원장은 “신종 질병이 유입되면 해당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를 국내로 초청하거나 화상통화를 통해 계속된 자문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ASF의 경우 스페인 호세 박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정책에 반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광범위한 살처분 정책은 농가들의 ASF 발생 신고기피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농가의 계속된 노력과는 상관없이 농장과 10km 떨어진 곳에서 생긴 일 때문에 내 농장을 살처분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농가들이 차단방역에 소홀해 질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재입식 대책 마련을
살처분 농장들은 재입식 시기 지연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OP에 따르면 재입식의 경우 발생농장은 30일(이동제한해제)+40일(수세·소독 등)+60일(입식시험) 과정을 거치게 된다. 500m이내는 발생농장에서 실시한 입식시험 후 재입식이 가능하다. 그 외 지역은 30일(이동제한해제)+40일(수세·소독 등)을 실시하면 된다. 그러나 검역본부장의 기술자문을 받아 입식시기를 결정하도록 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야생멧돼지가 발생원인인 경우 별도의 재입식 기간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재입식 기간 단축을 위해 재입식 기준안을 협회 차원에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울타리, 출하대 등 기존 방역수준 보다 한 단계 높인 재입식 기준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자는 내용이다.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는 “정부에서 재입식 모델을 만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농가에 불리한 안이 나올 수도 있다”며 “한돈협회가 정부와 농가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재입식 모델을 만들어 제안할 것”을 주문했다.
왕영일 한돈협회 감사는 “ASF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시설을 매뉴얼화 하고, 이 시설을 갖춘 농장은 재입식이 가능하게 하자”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지자체가 우선지원해주는 방안을 한돈협회가 주도해 만들면 한다”고 전했다.
박광진 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재입식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수 농장에서 돼지 입식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중점관리지역 지정, 이동제한
ASF 발생 이후 가축전염병예방법 제 19조에 따라 정부는 경기·인천·철원을 4개 중점관리지역으로 구분·관리하고 있다. 시도는 자체적으로 돼지·분뇨·사료 반출을 금지시켰다.
김포·파주·연천·강화뿐만 아니라 경기·인천·강원의 모든 농장의 돼지들이 권역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돈적체, 과체중, 분뇨처리 문제가 전 지역에서 동시다발 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기·강원 소재 농장들은 돼지출하, 자돈이동을 못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장성훈 한돈협회 감사는 “농장, 사료공장, AI 센터 위치 등이 자세하게 표기된 가축방역 지도가 유용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방역 지도를 만들어서 활용해야 한다”며 “방역 지도를 활용해 행정구역 보다는 생활권에 따라 방역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한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 제 19조에 따라 권역별 돼지 반출입 금지나 발생 시군 전체 농장에 이동제한이 실시되고 있다. 사실상 SOP를 넘어선 과도한 방역조치다.
이에 따라 방역대 밖 이동제한의 경우 돼지 사육여건 등을 고려해 2주 이내로 적용 기한을 제한토록 하는 방안 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 방역지역 이동제한 해제
SOP에 따라 강화·파주·김포·연천 지역이 ASF 발생 돼지 살처분 완료일로부터 21일이 경과함에 따라 관리·보호지역에서 예찰 지역으로 전환됐다.
30일이 경과하면 방역대가 해제된다. 이 시점은 △강화 11월 2일 △파주 11월 4일 △김포 11월 3일 △연천 11월 10일이다. 방역지역에서 해제되면 정부가 후 예살을 강제할 명분이 약화된다. 11월 10일 이후에 농식품부가 예살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밖에도 ASF 방역 개선 사항으로 잦은 일시이동중지 명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짧은 기간 유례없이 많은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전국 단위 3회, 경기강원 3회, 연천군 1회 등 총 7회가 실시됐다.
과거 구제역 사태 때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거점소독시설 개선 필요성도 또 다시 나왔다. 배상건 한돈협회 강원도협의회장은 “거점소독시설은 출하차 뿐만 아니라 자돈, 후보돈 차량도 거쳐야 한다. 이는 ASF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한 오염 우려도 높다”며 “거점소독시설을 거치는 과정에서 PRRS 음성돼지가 양성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가축방역심의회 운영 방안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승윤 한별팜텍 원장은 “농식품부 장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며 “이동제한이나 살처분 등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데 생산자단체의 비중이 너무 적다”고 강조했다.
박광진 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ASF 방역 초기에 강한 방역정책을 실시한 이유는 농장간의 수평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라며 “지금은 우려 했던 농장간 수평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맞는 방역정책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기홍 안기홍양돈연구소 대표는 “정부차원의 SOP가 있는 것과 같이 한돈협회 차원의 SOP가 있어야 한다”며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 집단을 조성해 과학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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